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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태 전 헌법재판관이 지켜본 내란과 탄핵… “타협과 통합 못하는 한국 정치도 고민해봐야” 헌법재판관 출신 이석태 변호사가 2025년 4월2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이종근 선임기자 
12·3 내란 계엄의 우두머리,윤석열의 파면은 내란의 끝이 아니었다.대통령을 탄핵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폄훼하는 극단적인 정치 세력의 목소리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법적 근거도 명분도 없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황당한 헌법재판관‘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헌재에서 만장일치로 인용됐지만,보수 언론은 되레 헌재를 향해 “정당 파견원 된 헌법재판관들”(조선일보,2025년 4월18일치 사설)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헌재에 대한 위협을 전직 헌법재판관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한겨레21이 이석태 전 헌법재판관(임기 2018년 9월21일~2023년 4월14일)을 만나 물었다.이 전 재판관은 “헌재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을 넘어서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덕수가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과 이후 헌재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과정은 어떻게 봤나.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아서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웃음) 앞서 국회 몫으로 추천된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아니라 권한대행이기 때문에 임명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가,윤석열이 탄핵된 뒤 2명(이완규,함상훈)을 지명했으나 헌재가 만장일치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헌재처럼 논리와 원칙이 굳게 서 있는 곳에선 정치적 성향(진보,보수)을 떠나서 이런 비논리가 설 수 없다.(한덕수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헌재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이후 조선일보는 기사와 칼럼을 통해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기본적으로 헌재는 국가의 정통성,법치주의,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앞서나가지 않는 (보수적인) 결정을 내린다.헌법재판관은 기본적으로 (정치 성향 구성이) 다양하고,보수적인 사람이 포함된다.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갈등이 많은데,그중에서도 정치적 갈등을 이렇게 다양하게 구성된 재판관들의 단심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구는 헌재가 유일하다.그런 헌재가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을 부인하게 되면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가자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헌법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한다는 것은 보수 언론답지 않은 공연한 헐뜯기로 보인다.”
—보수 진영에선 윤석열의 탄핵 결정조차 인정하지 않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헌재의 윤석열 파면 결정은 최후의 결정이다.이 결정을 다투게 되면 우리나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무너진다.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보수 우파는 헌법 수호 세력’이라고 이야기한 것을 인상 깊게 봤다.헌재가 헌법에 근거해 판단하는 결정이야말로,가장 보수적이고 국가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에 보수 가치의 핵심과 일맥상통한다고 봐야 한다.보수야말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헌재를 설립한 보수가 헌재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헌재를 흔들지 않고 지키는 것이 지금 보수와 보수 언론이 할 일이다.”
—2024년 12월3일 어디서 계엄 소식을 들었나.
“그날,참여연대 30주년 기념 전·현직 홈커밍 데이가 있었다.(이 전 재판관은 2011~2014년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아주 유쾌한 시간을 갖고 집으로 가는 중에 소식을 접하고 굉장히 놀랐다.그런데 군인이 국회에 진입하는 과정도 그렇고,계엄사령부가 발표하는 포고령도 내용이 허술했다.법률 용어도 아닌‘처단’이 등장하는가 하면,국회의 활동을 막고 의료계 이야기까지 나와서 전체적으로 계엄 과정이 헌법에 대한 이해 없이 허술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국회가 계엄을 해제한 후에는 윤석열이 탄핵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그렇다.대통령 탄핵은 헌법에 근거한 것이고,나도 재판관을 했었기 때문에 윤석열의 파면을 확신했다.우선,12·3 계엄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명백히 위헌·위법했다.헌법과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그런 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파면은 당연한 것이다.당시 칼럼(한겨레)으로도 썼지만 윤석열을 체포해 수사하고 빨리 탄핵해 헌법 질서가 정상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봤다.”
—헌재가 변론을 종결하고도 한 달 넘게 선고하지 않으면서‘기각이나 각하를 주장하는 재판관이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나는 파면 결론 자체를 부정하는 재판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국회가 소추했는데,헌재가 각하할 이유가 없는 거다.앞서 여러 탄핵 심판 소추가 있었지만 헌재가 각하를 한 사례도 없었다.다만,시간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나도 헌법재판을 해봤기 때문에 변론을 종결하고 나서 재판관 전원이 숙의에 들어가고 평의를 하는데 그 과정이 간단치 않다.특히 이번처럼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제기한) 쟁점이 많은 경우에는 각 쟁점마다 재판관들이 모두 합의해야 한다.대통령 탄핵 사건의 성격 때문에 재판부가 의견을 모아서 하나의 의견이 나와야 국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4월18일은 넘기지 않게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일부 보충의견도 있었는데 모든 쟁점을 어떻게 정리해서 완결성 높은 결정문을 쓸지를 고민했을 뿐,파면이냐 아니냐를 고민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윤석열 파면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무엇이었나.
“1월21일 문형배 권한대행이 윤석열에게‘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질문을 듣고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했다.비상입법기구가 국회 대체 기관처럼 보이는데 이 기구가 설치되면 국회를 무력화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의 대표를 무력화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윤석열에 대한 서울서부지방법원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담당 법관이 윤석열에게 유일하게 한 질문이 바로 이 국가비상입법기구에 관한 것이었는데,12·3 계엄이 지닌 문제의 핵심을 보는 법관들의 눈이 다 비슷했던 것 같다.”
—그렇게 구속된 윤석열이 법원의 판단으로 풀려난 것은 어떻게 봤나.
“아주 좋게 해석한다면 판사가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종래와 다른 방식(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으로 구속기간을 계산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내가 이해하기 힘든 것은 그다음이다.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 가서 윤석열의 구속 취소 판단에 대해‘즉시항고를 해서 상급심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검찰이 포기하고 윤석열을 풀어줬다.법원에서 피고인의 구속을 취소해야 할지 판단을 받아보라고 이야기까지 하는데,검찰이 자신들이 구속한 피고인을 이렇게 풀어준 적이 있었을까?윤석열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이렇게 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윤석열 구속 취소와 관련해서는 판단을 내린 판사보다는,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검찰을 문제 삼아야 한다.”
—대통령 탄핵을 국민투표로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치권에서 이야기는 해볼 수 있겠지만 논의의 실익은 크지 않을 것 같다.이번 윤석열 탄핵에서도 국민투표로 했더라면 만장일치로 파면을 의결할 수 없었을 텐데,이런 사건은 반드시 헌재에서 재판관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그래야‘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선 안 되겠구나’하고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만약 국민투표로 아슬아슬하게 파면된다면 국론 분열은 더 심해질 것 같다.”
—대한민국 헌정사가 그리 길지 않은데 3명의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고,2명의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에 그리 오래되지 않아 또 한 명의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가 좀 취약한 면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국회가 계엄을 해제하고 시민이 저항해서 우리 민주주의가 회복되긴 했다.그래도 3년 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왔던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파면된 뒤에도 자기가 옳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새로운 현상이다.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우리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예전에 학생운동 했던 청년들이 큰 시위를 할 때도 법원에 들어가는 건 상상을 못했는데,이번 (서울)서부지법 난동 때는 난입한 청년들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보면서 굉장히 우려스러웠다.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 더 고민할 부분이 있다면.
“윤석열 탄핵 결정문에도 나온 것처럼 이 사태와 관련해서 윤석열이 전부 다 잘못한 것이냐,현 정치가 그렇게 몰아간 측면도 고민해봐야 한다.국회에 다수당과 소수당이 타협하고 통합해야 하는데,그런 면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되돌아볼 건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이 탄핵 소추를 너무 많이 했다고 보나.
“전직 헌법재판관이자 법률가로서 보기엔 남발이 맞다.기회만 되면 국무위원과 검사를 탄핵 소추하는 건 소송 전략 차원에서도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이번에 한덕수 권한대행처럼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잡아서 확실하게 탄핵 심판을 청구하고,혼낼 수 있게 탄핵 심판에서 이겨야 한다.보통 재판할 때는 중요한 것이 이길 수 있는 재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재판에서 지면 그 자체로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그런데 민주당에서 제기한 탄핵 사건들을 보면,(한덕수와 윤석열을 제외하고) 거의 만장일치로 재판관들이 기각했다.민주당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한 노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가 있다.그렇게 윤석열이 파면되긴 했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극우가 준동하는 계기가 되고,법원을 때려 부수는 사건도 발생했다.우리가 손해를 본 것은 없는지,카지노 방계엄과 탄핵을 피할 방법은 없었는지도 되돌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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