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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유명한 약이라면 효능·적응증 정도는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겁니다.설사 모르더라도 약에 동봉된 사용설명서를 읽으면 됩니다.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효능·적응증 이외의 정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이를테면 약 이름에 담긴 뜻이나,약의 개발 비화,약을 만든 인물 또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말입니다.[우리 약史]가 이처럼 설명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립니다.약의 역사(史)뿐 아니라,토토 팔로우약을 개발한 회사(社)나 약과 관련된 다소 사(私)적인 이야기도 다룹니다.

활명수는 1897년 궁중 선전관이었던 민병호 선생이 개발한 국내 최초 양약이다.그는 궁중에서만 복용하던 생약을 일반인에게까지 보급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던 한약 지식에 서양의학을 접목해 활명수를 개발했다.

활명수의 한자 뜻은‘생명을(命) 살리는(活) 물(水)’이다.민병호 선생이 활명수를 개발한 당시에는 사람들이 급체나 위장병과 같은 질환만으로도 목숨을 잃곤 했는데,실제로 그 시절 활명수는‘생명을 살리는 물’이라고 불리며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활명수를 개발한 민병호 선생과 아들 민강 선생은 1897년 활명수를 대중화하기 위해 한성부 서소문 차동(현 서울특별시 중구 순화동 5번지)에 동화약품의 전신인‘동화약방’을 설립했다.

이곳이 국내외 독립운동의 다리 역할을 하게 된 건 1919년부터다.3·1운동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은 서울에 상해 임시정부와 국내를 연결하는 연통부를 설치했다.이때 동화약방 사장이었던 민강 선생은 그의 집을 연통부의 거점으로 내어줬고,행정 책임자를 맡아 국내외 연락을 담당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민강 선생은 국내외 연결다리 역할뿐 아니라,활명수를 판매한 금액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해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행정책임자로도 활동했다.당시 활명수 한 병 값이 50전이었는데,이는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을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일부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으로 갈 때 활명수를 지참해 현지에서 비싸게 판 뒤 독립운동 자금에 보태기도 했다.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며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민강 선생은 1931년 건강 악화로 순국했다.그러나 이후에도 동화약방의 독립운동은 이어졌다.5대 윤창식 사장은 경제 자립을 통한 국권 회복을 위해‘조선산직장려계’를 결성했으며,항일 단체 신간회를 지원했다.윤창식 사장의 대를 이어 7대 사장이었던 윤광열 명예회장 또한 광복군으로 활동했다.그는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 중국 상해 정부군을 찾아가 중대장직을 맡기도 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활명수는 지금까지도 대중적인 소화제로 자리 잡고 있다.1967년 본래의 활명수에 탄산을 첨가한‘까스활명수’가 나왔고,이어‘까스활명수-큐’와 어린이용‘꼬마활명수’의약외품인 까스활(活),미인활(活) 등이 차례로 출시됐다.일반의약품인 까스활명수는 약국에서만 살 수 있고,슬롯 이순신까스활액은 편의점에서도 판매한다.까스활명수에는 육계·진피·현호색·건강·후박·육두구·멘톨·고추틴크 등 11가지 생약 성분이 들어갔고,슬롯 그룹의약외품에는 이 중 6가지만 들어있다.

활명수는 약 70%의 점유율과 함께 국내 액제소화제 시장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약 또한 활명수였다(2020년 기준).현재까지 활명수 누적 판매량은 약 90억병,연 매출은 2024년 기준 약 834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