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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가 정책으로 의료 왜곡현상 발생
비급여 진료 적은 필수의료는 쇠락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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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서울 강남구보건소장(전 삼성서울병원 원장)
이종철 서울 강남구보건소장(전 삼성서울병원 원장)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저부담,저급여,탑툰저수가 기조 아래 설계됐다.즉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적게,공단에서 부담하는 급여 비용도 적게,이를 위해 의료 행위의 수가는 낮게 책정됐다는 뜻이다.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저수가 기조가 진료량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환자의 비용 부담은 줄고 진료 혜택은 확대되면서 진료의 양이 많아진 것이다.특히 암환자 등 중증 환자로 등록되면 치료비의 5%만 본인 부담하도록 하고,65세 이상 환자가 의원급 외래진료 시 1500원 정액 부담을 하게 한 조치가 진료량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문제는 많아진 진료의 양이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제공되는 것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얼마나 저수가인 걸까?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3차 진료 행위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진료의 기본 원가보전율은 86.7%이며,수술은 68.8%,처치는 72.9% 수준으로 모두 원가에 훨씬 못 미쳤다.진료의 수가는 의사의 진찰,처치에 대한 행위료와 진료재료비,장비를 사용한 검사료 등의 합이다.그런데 이 중 재료비나 검사료에 비해 의사의 행위료가 더 낮게 책정됐다.특히 지난 정부에선 비급여 진료를 축소하면서 의사의 행위료에 부가하던 특진료도 사라졌다.

너무 오랜 기간 저수가 정책을 유지하면서 의료에 많은 왜곡 현상도 생겼다.대표적인 게 비급여 진료의 증가다.의사들은 원가에 미달하는 급여 진료보다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진료를 선호하게 됐다.더구나 실손보험 도입으로 비급여 진료량은 더 많아지고 의료 왜곡 현상은 심화됐다.

그 결과로 비급여 진료가 적은 필수 의료는 쇠락할 수밖에 없었다.특히 수술 치료의 경우,의사 인건비가 극히 낮게 책정돼 있고 수술에 따른 법적 위험 부담만 커져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다.지금이라도 수가 현실화와 더불어 어려운 수술이 제대로 보상받고,지방에서 일하거나 오지의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의사가 제대로 처우받는 수가로 만들어야 의료가 산다.

비급여 진료도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적응증 및 사용 규정도 있어야 한다.의사도 지금까지처럼 비급여 진료로 급여 진료의 원가 보상을 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즉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발맞춰 적정부담,탑툰적정수가,탑툰적정보장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불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우리나라는 행위별 지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이는 병원에서 진행한 검사,탑툰치료,약 처방 등을 일일이 따로 계산해 모두 더하는 방식이다.지금까지 수많은 의료기기,진료 재료,약품 등이 늘어나고 발전했다.많은 경우 복합 진료 행위가 되기 쉽다.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행위별 지불제도에선 복합처방이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무엇이 적정한 진료,탑툰적정한 수가일까?여기엔 의료의 질 평가가 필수적이다.질 평가가 좋을수록 수가를 많이 주는 게 옳다.하지만 너무 많은 진료비를 사용했다면 적정했다고 볼 수 없다.적은 비용으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가장 적정하다.

실례를 들어보자.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적 보험인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에 가입된 환자를 진료하려면 진료 질 평가를 받고 전자의무기록을 설치하게 했다.

가령 당뇨병 환자의 경우 질 평가 지표는 당화혈색소검사(HbAlc)다.이 검사를 하면 최근 2,탑툰3개월 평균 혈당치를 알 수 있다.이 결괏값이 목표치를 유지하거나 좋아지면 가산을 해 준다.즉 행위별 수가제와 질 평가를 같이하는 셈이다.그 결과치는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CMS에 전달된다.미국은 지금도 계속 질환별 질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있다.그만큼 한 제도가 정착하려면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는 뜻이다.우리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지표 개발과 더불어 모든 개원의가 전자의무기록 사용을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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