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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 '가치투자의 신화',"억만장자가 세금 더 내야" 꾸준히 주장
"75억 전 세계 인구가 당신 싫어해…미국 고립" 트럼프 관세 비판
해마다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5월3일(현지시간) 주주총회 행사장.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주총의 질의응답이 끝나갈 무렵,4만 명이 넘는 주주와 팬들은 1분 넘게 기립 박수를 쳤다.'가치투자의 전설' 95세 워런 버핏이 '깜짝 은퇴' 선언을 발표하자 수고와 화답의 찬사를 아낌없이 보낸 것이다.올해 60회를 맞은 이번 주총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터라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이 자리에서 버핏은 자신의 은퇴 소식과 더불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치 않았다.'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지론으로도 존경받던 그는 이날도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견해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60년간 연평균 수익률 20%
"썰물이 되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던 2001년 그의 주주 서한 구절이 떠오르는 시절이다.이제 갓 100일을 넘긴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시장이 호황이고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절엔 잘 보이지 않았던 투자 자산의 실체가 불황이 오면 드러난다는 의미다.이를 의식한 듯 버핏은 트럼프 행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무역이 무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특히 "전 세계 75억 명이 미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미국의 3억 명이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옳지도,현명하지도 않다"고 했다.또 "세계 다른 나라들이 더 번영할수록 우리가 손해 보는 게 아니라 우리도 그들과 함께 더 번영할 것"이라며 "우리는 전 세계와 무역을 하려고 해야 하며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고,다른 나라들도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말 미 대선을 계기로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전 세계 자금 시장의 흐름을 뒤흔든 바 있다.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세운 트럼프가 취임도 하기 전인 당선인 시절 달러와 비트코인 가치는 급상승하고 미국 주가는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하지만 '밀물의 시간'은 짧았다.트럼프 정부의 첫 성적표로 간주되는 올해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로 2022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미 달러화 가치(달러 인덱스)는 취임일 109.35에서 4월21일 98.28로 10.1% 떨어졌다.주식시장은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변동성이 특히 컸는데 S&P500 지수가 2월19일 6144.15에서 4월8일 4982.77까지 떨어졌다.2개월도 채 안 돼 18.9%의 변동 폭이다.최근 트럼프의 관세 뒷걸음으로 상당 폭 회복됐으나 S&P500 지수는 8% 낮아졌다.
하지만 버핏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 여파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와중에도 가장 많이 자산을 늘렸다.다들 '트럼프 트레이드'에 취해 있을 때 중국과의 관세전쟁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 같은 대형 기술주를 내다 팔고 채권과 현금 자산 비중을 크게 높인 덕분이다.실제 버크셔 해서웨이 A주는 주당 80만9808.50달러(5월2일 종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연초 이후 주가는 20% 상승했다.버크셔의 60년(1965~2024년) 연평균 수익률은 19.9%다.같은 기간 S&P500 수익률 10.4%의 2배에 육박한다.
버핏은 1965년 당시 섬유 회사였던 버크셔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보험,철도,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약 200개 자회사,임직원 4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지주회사로 탈바꿈시켰다.하지만 버핏은 버크셔 인수를 '최악의 투자 결정'이라고 평가한다.사양산업이던 섬유 회사를 싸 보인다는 이유로 헐값에 사들인 게 실패였다는 이유다.버핏은 실수를 인정하고 섬유 사업에서 손을 뗀 후 세계 최대의 투자 회사를 일으키면서 끔찍한 실수를 상기시키는 상징성을 잊지 않기 위해 회사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버핏은 버크셔를 최고의 위치에 올려둔 순간 물러나게 됐다"고 평가했다.뉴욕타임스는 "버핏은 미 자본주의의 선봉에 서 있었고 그가 일군 복합기업 버크셔는 이제 시가총액 1조10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 됐다"며 "현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기업 중 하나이자,가장 유명한 투자자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자본주의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길었던 쇼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좋은 기업,적정가에 사서 장기 보유"
버핏의 60년 투자 인생은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로 요약된다.그는 특히 장기투자에 대해 "삶은 눈덩이 같은 것,중요한 건 촉촉한 눈과 아주 긴 언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오랜 기간 복리로 투자하면 눈덩이처럼 돈이 불어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즉 저평가돼 있는 좋은 기업을 사서 장기투자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이에 분기마다 공개되는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5월초 열리는 버크셔의 주총에 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이 몰려든다.그는 "괜찮은 가격에 훌륭한 회사를 사는 것이 훌륭한 가격에 괜찮은 회사를 사는 것보다 낫다"고 했고,"10년간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도 했다.
코카콜라는 버핏 투자 철학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코카콜라가 저평가돼 있자 버핏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파워와 남들이 넘볼 수 없는 유통망,국가대표 포커진입장벽 등에 주목했다.소비자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그는 1988년부터 수년간 약 13억 달러 규모의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했는데 현재 평가액은 20배에 육박하는 250억 달러에 달한다.지급받은 코카콜라 배당금만 7억7000만 달러다.평소 코카콜라를 하루에 5개씩 즐긴다는 그는 은퇴 발표 날에도 코카콜라 2개를 단상 위에 올려두고 마셨다.CNBC는 "일반인이 버핏의 코카콜라 투자 시작 시점에 1000달러를 투자하고 배당금도 재투자했을 경우,현재 3만6487달러로 불어 총 수익률 3534%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애플도 또 다른 성공 사례로 꼽힌다.그는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적은 탓에 상대적으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하지만 2016년부터 "애플은 단순한 테크 기업이 아닌,강력한 소비자 브랜드와 생태계를 갖춘 독점 기업"이라며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결국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 내 비율도 40%를 넘기며 애플 투자에서만 약 690%의 수익률을 거뒀다.다만 작년 초부터는 애플 주식을 팔기 시작해 지분을 줄이고 있다.올 3월말 기준 버크셔의 상위 5대 보유 종목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애플,뱅크오브아메리카,카지노쿠폰집코카콜라,셰브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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