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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수동면 홍종관,지해룡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땅은 선물이다.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땅이 사람마다 다른 얼굴로 자신을 내어주기 때문이다.어떤 이에게는 치유와 회복의 공간이었고,또 다른 이에게는 삶을 일구고 가꾸는 터전이었다.
지난번에 만났던 김태수씨(관련 기사 : 다시 살게 해준 땅을 빼앗길 수는 없다)가 전자에 가까웠다면,오늘 만난 홍종관·지해룡씨는 후자다.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이들이자,지금도 그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
그들에게 '골프장'은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니다.삶의 자리 위로 내려앉은 그림자이자,세대를 이어온 고향의 존속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수동은 물의 고장이에요.물이 없이 살 수 있나요?"
▲ 홍종관님과 지해룡님 고향에서 살고 싶은 간절함으로 모여 주신 분들 ⓒ 박철순 
삼 대를 이어 살아왔던 홍종관(65세)씨는 물이 마르던 날을 기억한다.그것이 그를 골프장을 반대하는 길로 이끈 계기였다.
"처음에 아,내가 동네에 아무거나 지으면 안 된다는 걸 느낀 이유가 있어요.우리 밭 근처에 무슨 온천을 뚫는다는데 그 공사를 시작하고 동네 우물에 흙탕물이 쏟아지더니 그냥 말라버린거야."
"그런데 골프장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온천 한다고 대공을 2개 뚫었는데도 그 난리가 났는데,골프장을 한다고?골프장은 그 몇 배의 물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물이 마를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여섯 대를 이어 이곳에 산다는 지해룡씨(77세)에게도 마찬가지였다.이들이 농부이기 때문일 것이다.오랫동안 자신들의 고향에 뿌리 박고 땅을 일구던 이들에게 물은 생명 그 자체였다.
지해룡씨는 수동의 유래를 뿌듯한 얼굴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원래 이 동네는 물골안이라고 불렀어요.물이 깨끗하고 맑은 동네.그게 수동인데,그걸 뺏길 수는 없어요."
실제로 골프장의 지하수 오남용은 큰 문제가 되고 있다.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특히 스페인 같은 경우 2023년 기후멸종이라는 환경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골프장 10곳의 홀을 흙으로 메우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수동면 내방3리에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27홀 규모의 골프장은 일반적으로 1500톤 규모의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이 없이 살 수 있는가?수도를 틀면 당연하게 물이 쏟아지고 더 좋은 물을 찾아 생수를 먹기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은 낯설 수도 있다.그러나 물이 생존인 땅,생존인 사람들이 있다.수동면 내방3리가 바로 그런 곳이다.
"농약 문제,내 몸이 증인이에요"
▲ 블루베리체험장 홍종관님이 운영하는 블루베리 농장과 체험장 ⓒ 박철순 
물만 문제가 아니다.내방3리에서는 농약 사용의 문제를 몸으로 겪은 이들이 하나둘이 아니다.홍종관씨도 예외가 아니었다.원래 목장을 경영하고 4천 평에 가까운 논 농사를 짓던 그는 몇 해 전부터 유기농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다.몸이 자꾸 아파 병원에 가보니,과거에 뿌린 제초제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그제야 깨달았다.
"농약이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내 몸이 먼저 알려줬어요."
그는 이후 농약 없는 삶을 선택했다.그러나 그 선택도 위협받고 있다.
"아무래도,몸은 더 힘드실텐데요?"
"그래도,어쩌겠어요.몸이 알았는데.내가 견디지 못하는 걸 남들 보고 먹으라고 할 수는 없죠."
양봉을 하는 지해룡씨는 벌이 먼저 반응한다고 말한다.
"벌은 민감해요.농약이 날아오면 먼저 죽어요.벌이 죽으면 농사도,생계도 끝나는 거예요."
그는 '무색무취' 농약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냄새도 안 나요.그냥 공기처럼 떠다녀요.모르게 중독되는 거예요.농약은 뿌릴 때보다,무료 카지노 카드 게임 온라인숨 쉴 때가 더 위험한 거죠."
지해룡씨의 걱정은 끝날 줄 몰랐다.젊어서 골프장에 농약을 납품 하던 일에 관여하며 어떻게 얼마나 사용되는지,어떤 논리로 운영되는지 보고 들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골프장은 농약을 안 뿌리면 운영이 안 돼요.골프장에 뱀이 있으면 사람이 오겠어요?지나가다가 송충이라도 밟았다고 해봐요.도시 사람들이 골프 치러 오겠냐고요.약을 치지 않으면 그걸 다 사람이 관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돈을 쓰느니 어떻게 하겠어요.약을 쓰지."
제초제와 살충제 등을 비롯한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우리는 물어야 한다.그와 같은 생태적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많은 골프장이 정말 더 필요한가?
골프장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여러 약품들이 발암의 원인이 되거나 각종 독성을 갖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비산 입자를 흡입한 사람들의 겪는 가벼운 두통과 어지러움 등에 관한 국제적 보고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축적되어 있다.이러한 물질들이 사람 뿐만 아니라,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위험요소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친환경적인 농약을 사용하거나 농약 사용 자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그러나 친환경 제재의 경우 비용대비 효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부족한 효과를 보완하기 위해 오히려 농약의 과다 사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위험은 애초에 회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리우 선언 이래 국제 환경법 학계는 이를 사전예방과 사전배려의 원칙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경제효과요?얻는 것과 잃는 것을 함께 따져야죠."
생태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을 추진하려고 하는 이유는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몸을 치유하고 싶어했던 김태수씨와는 달리 고향의 발전을 원하고,생활인으로 생업을 영위하며 살아가야 할 홍종관씨와 지해룡씨는 혹시 다른 의견이 있지 않을까?그래서 물었다.
골프장이 들어오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말에 두 사람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골프장 손님이 마을 식당에 와서 밥을 먹을까요?안 와요.안에서 다 해결하고 가요.지역에 돈 안 떨어집니다.골프장도 돈을 들여서 짓는 거 아니에요?그러면 조금이라도 오래 손님들을 붙들고 있어야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겠죠."
지해룡씨는 일동,가평 등 골프장이 많은 지역을 언급하며 말한다.
"거긴 식당 다 문 닫았어요.잘 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죠."
첫 번째 골프장 개발 시도가 있었을 때도 반대운동에 참여하며,여러 지역을 견학했던 홍종관씨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들려줬다.
"내가 물었어요,살만해 졌느냐고.솔직하게 말해 달라고.잡초 뽑으라는 일거리는 생겼는데,계곡은 죽어 간다는 거예요.물고기 잡아서 매운탕도 끓이고 물놀이도 하고 그 재미에 놀러 오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먹던 계곡물이 역하다는 거예요.세상에!"
골프장이 고용을 촉진하고 지역 생산물의 소비를 활성화 할 것이라는 것은 골프산업계와 지자체의 오래된 믿음이다.그러나 이것은 확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골프장 건설이 앗아가는 기회를 고려하지 않은 평면적 주장일 뿐이다.사라지는 나무와 계곡과 온갖 동식물은 무엇보다 생명이다.그러나 동시에 기회일 수도 있다.어쩌면 인간이 생태계가 주는 기회를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긴 우리가 지켜온 땅이에요"
▲ 홍종관님 자택 전경 100년 넘게 지켜온 고향집이자 현재의 삶터 ⓒ 박철순 
고향이란 말이 좀 낯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서울에서 나고 자라며 수 없이 이사를 다닌 내게 서울은 사는 곳,살았던 곳이지 고향으로 불릴만한 장소는 아니었다.조상 대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백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방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겠어요."
"이 동네 작은 골목 하나까지 내가 모르는 게 없어요."
"내가 제설 봉사만 10년을 했나.제설 봉사단을 만들 때도 관여했고 지금도 지역사회 복지협의체에서 봉사하고 있어요.고향이니까."
뿌듯한 표정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여기서 자랐어요.예전에는 옆동네까지 걸어서 학교를 다녔온 날도 있었어요.그래도 재밌고 즐겁게 살았다니까.이제는 딸이랑 유기농 블루베리를 파는 카페도 준비하고 있어요."
고향에 대한 애정,땅을 일구고 정직하게 살았다는 자부심이 쉽지 않은 싸움에 힘을 주는 모양이다."골프장을 추진하려는 업체에서 따로 주민들에게 설명하려고 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이장을 할 때 연락이 오긴 했는데,식사나 한 번 하자고.그래서 내가 그랬어요.밥 한끼,차 한잔을 마셔도 내 돈으로 해야 간다고.밥이야 먹을 수 있지.그런데 떳떳하게 먹어야 할 거 아니에요.우리가 필요한 건 뭘 해주겠다는 약속이 아니에요.사람이 못살 땅이 될 수도 있는데 이거 해준다,저거 해준다 그게 뭐가 중요해요.오히려 그런 말들은 이웃을 분열 시키는 거지.사람들을 갈라 놓지 말고 우리가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을 때까지 설명하고 대책을 내놓으란 거예요."
이쯤에서 어려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분은 이 지역에서 사신 햇수로 보나 연세로 보나,동네에 기여하신 걸로 봐도 어른이신데 반대 입장을 선택하시고 다른 주민들과 관계가 어떠셨나요?회유해 보려는 노력은 없던가요?"
쓴 웃음이 번졌다.그러나 홍종관씨는 단호했다.
"이건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자는 말이 아니에요.찬성하는 사람들도 이웃이고 그 사람들 입장도 이해가 가요.그런데 공사 현장을 바로 눈 앞에 보며 살아야 하고,조상 대대로 살아온 동네의 미래를 불안해 하는 우리 생각도 이해해 줬으면 하는 거죠.우리는 마을이고 공동체예요.마을은 같이 살아야 하는 겁니다."
지해룡씨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10년을 더 살까.내가 이제 어디로 가요?아직도 농사를 지으며 건강하게 살아온 이 땅을 두고?서운한 일도 있었죠.뭐 해준다는 약속만 저렇게 덜렁 믿고 어쩔려고 그러나.하지만 사람들에 화가 나는 것 보다 그저 살고 싶은 거예요.그 마음으로 매주 시청까지 쫒아가 시위를 하는 겁니다."
"땅은 돈으로만 따질 수 없어요.그건 시간이고 기억이고 삶이에요."
지해룡 씨는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여기가 내 마지막 집인데."
▲ 골프장 예정지 집 마당에서 골프장 건설이 예정된 산이 보인다.ⓒ 박철순 
생태정의와 기후 식민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사회적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나 지역 혹은 계층이 자신들의 편익을 위해 주변부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생태에 접근하는 현상을 두고 학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예를 들어,환경 감시와 규제가 강화되자 동남아로 골프장을 이전한 선진국 사례가 대표적이다.골퍼들에게는 관광과 골프를 겸한 신선한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고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했지만 현실은 이상과 같지 않았다.
필리핀의 바탕가스에서 벌어진 일본자본의 골프장 개발과 이에 대한 저항이 이를 잘 보여준다.이러한 일이 내방3리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벌어간다고.결국 여기서 생겨나는 경제 효과라는 게 골프장 주인 회사에게 가는 거 아닌가요?"
"주민을 지켜야 할 행정과 정치인들이 왜 이렇게 소극적이죠.사업을 주민 보다 중시하는 건 말이 안되는 거죠.돈이 없어도 숫자가 적어도 우리도 주민이에요."
"우리 생계와 건강을 도시 사람들의 취미 생활을 위해 위험하게 만들 권리가 누구에게 있나요?"
"남양주시에 세수가 늘어 난다고 해도,우리가 여길 떠나야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냐고요?누가 설명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우리는 곰이 아니라고 사람이니까요."
알고 싶어하고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수백 년을 지켜온 고향을 잃어야 하고,낯선 땅으로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필요한 이유와 대안을 설명하고 설득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주민들은 회유가 아니라 대화를,통보가 아니라 토론을 원하고 있다.땅의 주인이자,내방리 역사의 주인공인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제시되는 대안이 '생태 거버넌스'라는 개념이다.지역 개발을 관료나 정치인,자본의 손에 맡겨 두지 말고 지자체와 주민들,전문가가 공동으로 숙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러한 과정이 지금 내방리에 필요한 것은 아닐까.쉽지 않은 일이다.그러나 정치와 행정의 진정한 능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산수유 나무의 농사
문태준 시인은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라고 쓴다.'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라고.그렇다면 이 고단함도 나무처럼 살아온 내방리 주민들이 짓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농사일 것이다.
봄의 끝자락일까,여름의 문턱일까.서늘한 비가 내리는 오후,프라 그마 틱 슬롯 사이트 산타 카지노내방리를 떠나며 풍성한 수확으로 돌아올 가을이 멀지 않음을 느꼈다.
이 싸움은 개발과 반대를 넘어서,삶과 생존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동면의 이 물 맑은 마을에서,오늘도 누군가는 땅 위에 서 있다.이 땅이 단지 땅이 아니기 때문에.
덧붙이는 글 | 한국내셔널 트러스트에서 주관하는 '이곳만은 지키자' 사업에 수동면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응모했습니다.여러분의 응원을 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