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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프롬프트 짜서 주자 단숨에 18매 써내
창의적 문장 없고 오류 섞여 결국 수동 집필
글쓰기 경계 흔들리지만 인간행위 가치 확인
프롬프트는 생성형 에이아이한테‘지시’를 내리는 것으로,심부름센터의 의뢰서(의뢰 전화)와 비슷하다.집 청소를 의뢰한다면,청소 날짜를 정하고,비용을 정하고,끝방은 들어가지 말고,창문에 붙은 단열재를 제거하라는 지시와,고양이 털이 많으니 먼저 정전기포를 쓰는 게 좋다는 특징적 사항을 알려줘야 한다.그런데 생성형 에이아이한테는‘당신은 이제부터 심부름센터의 청소 용역’이라는 설정도 함께 전해야 한다.생성형 에이아이를 다루는 거의 모든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프롬프트를 잘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첫번째 팁으로‘역할 설정’을 일러준다.롤 플레이다.너는 나의 과외 선생이야,너는 건축가 나는 목수,나는 모 심는 사람 너는 못줄 잡는 사람.하지만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간 마음인데,생성형 에이아이는 컴퓨터라기보다는‘인간’이기 때문에,알다가도 몰라서 구글의 최신 에이아이 모델은 “숨을 깊게 쉬고,이 문제를 단계별로 해결해 줘!”라고 하면 가장 좋은 답을 내놓는다고 한다.그래서 “이 모든 것은 여전히 과학이라기보다 기예에 가깝”다.
앞의 말을 한 이선 몰릭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의 경영학부 교수로 2022년부터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챗지피티를 활용했다.책‘듀얼 브레인’(상상스퀘어)을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최소한 3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게 될 것”이라고 열 정도로 챗지피티에 열정적이다.그는 에이아이와 협업하는 네가지 원칙을 이렇게 이야기한다.첫째,작업할 때 항상 에이아이를 초대하라.에이아이는 잘하는 일과 잘 못하는 일의‘들쭉날쭉한 경계’를 지녀서,시행착오를 통해 그 경계를 익혀야 한다.둘째,인간이 주요 과정에 계속 개입해야 한다‘휴먼 인 더 루프’는 컴퓨터 작업의 초창기부터 있던 격언이라고 한다.셋째,에이아이를 사람처럼 대하고,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에이아이에게 알려주라.“이건 중요한 문제”라는 식의 인간에게 통할 만한 것들이 에이아이에게도 잘 통한다고 한다.넷째는 지금의 에이아이는 앞으로 사용하게 될 최악의 에이아이라고 생각하라.이 책이 쓰인 것은 2023년 말로,그는 챗지피티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여러분들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사용하는 것은 나의 것보다 성능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열사가 전사에게’가사 같은 말(‘그대가 보낸 오늘 하루가 어제 내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을 한다.그는 하루빨리 “경외감과 설렘 그리고 그로 인해 야기될 불안과 상실감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퍼플렉시티(미국의 인공지능 검색 엔진 중 하나)는 18매 정도의 원고를 단숨에 내놓았다.하지만 제안하는 이미지가‘키보드 위에 펼쳐진 책‘책과 노트북이 교차하는 장면‘인공지능과 인간 손이 함께 펜을 잡은 모습’등으로 구태의연한 것처럼,창의적인 문장이 거의 없었다.프롬프트 중간에 대형언어모델의‘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에 관한 재치 있는 비유를 해달라고 했다.퍼플렉시티는 “에이아이야,쉬운 건 인간에게 맡겨라!커피 타는 건 아직 네 몫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조금 웃겼다.
환각에 대해 쓴 챗지피티의‘재치’는 이랬다.“인공지능은 시를 쓸 수는 있어도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명함은 틀리면서 연애편지는 기가 막히게 쓰는 셈이다.” 챗지피티는 문단별로 일을 해 나갔으며,훨씬 매끄러운 문장을 생성했다.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4o(옴니) 버전은 4o 미니,무료 버전(3.5)으로‘팝업 알림’과 함께 점점 더 수준이 낮아져 갔다.그러다 뜬금없는 문장이 떴다.““머릿속을 두드리는 문장은 사람이 쓴 것이다.그 외엔 거의 기계다”라고 말하던 시대가 있었다.” 출처가 어디인지 물었더니‘유체이탈’화법으로 “개인적인 표현이나 비공식적인 출처일 수 있다”고 말했다.너무 뻔뻔해서‘화가 났다.이것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인간으로 대하는 방법인 것일까.인터뷰 기사 내용 역시 내가 제공한 적 없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엘엘엠은 텍스트 기반이다.방대한 데이터 학습이 텍스트를 통해서 이뤄진다.그런데 이전과 달리,엘엘엠에서는 문맥에 어울리는 단어를 찾는 방식으로 학습한다.문장을 주면 다음에 무엇이 올지를 예상하는 방식이다‘나는 생각한다’다음에는‘고로 존재한다’를 찾아 넣는다.학습의 단위도 문자가 아니라 부호와 기호 등을 포함하는‘토큰’이라는 작은 단위를 의미한다.(이는 24매를 써달라고 했는데,18매를 제출하는 식으로,매수를 못 맞추는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정확성’보다는‘창의성’을 강조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오류‘거짓말’이라는 식으로 비판받는‘할루시네이션’이 나타난다.
상상력이 뛰어난 챗지피티에게는 여러번 인용에 관한 오류를 지적해야 했다.“머릿속 문장을…”을 지적하자 “~~ 이런 식의 인식이 팽배했던 때가 있었다”로 고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다음은 이하 이어진 대화.“인용문은 아주 까다로운 규칙이 있습니다.누군가 하지도 않았을 법한 문장을 인용할 수 없습니다.그 단락 자체의 의도가 무엇인가요.” “(…) 문장의 정제,밀도,감정의 리듬 같은‘비기술적’요소가 사람의 글쓰기의 징표로 여겨졌다.(…) 그런 정서와 믿음을 상징적으로 요약한 문장 (…)” 챗지피티는 인용문에서 신중을 다하겠다,고 글을 쓴 소감을 말했다.그 뒤 대화를 거친 뒤 최종본은 이렇게 시작했다.“‘그건 사람이 쓴 거야’“머릿속을 두드리는 문장은 사람이 쓴 것이다.그 외엔 거의 기계다.” 한 시인이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지금은 어떤가.쓰기와 창작의 현장에 생성형 에이아이가 들어오면서,그 경계는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나의 챗지피티는‘머릿속을 두드리는 문장’에 미쳐 있다!
“지금 에이아이 종교가 생긴 것 같아요.소설가 김훈처럼 글을 쓰네,아니 이런 문장을 구사한다고,상상력이 어디까지야,그림도 너무 잘 그린다,고.하지만 지금 교실에서 필요한 것은 학습자의 수준과 상황을 가늠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글을 쓸 수 있는 학생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에요.” 지브리의 그림이 유행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는 에이아이 예술을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갈했다.“공론장 안에서 불필요한 글들과 그림이 매일 양산되고 있어요.그런 글의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인간의 삶을 담고 있나요?”
‘망한 기사’때문에 나는 수동 집필에 들어가야 했다.기사를 거의 다 써가던 저녁 무렵,챗지피티를 기사에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후배 A 기자에게 프롬프트를 건넸다.결과물은 훌륭했다.A 기자는‘심화 기능’을 이용했다.시간은 20~30분 걸렸다.그는 오랜 대화를 통해 에이아이와 관계가 좋았다(히스토리).A 기자의 퍼플렉시티는 “아이러니하게도 결론에서는‘몸’의 경험에서 비롯된 인간 고유의 글쓰기 가치를 강조하게 되었네요”라고 소감을 말했고,A 기자의 챗지피티는 원래 쓰려고 했던 결론을 써주었다.“다시 말해‘왜 쓰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글,몸으로 겪은 삶의 서사가 녹아 있는 글만이 무의미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역시 무의미의 파도,는 진부하다.
구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