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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법원,본계약 하루 앞두고 가처분 인용
한수원,체코 원전 수주 이후 유럽 시장 철수 기조

6일 체코 지방법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계약 체결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사진은 체코 두코바니의 원자력 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6일 체코 지방법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계약 체결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사진은 체코 두코바니의 원자력 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신규 건설 사업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체코 법원이 본계약을 하루 앞두고 계약 체결에 제동을 걸면서다.당초 한수원은 지난 3월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나 잇따른 경쟁사와의 갈등에 일정이 지연되면서,연내 계약 체결 가능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7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지난 6일 프랑스전력공사(EDF)가 한수원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을 대상으로 제기한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체코 법원은 성명을 통해 "한수원과 EDU Ⅱ의 계약이 체결되면 법원에서 EDF에 유리한 판결이 나와도 공공 계약을 따낼 기회를 잃게 된다"며 "계약 지연으로 원전 건설이 지연될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법률 준수 및 사법 심사를 보장하는 공익이 더 우선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인 두코바니2원자력발전소(EDU Ⅱ) 간 원전 사업 본계약은 무기한 연기됐다.통상 체코 법원의 1심 소송 처리 기간이 약 1년임을 감안하면,연내 모든 소송이 종결돼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당초 체코 정부와 한국 대표단은 계약이 문제없이 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지난 2일 EDF 측이 법원에 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앞선 지난달 25일 체코 반독점당국(UOHS)이 EDF의 항소를 최종 기각한 만큼 가처분 또한 기각될 것으로 판단해서다.7일 본계약 서명식이 예정대로 추진됐던 이유다.그러나 본계약 하루 전나 체코 법원이 갑작스레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양국 대표단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한수원,웨스팅하우스·EDF와 연달아 분쟁

한수원은 지난해 7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두 차례 법적 분쟁을 겪었다.지난해 8월 입찰에서 탈락한 미국 웨스팅하우스 측이 한수원이 자사의 특허 원자로 설계를 무단으로 활용해 체코에 수출을 시도했다며 이의를 제기했고,EDF 측도 한수원의 계약 이행 능력과 보조금 규정 위반 등을 들어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이 때문에 당초 3월로 예상했던 본계약 체결이 미뤄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쟁사 간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계약 체결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지난 1월 한·미 양국이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이 종결됐고,UOHS가 지난달 말 EDF의 이의제기를 최종 기각하면서 모든 분쟁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그러나 EDF가 이달 초 UOHS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지방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분쟁이 다시 점화됐다.

한수원 측은 지속되는 갈등 상황에 대해 원전 경쟁사의 기득권 싸움이 얽혀있다고 분석했다.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국(한수원)·프랑스(EDF)·미국(웨스팅하우스) 3파전이 펼쳐지는 가운데,유럽에서 원전 산업을 주도해 온 프랑스가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는 의미다.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6일(현지 시각) 체코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기득권 세력들은 원자력 산업을 자기 시장으로 생각한다"며 "체코 측이 경쟁력,효율성 등을 따져 우리를 선택했는데,법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여러 전략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체코 경쟁 당국이 이미 계약의 공정성을 확인한 만큼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안덕근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사안을 가지고 경쟁 당국이 두 차례 명확히 판결했기 때문에 본안 소송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으나,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해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과 역량을 키울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왼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현지 시각) 체코 프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주호 한수원 사장(왼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현지 시각) 체코 프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코 원전 분쟁,유럽 진출 걸림돌 되나

일각에서는 한수원이 경쟁사와의 분쟁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유럽 시장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수원은 지난해 체코 원전을 수주한 이후 스웨덴,슬로베니아,네덜란드 등 유럽 내 원전 수주전에서 연달아 불참을 선언했다.한수원은 지난해 네덜란드의 1000㎿급 원전 2기 건설과 관련한 1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으나 올해 2차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한수원은 체코 원전 본계약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으나,한수원이 3년 넘게 공들이던 시장에서 갑작스레 철수한 것은 체코 원전 수주로 인한 경쟁사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업계에서는 한수원이 EDF,웨스팅하우스와의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럽 시장 진출 철수라는 조건을 수용했다고 관측한다.3사의 구체적인 협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유럽 시장은 EDF와 웨스팅하우스가,중동·동남아 등 비유럽 시장은 한수원이 주도하자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원전 수출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신규 원전 사업의 절반가량이 유럽에 몰려있는데,카지노 무료 게임 다운로드 없음유럽 시장을 포기하는 건 한수원에 상당히 불리하다"며 "체코에서의 분쟁이 결국 타 국가 수주에서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속히 EDF와의 합의점을 찾아 계약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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