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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세상에 평안을.마음에 자비를’이 나부끼는 사월 초파일,관불회(灌佛會),석가탄신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부처님 오신 날’서울 조계사 앞이 시끌벅적하다.70년 전 조계사 역사를 되새기고 싶은 이승만을 추앙하는 시위대 차량,귀빈(VIP) 차량,의전 차량들이 뒤섞여 이날,카지노 자막이 시간만큼은 가장 혼잡한 지역이 이곳일 것이다.
예전 석가탄신일에서 2018년 명칭이 변경된‘부처님 오신 날’은 음력 4월 8일,올해는 5월 5일 어린이날과 겹친다.모든 사찰에서 봉축 행사가 행해지고,특히 서울 조계사 법요식은 종정,원로회의 의장,총무원장,종회의장 등 종단의 주요 큰스님들이 참여하고,정관계 인사들까지 함께해 오전 10시에 개최하고 지상파 방송 3사가 생중계했다.
우리나라에선 부처님 탄신일로 지내고 있지만,여러 불교국가에선 부처님의 탄생과 부처가 비로소 깨달음에 도달한 성도일을 함께 지내는 경우도 있고 탄생,깨달음 그리고 입적을 모두 함께 기리는 경우도 있다.그래서 우리나라도‘부처님 오신 날’로 명칭을 변경한 듯하다.
불기 2569년,불기(佛紀)는 부처의 열반(입멸)을 의미하는 불멸기원(佛滅紀元)의 준말로 부처가 열반한 해를 연도의 기점으로 헤아리는 불교계에서 쓰는 연도 표기법이다.
부처는 서기 전 624년에 태어나 서기 전 544년에 열반했다고 전해지고 있어 서기 2025년에 544년을 더하면 불기 2569년이 되는 것이다.부처님 오신 날을 한 달여 앞두고 광화문 광장 등 전국 주요 도시 중심지에 불탑이 세워지고 불이 켜졌다.
봉축탑 점등식이 열렸고 청계천 광장,종로 거리를 비롯한 사찰 주변에 연등이 내걸렸다.
부처님 오신 날 일주일 전 주말에는 유네스코 세계 유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연등 행렬이 동대문에서 종로를 거쳐 종각까지 이어지고 종각에선 밤늦도록 신명 나는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4월 한 달여 동안 각자가 세상의 주인임을 천명한‘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태어난 부처가 이 땅에 오신 것을 축하하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 것이다.
대한불교 총본산 조계사
조계사는 서울특별시 사대문 안이라는 종로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직할 교구의 교구본사이다.사찰 규모는 도심 한복판에 있다 보니 소박한 편이나 우리나라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본사(本寺)로서 경복궁 근정전에 맞먹는 거대한 대웅전이 있다.
‘대한불교 총본산 조계사’( 大韓佛敎總本山曹溪寺)라는 현판이 일주문에 걸려있다.
대웅전 옆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500년 이상 된 노송이 불교의 근현대사를 지켜보며 외롭게 멋스러움을 뽐내고 있다.
조선 태조 시절 1395년에 창건된 삼각산 태고사를 이전하는 형식을 취한 조계사이지만 실질적 창건은 구한말(1910년)이다.그리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 않지만 근현대 한국불교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숭유억불 정책의 조선왕조 내내 멀쩡한 사찰도 산자락으로 추방당하고 승려는 천민급으로 취급돼 도성 출입마저 원칙적으로 금지당했기에 한국 불교에는 구심점이 될 종단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한제국 시절에 밀려 들어오는 일본 불교 세력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왜색화될 수밖에 없었다.만해 한용운 등 민족적 불교 인사들이 새 종단을 구성하고 사대문 안에 절을 세우고자 했는데,사대문 안에 절을 세운다는 것은 억압받고 천민 취급 받았던 한국 불교계에 있어 그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3개월 동안 백미 1000석,6000여 환을 모아 현 조계사의 바로 옆에 절을 세우고 각황사(覺皇寺)라 이름 붙였는데 이는 조계사의 전신이 됐다.각황(覺皇)이라는 이름은‘깨달음의 황제’라는 뜻으로 부처의 별칭이기도 했고,승려의 도성 입성 금지를 해제하고 도성 내 절 설립을 허가한 대한제국 황실에 감사한다는 뜻도 있다.그러나 각황사를 설립하고 종무원 설립 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 1910년 나라가 사라지면서 아픈 역사가 시작됐다.
일본제국주의가 한국 불교를 통제하려는 과정에 각황사는 총독부 체제에 흡입되는 세력이 중심이 됐고 이에 반발해 한국불교의 새로운 대표기관을 설립하려는 세력이 양분해 혼재했다.전라도 백양사의 박한영,화엄사의 진진응,북쪽에서는 한용운 등이 중심이 돼 1911년에 송광사에서 승려대회를 열어 임제종(臨濟宗)을 설립하기도 했고,사찰령에 따른 30본산제도에 대응하는 한국 불교계의 새로운 대표기관을 세우고자‘조선불교회’와‘불교동맹회’등을 조직하기도 했으나 조선총독부의 지속적인 방해로 실패한다.
일본의 한국불교의 통제 야욕을 저지하고자 한용운,해인사 회광,마곡사 만공스님 등 뜻있는 승려들은 서서히 민족 사상을 고취하면서 3·1 운동,만당(조선불교 청년 총동맹) 등을 주도하며 일제에 저항하기도 하고 1935년엔‘31본산주지회의(30본산 + 화엄사)’를 열고 총본산 설립과‘조선불교 선교양종종무원’이라는 대표기관의 구성,각황사 교당 개축을 결의했다.
이에 1937년에 각황사 옆에 새로 절을 건축하고,삼각산에 있던 태고사(太古寺)를 이전하는 형식을 취해 태고사라고 개칭했다.한국 조계종의 창시자였던 태고 보우국사를 모시던 태고사를 이어받으며 한국 조계종의 본산에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이후 각황사의 일본식 본당 등은 철거되어 사라지고 1941년 조선의 사찰 및 승려를 통할하는‘조선불교 조계종 총본사 태고사법’이 인가를 얻어 조선불교 조계종이 발족하고 태고사(조계사)는 대한불교 총본산이 됐다.
광복 이후인 1954년에 비구승들에 의한‘대처승 추방’등의 왜색불교 정화 운동이 일어났고 안국동의 선원에 있던 비구승들이 태고사로 들어오게 되면서 원래의 태고사란 이름과 비구승들의 조계사라는 이름이 같이 붙게 됐다.
불교를 약화하려는 이승만 정권의 지원과 왜색불교 정화라는 명분에 힘입어 1954년‘비구승 vs 대처승 분규 사건’은 비구승들의 승리로 끝났고 비구승의 주도로 1962년 통합종단으로서 대한불교조계종이 세워지자 태고사 역시 조계사로 개칭됐다.
조계종과 조계사 그리고 한국 근대 불교의 역사는 친일 행적과 민족적 행적이 뒤섞이고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이승만의 야욕 등이 결합한 불행했던 역사를 품고 있으며 그 갈등의 골은 지금도 남아 있다.
조계사와 봉축 법요식
‘부처님 오신 날’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봉축 행사를 하지만 조계사 관불의식과 봉축법요식은 불교 관련 방송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매년 대통령과 주요 정당 대표들이 참석하지만 올해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이 축사하고 우원식 국회의장,오세훈 서울시장,정근식 서울시 교육감과 주요 대선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헌등,헌촉,헌향,헌다,헌미,헌화 등 여러 형태로 부처님 전에 예를 표했다.
기독교,천주교,원불교,민족종교 등 이웃 종교 대표자분들도 함께 축하하며 부처님 전에 헌화하고,진우 총무원장 스님의 봉축사와 성파 대종사 종정 예하의 법어,정원주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의 발원문 등을 통해 부처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쟁과 분열,재난과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 세상에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퍼지기를 발원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1만여 명이 참석한 불기 봉축 행사에는 작년에는 없었던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이들도 참석해 헌화했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유가족,경북산불 피해 유가족,오랜 농성 중인 사업장 노동자,사회적 차별 연대,토토 노 애니장애인 가족 등등.
조계사 연합합창단의 찬불가,봉축가,배우 이승기,양궁선수 임시현 등에 대한 불자 대상 시상식,총무원장과 원로회의 의장 스님이 어린이들에게 마정수기(摩頂授記,정수리를 만져서 불법에 대한 지혜를 부여)를 하는 등 1시간가량 진행됐다.
행사를 마치고 나오니 조계사 뒤편에서는 8000여명분의 식사를 준비해 오시는 모든 이에게 베풀고 있었고 오후에는 옆마당에서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이 주요한 행사로 거행되기 때문에 관불회라는 명칭도 붙었는데 관불의식은 부처님에 대한 공경을 표시하고,자기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는 의미에서 행해지고 있다.
연등회와 연등행렬
부처님 오신 날의 전 주말에 서울 도심은 수많은 인파가 장사진을 이룬다.연등회 대표행사인 연등 행렬을 보기 위해 4월 26일 종로 길거리는 내·외국인들로 도로 양옆이 가득 찼다.
작년에는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인파가 행렬 구간 도로에 몰렸는데 올해는 날이 좋아 그 인파가 배가 된 듯했다.
삼국시대 진흥왕 때 전몰장병을 위로하기 위해 불교 법회인 팔관회와 더불어 연등회가 왕실 및 국가 주도로 시작되었다고도 하니 1300여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한국의 전통문화가 됐다.
이에 따라 국가유형문화재 122호이며,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돼 국가 축제로 각국에서 이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내한한다.
인도 부처님 당시 가난한 여인이 정성을 담아 부처님 가시는 길목에 등불을 밝혀 공양을 올렸다.밤이 깊어 바람이 불어 모든 등이 꺼져도 이 여인의 등불만은 꺼지지 않았다고 하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설화가 있다.
석가모니 당대에도 등공양의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5세기경 인도에는 연등회가 성대하게 행해졌고 중국으로 건너 가서는 사자춤이나 각종 묘기까지 함께 행해졌다.
이러한 연등 풍습이 불교 전래와 함께 삼국시대에 전래됐던 것이다.
고려 시대에 정월과 2월에 열리는 연등회는 부처를 즐겁게 해 국가와 왕실의 태평을 비는 행사임과 동시에 풍년기원제와 결합하기도 했다.
고려 중기에 부처 탄생을 축하하는 연등으로 부처님 오신 날에 열게 됐고 숭유억불 정책의 조선시대에도 팔관회와 국가 주도의 연등회는 폐지됐지만 민간에서 개최하는 연등회는 허락돼 전통이 유지됐다.
연등(燃燈)이란 등에 불을 밝힌다는 뜻으로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하고 욕심과 집착으로 어두워진 마음과 세상이 지혜의 등불로 인하여 밝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는다.
원래 불교 행사지만 지금은 종교,성별,국적과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전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산하 종립학교인 동국대 운동장에선 연등회 개회를 알리는 연등법회 및 어울림마당 행사가 열렸다.
관불의식과 어린이,청소년,연희단의 율동 발표,그리고 각종 연등이 선보이고,연등 경연대회 시상식도 진행됐다.
어울림 행사를 마친 일행은 동대문 흥인지문 앞에서 치타대를 필두로 총무원장 스님과 어린이 참가자들이 선두에서 등을 들었고 종로6가·5가·4가·3가·2가·종각까지 2.7㎞ 구간에서 행렬이 2시간여 계속됐다.
조계종의 여러 대형 사찰뿐만 아니라 천태종,진각종 등 타 종단,그리고 유년부,고등학생,대학생,포교원,사회단체 등 다양한 계층과,스리랑카,베트남 등 해외 불자들까지 60여개의 참가단체가 자발적으로 각양각색의 행렬 등을 만들고 연희단복도 맞춰 입고,각자 독창적인 모습으로 행진했다.
아기 부처와 사자,코끼리,봉황,연꽃 등 다양한 상징물들을 표현한 대형 등불과 각양각색의 수만개의 행렬 등이 서울 도심을 밝혔고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창조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연등 행렬이 끝나는 장소인 종각 사거리에선 서도밴드,김태연 등의 공연과 강강술래,골드 클럽 카지노 $30 무료 칩대동놀이 등 신명 나는 놀이 한마당이 밤늦도록 이어졌다.
불교계의 여러 종파,내·외국인,어린이와 노인,장애인과 사회적 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일반 시민들과 함께 하나의 도시 축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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