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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만의 물폭탄이 할퀸 군산토사 가득 들어찬 아파트 입구·지하
3개동 중 1개동은 전기·가스 끊겨
주택 침수 60건 등 시설 피해 339건
주민들 “생수·라면으로 버티는 중”
이틀 전 수마가 할퀴고 간 전북 군산시 성산면 한 아파트 인근 슈퍼마켓.11일 오전 점포 앞 간이 의자에 근심 어린 표정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주민들의 시선은 흙을 퍼 가는 트럭으로 향했다.유례없는 폭우에 며칠 뜬눈으로 마음을 졸인 기색이 역력했다.
주민 박모(65·여)씨는 “이 동네에서만 30년 넘게 살았지만 처음 겪는 난리예요.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비가 온 적도 없었고…열린 베란다 문 사이로 흙이 막 들어와서 죽을까 봐 혼났다니까”라며 당시 기억을 끄집어냈다.박씨는 “몸 아픈 이웃들도 있는데 보수 공사가 언제 마무리될지 걱정”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아파트는 입구는 물론 지하에도 토사가 가득 들어찼다.3개 동 가운데 한 개 동은 전기와 가스가 끊겼다.아파트 주변은 진흙더미와 나무 잔해 등으로 뒤덮여 있었다.침수 피해를 본 차들은 토사와 오물을 뒤집어쓴 채 방치돼 있었다.
김모(74)씨는 “이 앞에 있는 건물 사람들은 지금 씻지도,북파우치먹지도 못하고 있다.면사무소에서 긴급하게 배급한 생수와 라면으로 버티고 있지만 아이들은 제대로 먹여야 할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0일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군산에는 210㎜의 비가 내렸다.특히 군산 어청도에는 시간당 강우량이 146㎜에 달했다.200년에 한 번 내릴 기록적인 폭우였다.군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근대역사박물관 인근 영화동 상가 거리도 당시 물난리를 겪었다.하루가 지난 이날 물은 다 빠지고 가게들도 하나둘 문을 열었지만 완전히 정상화된 모습은 아니었다.수해 당시 누전 우려가 있어 냉장고 등 전기제품을 모조리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모(68)씨는 “어제(10일) 새벽부터 물이 들어차더니 순식간에 무릎 높이까지 올라왔다”며 “우리는 입구 앞에 계단이 있어서 가게 안으로는 물이 들어오지 않았지만,북파우치앞 가게는 완전히 잠겼고 오늘도 영업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산 앞바다는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군산 내항과 금강호 일원에 상류에서 밀려온 가구들과 건설 자재,북파우치폐어구 등 생활 쓰레기들이 켜켜이 쌓였다.한 시민은 “장마철 금강하굿둑 수문을 열 때마다 쓰레기가 밀려오는 일이 반복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이번 비로 주택 침수 60건,북파우치상가 침수 59건 등 총 339건의 시설 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했다.벼 150㏊,북파우치논콩 70㏊ 등 총 235㏊의 농작물이 침수되거나 훼손됐다.닭 3만 4000마리와 꿀벌 280군도 폐사했다.대피한 172명 중 128명이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숙박업소나 공공시설 등에 머물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 같다.피해 현장과 현황 확인을 통해 정확한 수해 면적과 건수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