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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알에프텍이 이진형 대표의 손을 떠난다.제이준코스메틱 창업자인 이 대표는 2019년 알에프텍을 인수한 뒤 6년여간 핵심 의사 결정을 주도했다.제이준코스메틱을 외부에 매각한 뒤에도 알에프텍은 손에 남겼는데,토토 장난감이번엔 이 지분마저 정리한다.전략적 개입이 깊었던 오너의 퇴장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이상의 신호로 읽힌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알에프텍은 경영권 양수도 절차를 밟고 있다.알에프텍의 최대주주 알에프스탠다드와 이 대표는 2일 지분 462만446주(지분율 14.4%)를 43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인수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운드에쿼티파트너스,뒤통수 맞고 인생 대박부산에쿼티파트너스다.

주당 양수도 금액은 9307원으로 책정됐다.SPA 체결 당일 종가 3640원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크게 얹어준 것으로 풀이된다.계약금 60억원이 선지급됐고,내달 27일 잔금 370억원도 납입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새로운 이사진 선임 등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나,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알에프텍은 1995년 설립돼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동통신 부가제품 제조업체다.설립 초기부터 휴대폰 충전기와 같은 모바일기기 응용장치를 자체개발주문자상표부착(ODM) 방식으로 삼성전자에 공급해 왔다.이를 바탕으로 설립 19년차인 2013년 연결기준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지배구조도 안정적인 편이었다.삼성전자 출신의 공동창업자 차정운 회장과 정혁진 전 부회장이 각각 10% 초반대 지분을 보유하며 공동 경영을 펼쳤다.알에프텍 아래로는 해외법인과 상장·비상장 계열사들이 병렬구조로 배치돼 있었다.

알에프텍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건 2019년 1월부터다.공동창업자들이 제이준코스메틱에 경영권 지분을 432억원에 양도하면서 최대주주가 교체됐다.제이준코스메틱은 이 대표가 2015년에 설립한 마스크팩 제조업체로,2016년 'SWH'라는 코스피 상장사를 인수한 뒤 합병해 우회상장했다.알에프텍 인수 당시 제이준코스메틱의 최대주주는 '에프앤리퍼블릭'이었다.이 회사 또한 이 대표와 왕텅,판나 등 제이준코스메틱 창립멤버들이 주요주주로 있던 곳이다.

오너십을 확보한 이 대표는 알에프텍의 DNA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먼저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을 교체했으며 의약품과 의료기기,화장품,건강기능식품,미용기기 제조 등 무려 24개의 새로운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했다.이때 시장에서는 알에프텍이 제이준코스메틱의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적 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알에프텍 인수 이후 사업보단 지분 투자 활동에 더 열중했다.가장 먼저 알에프텍으로 히알루론산(HA) 필러 제조업체 '유스필'을 215억원에 사들였다.이후 흡수합병과 물적분할을 연달아 진행해 알에프바이오를 설립했다.2019년 8월 합병 당시 총자산이 45억원이었던 유스필은 2020년 3월 총자산 261억원의 알에프바이오로 재탄생했다.

제이준코스메틱도 바쁘게 움직였다.2020년 말 센시블이라는 콘텐츠 기획사를 65억원에 인수했고,당시 최대주주였던 에프앤리퍼블릭 지분 9.41%를 103억원에 매입했다.센시블 지분은 매출채권 권리를 이전하는 형태로 양수했으며,에프앤리퍼블릭 지분은 매출채권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대용 납입했다.여기에 2021년 7월에는 광고 대행업체 에쓰씨컴퍼니를 55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7월 제이준코스메틱도 앰버캐피탈코리아라는 경영컨설팅업체에 팔아치웠다.그는 보유하던 제이준코스메틱 지분을 모두 털어내는 대신,모터 슬롯 극수제이준코스메틱이 가진 알에프텍 지분을 알에프스탠다드(당시 이도헬스케어)로 매입했다.이 대표 입장에선 핵심 사업회사를 제이준코스메틱에서 알에프텍으로 갈아탄 셈이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알에프텍은 같은 해 12월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는 한주반도체(현 한주하이텍)를 130억원에 인수했다.또 2023년 7월 타법인증권취득 등을 목적으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고,지난해 5월 경남제약으로부터 엔터파트너즈(현 한주에이알티)를 220억원에 사들였다.구주 매입 이후에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78억원을 투입했다.

엔터파트너즈는 코스닥 시장 'M&A 전문가'로 알려진 김병진 플레이크 회장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하나였다.당시 김 회장은 엔터파트너즈 지배구조 상단의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현 빌리언스)와 경남제약을 남궁견 미래아이엔지 회장에게 매각했다.이때 경남제약의 자회사인 엔터파트너즈를 알에프텍이 가져간 것이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서 알에프텍의 몸집은 계속 불어났다.헬스케어부터 반도체 장비,미디어콘텐츠까지 아우르는 그룹사 형태를 띄게 됐다.2019년 연결기준 2502억원 수준이었던 총자산은 지난해 4566억원으로 늘어났다.같은 기간 별도기준 매출의 경우 1305억원에서 1041억원으로 감소했지만,연결기준으로는 2845억원에서 3583억원으로 26% 증가했다.

그러나 수익성과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았다.영업이익은 2019년 131억원에서 2022년 209억원으로 성장하는 듯 보였으나,2023년 50억원,지난해 18억원으로 급감했다.같은 기간 순손실은 26억원에서 203억원으로 적자 폭이 10배가량 확대됐다.영업으로 창출한 현금에서 자본적지출(CAPEX) 등을 뺀 잉여현금흐름(FCF) 또한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 발을 들인 사업가가 M&A를 통해 여러 포트폴리오 회사를 확보하는 모습은 알에프텍 외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며 "그룹 외형이 빠르게 커진다는 게 강점이지만,장기적으로 사업통제력이 악화될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유동성 부담이 뒤늦게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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