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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사즉생'을 역설한 후 광폭행보를 보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 달여 만에 일본을 다시 찾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 등으로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경영 보폭을 넓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대표 경제인으로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한국의 날' 공식 행사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주간(13∼17일)'에 열리는 이 행사는 엑스포 참가국이 돌아가면서 각국 전통과 문화를 퍼레이드나 공연 등 다양한 형태로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내셔널 데이의 한국 버전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조선 국왕이 일본에 보낸 공식 외교 사절이자 양국 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 재현 이벤트도 열릴 예정이다.

이 기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관하는 '한국우수상품전'이 열리는 만큼 이 회장이 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 전시장을 둘러볼 가능성도 제기된다.한국우수상품전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전시 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2일에도 약 일주일간 일본을 찾았다.출장 기간 이 회장이 어떤 기업을 방문했는지 등 세부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주요 기업 최고경영책임자(CEO)들과 연쇄 회동한 것처럼 주요 경제계 인사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현지 소재·부품 협력사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을 점검하고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3년 윤석열 대통령 방일 때 동행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고,트랜스포머 게임 추천 같은 해 10월에는 삼성 일본 협력사 모임인 LJF의 30주년 교류회를 주재한 바 있다.

LJF는 '이건희의 일본 친구들'이라는 의미로 이 선대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과 함께 삼성의 일본 협력회사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하며 시작한 모임이다.2020년 코로나19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만남을 이어왔다. 

이에 이번 출장에서도 이 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의 비즈니스는 물론 국익에도 기여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점쳐진다.먼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남이 주목된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월 서울 서초사옥에서 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만나 약 70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사업과 관련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오사카는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2026년 운영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인 AI데이터센터가 자리할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와 오픈AI는 최근 오사카에 있는 샤프의 LCD TV 패널 공장을 AI데이터센터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14일 샤프와 LCD TV 패널 공장 시설과 토지를 1000억엔(약 9800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사카 AI데이터센터는 소프트뱅크의 도쿄,홋카이도 데이터센터에 이어 일본 내 세 번째 거점 센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소프트뱅크는 오사카 AI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 10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AI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할매 티비 토토AI PC용 메모리인 GDDR7 등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향후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현지 모바일 사업을 점검할 지도 관심이 모인다.앞서 이 회장은 지난 8일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인 구미 사업장을 찾아 신제품 생산 현황 등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지난 2023년 방문 후 약 2년만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오는 13일 신제품 공개 행사인 갤럭시 언팩을 온라인으로 열고 슬림형 스마트폰 '갤럭시S25 엣지'를 선보일 예정인 만큼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 KDDI 등 일본 현지 통신사들의 주요 관계자들과 만나 신제품의 공급 문제와 마케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연간 3200만대가 팔리는 세계 4위 시장이다.다만 프리미엄 영역에선 '아이폰 선호'가 매우 강한하고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영역에서 최근 중국 업체들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삼성전자가 고전하고 있는 지역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MM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50.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삼성전자는 6.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중국 샤오미 등과 같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현지 최대 아이폰 공급처인 소프트뱅크를 갤럭시 S6 이후 10년 만에 공급처로 확보하는 등 일본 시장 재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AI기능을 앞세워 보다 공격적으로 현지 투자와 판매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삼성전자는 글로벌 출시일보다 약 2개월이나 늦게 출시됐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갤럭시S25 시리즈를 지난 2월 일본 시장에 출시했다. 

또한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와 '삼성 갤럭시 앰버서더' 프로그램을 공동 추진하고 전문 교육을 이수한 약 1000명의 인증 크루를 오는 6월 전국 주요 소프트뱅크 매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전문 트레이너에게 교육을 수료한 인증 크루들은 소프트뱅크 매장에서 갤럭시 제품에 대한 전문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본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25에 탑재된 AI 음성 비서 '빅스비'의 지원 언어에 일본어를 추가하면서 사용 편의성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빅스비를 선보인 후 8년 만이다.

앞서 삼성 일본연구소는 지난 2023년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신설하고 갤럭시 AI와 빅스비의 일본어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했다.현지 엔지니어 주도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일본 시장에 특화된 자연스럽고 정교한 사용자 경험 제공이 가능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통신사가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며 "삼성전자가 지난 2007년 가전 사업 철수 이후에도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절치부심한 만큼 이번 출장 기간 현지 임직원들을 비롯해 주요 사업 파트너들과 만나 현지 사업 전반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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