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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냥 뒷조사 전담팀
지난달 9일,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이 개를 보호소가 아닌 가정집에서 만날 줄은 불과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심지어 이 개를 집으로 불러들인 과거의 봉사자,현재의 보호자도 오늘 같은 날은 생각 밖이었다고 합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건 주인공‘오층이’(15)를 직접 만나고 난 뒤에도 이어졌습니다.새로운 사람을 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코 인사를 건넨 뒤,자신의 원래 목적인 산책을 나섰습니다.푹신한 흙바닥에서 풀내음과 꽃 냄새를 마음껏 맡는 오층이에게 불안과 두려움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경비원 아저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오층이 보호자 임다영 씨는 “입양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토토룸 커뮤니티경비원분들과 이웃 주민들도 오층이의 조용한 성격과 친화력에 반겨주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개가 13년 전 방송에서 그렇게 두려움에 떨며,누구도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했던 그 개가 맞는 걸까.보금자리에서도 방어 본능이라고는 없이,낯선 이가 다가와도 위축되지 않고 외려 쓰다듬어달라고 몸을 내미는 오층이를 보며 과거의 구조기가 새삼 떠올랐습니다.
2011년 여름,서울 성산동의 한 주택가 주민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높은 건물을 가리켰습니다.그들이 가리킨 건물 옥상 위에는 유기견 한 마리가 위태롭게 걷고 있었습니다.제보자에 따르면 이 개가 옥상에서 지낸 기간은 약 열흘.
최대한 가까이서 살펴본 유기견의 상황은 위태로웠습니다.개가 서 있는 난간의 폭은 고작 12㎝.조금이라도 헛디디면 곧바로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도대체 어쩌다 이 개는 이 백척간두와도 같은 옥상 끝 난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을까요.
한눈에 봐도 겁을 잔뜩 집어먹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구조를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습니다.윤 센터장을 비롯한 구조대는 그물망을 치는 등 안전장치를 강구한 뒤 구조에 나서기로 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출 때까지는 개를 자극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나,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구조 준비에 나선 윤 센터장에게 다급한 연락이 온 겁니다.난간에서 잠시 졸던 유기견이 몸을 뒤척이다 추락해버렸다는 것.급하게 현장으로 가 보니 다행히 건물 구조물에 완충재가 있어 추락의 충격이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동물병원 진단 결과,건강에 지장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한 윤 센터장은 이 유기견을 꼭 안고 동물자유연대로 향했습니다.유기견의 새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건물 5층에서 데려온‘오층이’였죠.
“다들 불가능하다 여긴 오층이 입양,내가 할 줄은…”
방송으로 오층이의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진 만큼,입양 문의도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그러나 오층이를 찾는 사람은 없었고,시간은 1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그 사이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도 남양주에 새 둥지를 틀었고,오층이도 서울 도심에서 남양주의 보호소로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그 사이 노견이 되어버린 오층이를 보며 윤 센터장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이가 든 만큼,이제 오층이가 입양을 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습니다.그건 활동가들뿐 아니라,주기적으로 보호소를 찾아와 주는 봉사자들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그 봉사자들 중에는 다영 씨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원래 다영 씨는 동물자유연대에서 봉사를 하면서 다른 개를 입양할 생각이었습니다.그런데,그 개가 해외입양이 확정되면서 원치 않은 이별을 해야 했고 그 아쉬움으로 상심이 깊던 차였습니다.그런 다영 씨에게 먼저 다가왔던 게 오층이였습니다.
그전에도 오층이를 입양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그러나 오층이의 나이가 입양을 망설이게 한 이유였습니다.다영 씨는 “내가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층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그건 내 책임일 것 같고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그가 오층이 입양을 결심할 때는 그 마음가짐도 “생이 죽고 사는 것은 신의 뜻이니 어쩔 수 없다”는 대범한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음을 한 번 먹자 실행은 일사천리였습니다.3월 초부터 입양상담을 진행하고 오층이가 잘 지낼 수 있도록 식기와 울타리를 마련해 집을 꾸몄습니다.그렇게 한 달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층이는 새 가족의 집으로 향하게 됐습니다.오층이를 구조할 때부터 지켜봐온 윤정임 센터장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 집에 입주한 며칠간 오층이는 낯선 환경에 다소 긴장했습니다.어쩌면 순식간에 진행된 입양이 오층이에게는 약간은 혼란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그래서 구석에 정자세로 앉아 잠도 제대로 못 자고,황금낚시터 토토먹을 것도 기피하며 이틀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호소 봉사로 수차례 만났던 다영 씨가 항상 곁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로는 오층이도 마음을 놓았는지,담요에 몸을 누이고 아껴둔 잠을 실컷 자기 시작했다고 합니다.입주 5일차에 찾아온 뒷조사 전담팀과 보호자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오층이는 자리에 누워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죠.
더군다나 오층이는 혼자 지내는 것도 아닙니다.역시 온센터에서 온‘포라’가 늘 오층이 곁에 있습니다.오층이와 포라는 먹이와‘최애 담요’를 두고 잠시 기싸움을 벌였지만,다영 씨가 항상 지켜보며 중재한 덕에 지금은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포라는 지금 당장은 임시보호지만,입양을 전제로 한 임시보호인 만큼 오층이와 함께 이 집에서 평생을 함께 할 친구입니다.
그런데,여기서 다영 씨의 입양 계획은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층이에게 특별히 뭘 해주고 싶지는 않아요.그냥 하루하루,키 오스 토토평범하게 살고 싶어요.소셜 미디어 스타로 만들어줄 능력은 없지만,편하게 살다가 갈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을 오층이와 다른 개들에게 주고 싶어요.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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