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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국내 1위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 인수 통해 명가 재건 시도
지주사 (주)웅진 부채율 414%…일각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백과사전 외판원에서 출발해 한때 재계 서열 30위권의 그룹을 일궜기 때문이다.전성기 때 웅진그룹의 자산은 9조원대,매출은 6조원대를 기록했다.2013년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에도 포함됐다.주력인 교육(웅진씽크빅)에 이어 정수기 렌털(웅진코웨이),건설(극동건설),애니팡 맞고 친구랑하는법화학(웅진케미칼),태양광(웅진에너지),카지노 kim so-jung식음료(웅진식품),금융(서울저축은행) 등으로 문어발 사업 확장을 한 결과였다.
미다스의 손인가,마이너스의 손인가
무리한 외형 확장의 후유증은 컸다.2007년 웅진그룹의 품에 앉긴 극동건설이 대표적이다.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극동건설의 재정난이 가중됐다.그룹 차원에서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극동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그룹 전체로 확대됐다.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현 (주)웅진)는 2012년 건설 계열사인 극동건설과 함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윤 회장 역시 채권단의 반대로 웅진홀딩스 법정관리인에서 배제됐을 정도로 리더십에 생채기를 입어야 했다.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와 웅진식품 등 알짜 계열사를 줄줄이 매각했다.웅진코웨이(현 코웨이)는 그룹 성장의 상징적인 회사다.1989년 회사 설립 이후 한 번도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이런 회사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넘기면서 윤 회장이 많이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식품도 마찬가지다.사모펀드인 한앤코에 매각할 당시만 해도 웅진식품은 400%에 달하는 부채율과 영업적자에 시달렸다.웅진식품을 헐값에 인수한 한앤코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단행했고,이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한앤코는 2018년 12월 대만 통이그룹에 26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웅진에서 인수할 때보다 3배 가까운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겼다.
물론 윤 회장의 선택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알짜 계열사를 처분한 돈으로 회생 채권을 갚았기 때문이다.웅진그룹은 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1년4개월 만에 조기 졸업했다.급한 불은 껐지만 그룹 재건은 쉽지 않았다.알짜 계열사를 팔면서 그룹의 외형이 웅진씽크빅 중심의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한때 9조원대에 이르던 자산은 1조원대로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 회장은 계열사를 불법 지원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법원은 윤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2020년까지 윤 회장은 웅진을 포함한 계열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는 처지가 됐다.윤 회장은 지주회사 지분을 자녀들에게 모두 증여했다.그룹 임원 자리도 장남인 윤형덕 전무(현 렉스필드 부회장)와 차남인 윤새봄 전무(현 웅진 사장)로 대체됐다.사실상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대신 윤 회장은 막후에서 경영을 이어갔다.그룹 재건에 절치부심하던 윤 회장은 2019년 승부수를 던졌다.MBK에 매각했던 웅진코웨이를 6년여 만에 되사온 것이다.윤 회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기업인이 한 번 실패하면 낙오자로 전락한다.재기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바람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1조6000억원의 인수대금을 외부에서 수혈하면서 그룹의 자금난이 가중됐기 때문이다.코웨이 인수 이듬해 (주)웅진의 부채율은 1000% 가까이 치솟았다.
윤 회장은 이번에도 알짜 계열사들을 내다 팔았다.어렵게 인수한 코웨이를 100여 일 만에 재매각했다.이 과정에서 웅진그룹은 1000억원의 매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도서물류 1위인 웅진북센과 국내 유일의 태양광 잉곳·웨이퍼 생산업체인 웅진에너지 등도 매물로 내놨다.이 과정에서 (주)웅진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하락했다.무리한 확장에 따른 참사가 2012년에 이어 2019년에도 벌어진 것이다.
웅진그룹이 현재 추진 중인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두고 재계에서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프리드라이프는 국내 1위 상조회사다.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누적 회원 수는 221만 명,총자산은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웅진그룹은 현재 이 회사 지분의 100%와 경영권 인수를 위해 프리드라이프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와 협상 중이다.인수금액은 9000억원~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 측은 프리드라이프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그룹의 한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업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신성장동력 발굴은 그룹의 사명이자 계열사도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이라면서 "웅진씽크빅과 프리드라이프의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낸다면 장기적으로 양사가 모두 성장해 그룹 부채비율 역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웅진그룹 측 "체계적으로 부채율 관리 중"
하지만 재계에서는 벌서부터 우려가 나온다.이번에도 인수자금 대부분을 유상증자 없이 차입에 의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주)웅진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91억원에 불과하다.빚을 지지 않고서는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문제는 총부채를 순자산(자본총계)으로 나눈 부채율이 414%에 이른다는 점이다.통상적으로 부채율이 200%를 넘으면 위험기업으로 분류된다.(주)웅진의 경우 이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코웨이 사태 재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체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2019년 코웨이를 인수하면서 부채율이 236%에서 961%까지 급증했다"면서 "이후 자산을 매각하면서 부채율을 400%까지 낮췄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빛을 내서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할 경우 부채율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동안의 악재를 극복하고 윤석금 회장이 '웅진 왕국'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웅진그룹 관계자는 "그룹은 현재 내부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부채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위해 주주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는 유상증자가 아니라 영구채 발행과 인수금융 등을 활용한 것도 시장 및 주주의 우려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물음표 달리는 웅진 오너 2세들의 경영능력
장·차남 경영한 회사 실적 내리막길에 고민도 커졌다
윤석금 회장은 그동안 "무조건적인 부의 승계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그는 "오너 2세라고 무조건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질이 있는지 검증해 보고 그에 못 미치면 과감하게 전문경영인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원칙이 무너졌다.리더십에 생채기를 입은 윤 회장은 보유 지분을 모두 자녀들에게 증여했다.지주회사인 (주)웅진의 대주주는 현재 윤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 사장(16.30%)과 장남인 윤형덕 렉스필드 부회장(12.88%)으로 바뀐 상태다.
2세 경영 체제 이후 웅진그룹은 정수기 렌털(웅진에버스카이)과 화장품 판매(웅진투투럽) 회사를 잇달아 설립하면서 신사업에 진출했다.장남인 윤형덕 부회장에게 이 신사업의 경영을 맡겼다.차남인 윤새봄 사장은 기존의 주력회사인 웅진씽크빅 등의 경영을 맡게 했다.신사업 진출을 통해 웅진의 주력이었던 방문판매업을 재건하고,2세의 경영능력도 검증하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사업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했다.웅진에버스카이는 설립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영업적자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웅진투투럽 역시 2023년까지 영업적자를 이어가다 2024년 (주)웅진에 흡수합병됐다.2020년 (주)웅진의 최대주주가 장남에서 차남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차남이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차남이 경영을 맡아온 웅진씽크빅의 실적이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매출은 2년 연속 역성장했다.한때 300억원에 육박했던 영업이익도 최근 100억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일회성 영업외비용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웅진씽크빅은 2012년 경영난으로 웅진코웨이,웅진식품 등을 줄줄이 내다 팔면서 사실상 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웅진씽크빅의 실적 악화는 그룹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윤 사장이 경영을 지휘해온 '놀이의발견'이 장기 부진에 빠진 것이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놀이의발견은 웅진의 가족 여가 플랫폼으로,슈가 슬롯테마파크부터 키즈카페에 이르는 1만 곳 이상의 다양한 놀이 콘텐츠를 예약·판매하는 서비스다.2020년 5월 웅진씽크빅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한때 웅진그룹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주목을 받았다.하지만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결국 2024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웅진씽크빅 자회사인 웅진컴퍼스에 흡수합병됐다.청산하지 않으면 웅진씽크빅이 향후 손자회사의 자금 수혈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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