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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환경생태 현장르포] 동물해방물결 장희지 캠페이너의 산천어축제 캠페인2019년 희지는 친구들과 돈을 모아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으로 여행을 떠났다.정보가 별로 없고 관광화도 크게 되어있지 않은 곳이었다.그래서일까,희지는 그곳에서 이전까지 상상해 보지 못했던 세계를 만났다.말들이 끝없이 굽이치는 해발 3000m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었던 것이다.
"초원에서 동물들을 봤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그동안은.뭐라고 해야 할까요?너무나 당연하게 지구에 인간만 살아가는 것처럼 생각했던 거예요.'아 맞아,지구라는 행성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함께 사는 곳이지.나도 여기에 녹아들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물론 동물원이나 승마장에서 말을 본 적이 있었다.그러나 그곳들은 엄연히 인간의 터전이다.인간이 구획한 곳에서 인간이 제공하는 음식을 먹고 주어진 거처에서 잠을 잔다.반면 초원의 동물들은 발 닿는 만큼이 자신의 세계가 되었다.희지는 처음으로 내가 사는 곳이 '인간의 터전'이 아니라 '지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래서 그는 더 이상 '인간의 터전'에만 머무는 인간일 수 없게 되었고,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하고 싶은 게 없었거든요.하고 싶은 것도 없고 취향도 뚜렷하지 않고,그냥 흘러가는 대로만 사는 사람이었어요.여행에 다녀온 뒤에는 살면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죽더라도 이 세상에 나의 흔적 하나는 남기고 죽어야겠다."
간혹 나의 세계가 작아 보이는 순간이 찾아온다.예상하기는커녕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어떤 '다른 세계'가 내게 성큼 다가온 탓이다.동물권 활동가가 되어야겠다는 야망을 갖게 된 희지는 요리사의 길을 접고 2021년 '동물해방물결'의 활동가가 되었다.
산천어는 어린이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 동물해방물결의 장희지 캠페이너 ⓒ 김고은 
희지는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다.지구라는 행성에서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고 있음을 알리는 일을 한다.물에 사는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2025년 1월,희지는 동물해방물결 동료들과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산천어축제에서 커다란 현수막을 펼쳤다.현수막에는 한 산천어의 모습이,특히 얼굴과 무늬가 확대되어 있었다.산천어축제에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산천어를 보게 될 테지만,얼굴과 무늬를 똑바로 마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터였다.
산천어는 타원형의 반점 무늬를 가지고 있다.반점 무늬는 산천어축제 마스코트에서도 볼 수 있다.'파마크'(parr mark)라고 부르는 이 무늬는 치어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대부분은 성장하며 사라지거나 희미해진다.산천어는 어쩌다가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무늬를 계속 간직하게 되었을까?
산천어는 '토종 송어',즉 '시마연어'와 같은 종이다.하지만 횟집에서 보게 되는 '송어'나 '연어'와는 다르다.'송어'와 '연어'는 모두 외국에서 수입되어 온다는 공통점이 있다.'송어'는 무지개송어로,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일생을 민물에서 산다.북유럽출신 '연어'는 강으로 돌아와 산란을 끝낸 뒤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이들과 달리 시마연어는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와 산란을 마친 뒤 죽는다.소설 <연어>의 주인공이 그들이다.
시마연어가 낳은 자식 중 몇몇은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바다로 나아간다.타원형 반점이 사라지면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그런데 어떤 어린이들은 바다에 가지 않고 강에서 계속 살기로 한다.그들이 산천어다.어린 시절의 무늬를 간직한 산천어는 크기도 시마연어의 1/3(약 20cm)밖에 되지 않는다.우리는 산천어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연어가 어떻게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지 알지 못하듯이,어떤 연어의 아이들이 강에 남는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산천어가 화천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어쩌다가 화천에서 산천어축제를 하게 되었을까?한 기획자가 '산'과 '물'과 '어류'가 함께하는 축제를 해보면 좋겠다며 제안했고,당시 군수가 산천어의 어감이 좋다며 채택했다.본래 화천과 산천어는 큰 관련이 없었지만,이 축제가 크게 성공하면서 매년 화천을 위해 약 60만의 산천어가 양식되고 있다.
산천어는 양식장에서 화천으로 향하기 전에 5일 동안 굶는다.좁은 공간에 갇혀 차로 이동하다가 토하며 죽는 이들이 생기고,물이 오염되며 다른 산천어가 또 죽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산천어축제에 투입되기 전에도 굶어야 한다.회를 떴는데 사료 찌꺼기가 나오면 안 되기 때문이다.굶으며 좁은 시멘트 바닥과 플라스틱 통을 전전하던 산천어는 죽기 직전에 진짜 땅바닥을 만난다.떼를 지어 선회하기를 몇 차례,얼마 지나지 않아 벌레인 척하는 가짜 음식 모형에 속아 죽음을 맞이한다.(<'저 힘찬 연어'는 어떻게 통구이가 되었나>,남종영,한겨레,2019)
산천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맨손잡기다.10시 정각부터 4시 정각까지 매일 7차례에 걸쳐 열린다.동그란 수조 바깥에는 구경하고 응원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정각이 되면 산천어축제 반팔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수조로 뛰어든다.맨손잡기에는 어떤 이들이 참여할까?산천어축제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공식적으로 14살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 동물해방물결의 산천어축제 액션 ⓒ 동물해방물결 
희지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그가 준비한 현수막 위에서 아름다운 한 산천어의 신체와 부드러운 색감의 '산천어'라는 글자가 어우러진다.산천어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다.그러나 현수막 너머로 희지가 마주한 현장은 아름답지 않았다.
"사람 손에 구겨지고 내팽개쳐지고,잡아서 흔드는 게 무자비하게 느껴졌어요.그들의 몸이 너무 쉽게 다뤄지는 거예요.슬펐고,더 머물면서 애도하고 싶었어요."
산천어축제는 어떻게 대박이 날 수 있었나
맨손잡기 프로그램에는 환호와 웃음소리,놀라움과 즐거움이 가득하다.자신이 손으로 잡고 있는 산천어가 어떤 삶을 사는지,이들의 무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생명들이 괴롭게 죽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참여자나 주최자가 무식하거나 폭력적이기 때문이 아니다.우리가 그래도 괜찮은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반팔과 반바지 유니폼으로 강원도 겨울이라는 극한의 추위에 맞선다.맨손과 맨발로,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생명을 제압해 낸다.14살 이상이라면 누구나 자연을 이기고 인간의 위상을 확인하며 환호한다.한겨울 얼음골에서 살고자 몸부림치는 생명의 힘을 꺾으면서도 기뻐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맨손잡기 체험은 인간의 자연 정복 판타지에 기대어있다.
오늘날 인간은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지구를 장악하고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오늘날의 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진 인간에 의한,인간을 위한,인간의 터전이다.지방은 수도권의 도시를 세우기 위해 소모되고 착취되어 왔다.전기는 사람들의 피눈물을 타고 수도권으로 흐른다.물,안보,사람,지식,그중 무엇 하나 수도권으로 그냥 가는 것이 없다.지방은 끝없는 착취 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살길을 모색해야 했다.
축제는 지방이 살기 위해 찾은 방법 중 하나였다.전국적으로 매년 1000개가 넘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우리는 화천의 산천어축제를 비판하기에 앞서,그 많은 축제 중 왜 산천어축제가 20년 동안 초대박을 이어가고 있을까를 먼저 물어야 한다.산천어축제의 성공으로 맨손잡기 체험을 하이라이트로 내세운 축제가 서른 개 넘게 생겼다.지방이 착취되는 와중에 축제가 숨통을 트여주고,지방축제 중에서도 동물 착취 축제가 큰 인기를 끈다.착취의 연쇄다.
희지는 무턱대고 지방의 축제를 비난하거나 중단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그는 도시에 사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모든 걸 밀어내고 세워진 건물들을 보면 분노가 치밀고 숨이 턱 막힌다.서울을 중심으로 한 운동 역시 지양하고자 한다.희지가 활동하는 동물해방물결은 강원도 인제에 '달뜨는보금자리'라는 소 생츄어리를 만들었다.인제에서 활동을 하며 지역 불평등 문제를 크게 느껴왔다.
"저도 화천에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수도권 사는 사람들이 찾아가서 축제 중단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동물을 살리자고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권력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죠.저는 축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축제에는 기쁨이 있잖아요.지역 주민과 직접 만나고,흩어진 이웃들이 모이는 공간이기도 하고요.거기서 서로를 환대해 주기도 하며 연대가 확장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문제는 축제의 존폐가 아니다.어떻게 기쁨의 축제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착취의 대상이나 주체가 되는 대신 서로의 존재로부터 자부심을 얻을 수 있을까?희지는 산천어축제에 관한 조사와 액션을 더 이어 나가려고 한다.장기전이 될 테지만,그래도 해나갈 것이다.희지는 간절하다.지역 살림을 해결할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하자고 말하고 싶다.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연대할 필요가 있다.
"맨손잡기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현수막을 봤을 거예요.'산천어도 살고 싶다'라는 문구를 보고 나면,산천어도 살아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게 되지 않을까요?또 이 축제가 지역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잖아요.지역 주민들이 살고 싶은 것처럼 산천어도 살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했어요."
오늘,네가 이 세상에 존재했어
▲ 물고기 아닌 물살이 캠페인 ⓒ 동물해방물결 
희지는 지구에 사는 여러 생명체 중 유독 물에 사는 이들에게 더욱 마음이 간다고 했다.중앙아시아 여행에서 초원을 누비는 말을 본 장면이 뇌리에 각인된 것처럼,스쿠버 다이빙하며 만난 이들 또한 오래도록 희지에게 남아있다.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이들을 보면서 혹시나 실수로 치지 않을까,조심스럽기도 했고요.괜히 손을 내밀었다가 나를 물면 어떡하지,아프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도 있었어요.수조에 갇혀 있는 이들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달랐어요.
수조에 있는 이들은 너무나 활력이 없잖아요.숨을 쉬고 있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단 말이죠.그런데 바다에서 본 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어요.우리가 다 다른 옷을 입고 다른 헤어스타일과 얼굴을 하고 있듯이,그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었어요."
작년에는 창작집단 '넙적한물살이',해양환경단체 '씨셰퍼드코리아' 팀과 함께 거리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물고기'라는 명칭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있는 소나 돼지,닭에게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라고 부르지 않잖아요.그런 것처럼 살아있는 물고기한테 '고기'라고 붙여서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고 사람들에게 물었어요.살아있는 동물을 먹는 존재로만 느껴지게 하는 단어 대신,순우리말인 '물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어떻겠냐고요.그랬더니 많은 사람들이 '물살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네'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오늘날 사람들은 소,돼지,닭과 같은 육지 동물을 통틀어 '고기'라고 부르지 않는다.하지만 가자미,전갱이,블록 체인 개인 정보 보호법고등어에게는 물'고기'라는 이름이 붙는다.육지 동물들은 각각의 특성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물살이에게는 그렇게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물은 육지보다 더 알 수 없는 곳이고,물에 사는 이들의 삶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우리는 물살이를 잘 모른다.
그런데,아이러니하게도 일상에서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살아있는 육지 동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물살이다.
"소나 돼지는 산 채로 만나지 않잖아요.그런데 시장이나 횟집에서 살아있는 물살이를 많이 볼 수 있어요.수족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가 나 있거나,피부가 벗겨져 있거나,눈이 파여있는 물살이들이 많죠."
뭍 동물의 도살장은 감춰지지만,물 동물의 도살장은 전시된다.'물고기'라고 퉁쳐서 부를 수 있기 때문에,물살이 고유의 이름들이 지워졌기 때문에 가능하다.이것이 살아있는 돼지를 죽이는 축제가 없지만,토토 배트맨슬롯보증살아있는 산천어를 죽이는 축제는 열릴 수 있는 이유다.우리는 물살이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물살이들의 눈을 마주하지 않는다.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살아있는 물살이를 쉽게 목격할 수 있잖아요.그럴 때면 물살이의 얼굴을 한번 들여다봐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어요.인사를 건네보고,기분이나 마음을 생각해 봐주셨으면 해요."
내가 상상만으로도 괴로워서 못 할 것 같다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희지는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했다.
"무기력함이 찾아오기도 하고,popl 홀덤회의감이 들기도 하고,세상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아 고민이 되기도 하잖아요.집회나 현장에 나가는 걸 너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고요.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더 많은 존재들과 연결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우리는 모두 지구에 살고 있으니까요.물살이에게 '오늘,네가 이 세상에 존재했어'하고 기억해 줄 한 사람이 되어주셨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