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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바티칸 콘클라베에서 새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처음으로 나와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AFP/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8일(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은‘레오 14세’를 즉위명으로 택했다.가톨릭교회에서‘레오’는 라틴어로‘사자’를 의미한다.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처럼 강인함과 용기,리더십을 상징한다.

교황이 즉위명을 선택할 때는 단순한 전통을 넘어 그의 신학적 우선순위와 사목 방침을 상징한다.또는 그가 존경하거나 본받고 싶은 과거 교황이나 성인들과의 연결고리를 찾기도 한다.

레오 14세라는 이름은 19세기 후반 가톨릭 사회 교리의 기초를 닦은 교황 레오 13세를 연상케 한다.1891년 레오 13세는 사회적 회칙‘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을 발표해 당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자본주의의 폐해와 사회주의의 환상”이라고 함축해 표현했다.레룸 노바룸은 우리말로‘새로운 사태’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다.

새 교황이‘레오’라는 이름을 택한 것은 사회 정의와 노동자 권리에 헌신한 레오 13세를 기려 가톨릭의 사회 참여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8일(현지시간) 바티칸 콘클라베에서 새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처음으로 나오자,기뻐하는 시민들.[AFP/연합]

특히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 중 한 명으로,최근까지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지내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그의 개혁 정책 추진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여성의 교회 내 역할 확대,투명한 주교 임명 절차,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정책들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해 왔다.특히 주교부 장관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을 주교 임명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 구조적 변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성향은 교회 내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교회의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들 눈에 프란치스코의 개혁 정책은 주교와 추기경들의 권력과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인 것으로 보였다.이런 불만은 콘클라베 전 열린 추기경들의 사전 회의에서도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을 정도다.

가톨릭교회 내 보수와 진보 간 분열 양상 탓에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완전히 한쪽으로 쏠린 인물이 선출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이런 예상에 들어맞듯 추기경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성향을 품고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겸손한 성정을 가진 레오 14세를 새 수장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여러 이념 진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의제를 이어갈 교황과 보수적 교리의 길로 돌아갈 교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균형 잡힌 중도파’가 대안으로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은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는 교황청이 지난 10여년간 추진해 온 개혁 기조의 연속성 측면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권위주의를 탈피하고,윈조이 슬롯 시세투명성과 참여를 강화하며,한국도박문제 관리센터사회적 약자와 주변부를 우선하는 교회로의 전환을 지향해왔다.페루의 빈민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목 활동을 한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슷한 목자의 길을 걸었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으로 보수파와 개혁파로 분열된 가톨릭교회 내의 화합은 신임 교황이 직면하게 될 주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수 성향 추기경들과 대립하며 교회 내 분열은 물론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졌던 만큼 중도파인 레오 14세는 보수파를 아우르는 동시에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역할을,그의 이름처럼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레오 14세의 방한 여부에 대해선 이르면 2년 후인 2027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7년에 열릴 차기 세계청년대회(WYD)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했기 때문이다.세계청년대회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84~1985년 바티칸에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을 초청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행사인데,보통 교황이 개최지에 방문하게 된다.

레오 14세가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에 오면 교황 역대 4번째이면서 13년 만의 방한으로 기록된다.그전에는 1984년과 1989년에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에 왔고,지난 2014년엔 프란치스코가 찾아와 국내 신도들을 만났다.

프란치스코 재위 시절 성사되지 못한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한반도 평화는 가톨릭교회의 중요 과제이며,선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 교황이 방문한다는 것은 상징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다만 교황 방북은 북한 입장에서도 중요한 외교 카드이다 보니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등 국제 정세에 따라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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