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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한 민간 돌봄 시설이 대다수…성범죄 피해 당해도 침묵할 수밖에
처우 개선할 '돌봄 노동자 기본법'은 6개월 이상 표결도 못하고 계류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달리 말하면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역량을 보장해 주는 노동"이라는 뜻이다.
누군가의 인간다운 하루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돌봄 노동자는 2024년 기준 약 150만 명에 이른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년 뒤에는 요양보호사 직군만 99만 명의 노동자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돌봄 일손 하나하나가 절박한 상황이지만 돌봄 노동자가 일하는 환경은 안전성·체계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뉴스1은 3일 가정의 달을 맞아 '내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5년 차 베테랑 요양보호사 이영숙 씨는 국내에서 방문재가 요양 업무 중 발생한 성추행 피해에 대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법적 보상을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그는 국가가 돌봄을 책임져야 돌봄 노동자의 안전도 지켜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에서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돈 아닌가.그러니까 비위를 맞춘 것이고 공공에서는 (부당행위를) 거절할 수 있는 것"이라며 "민간에서는 피해자가 떠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제공기관의 99%는 민간 시설이다.
이 씨는 지난해 경기도사회서비스원에서 약 5년간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했다.이후에도 민간 시설에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민간 시설에서는 지금도 급여 지연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했다.이 씨는 "사회서비스원이 생기기 전에는 (민간시설에서) 보통 10일 정도 월급을 깔아놓는다(늦게 준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센터에 '인건비'가 아닌 '운영비' 명목으로 돈이 지급돼 노동자 입장에서는 발언권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면서도 "어서 가서 우리 어르신 말벗하고 같이 아침도 먹어야겠다"며 서둘러 인터뷰를 마쳤다.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담담했던 목소리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명랑했다.
"근심이 있다가도 아기가 웃으면 너무 좋다"는 프리랜서 베이비시터 A 씨(50대·여)는 애매한 업무 경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이 일을 위해 베이비시터·놀이 시터 자격증 등을 취득한 A 씨는 "베이비시터를 아기 돌봄 전문가로서 존중해 줘야 하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가사 도우미의 일과 구분이 안 되게 자꾸만 나에게 전가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일이 아닙니다"라고 선을 긋고 싶었지만,이미 고용주와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된 이후에는 단호하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구직할 때만 해도 '내가 사용한 그릇 외에는 설거지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어느샌가 낮에 나오는 설거지를 도맡게 됐다.
실제로 온라인에 '베이비 시터 모집'을 검색한 결과 설거지,생활공간 청소 등 아이 돌봄 외 업무를 부탁하는 글이 다수 발견됐다.한 모집 글에는 "일반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가실 때 들고 나가서 처리해 달라"는 요구가 당연한 듯 적혀 있어 "양심 챙겨라"라는 누리꾼의 원성을 샀다.
보통 생후 3~4개월 차 때부터 아기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업무상 손목,스마트 계약 뜻손가락에 통증이 찾아오곤 했지만 프리랜서 특성상 A 씨가 건강을 검진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되지 않았다.오히려 베이비시터들은 면접 때 결핵·백일해·파상풍 등 감염 여부를 자비를 들여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A 씨는 베이비시터를 관리하는 센터에 취직하지 않은 이유로 최저시급 보장이 어려운 환경을 들었다.그는 "최저시급을 주는데 거기서 또 매달 얼마씩 떼어가는 구조다"라며 "한두 번 그렇게 하다가 개인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조율해 줄 수 있는 보호망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베이비시터는 정말 잘 만나야 하는 중요한 사람이다"라며 "한국의 베이비시터는 온전히 존중받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취약한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국회의 움직임은 더뎠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성남시중원구)을 필두로 한 야권 의원 23명은 지난해 10월 29일 '국제 돌봄과 지원의 날'을 맞이해 돌봄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처우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돌봄 노동자 기본법)을 발의했다.
지속 가능한 돌봄서비스 공급 체계를 만들고,토토 가상계좌 디시 제로추천돌봄노동이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 입법 취지다.
이를 위해 법률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시도교육청으로 하여금 돌봄노동자처우개선 계획을 3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고용노동부 소속으로 돌봄노동자처우개선 위원회를 두며 △시·도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위원회 및 시·군·구 돌봄근로자 처우개선위원회를 설치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법안은 곧바로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고 이후 탄핵 정국에 휘말리며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양난주 교수는 "(이용자와 돌봄 노동자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공기관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지자체나 정부가 이런 (돌봄) 인프라나 공공시설을 (운영) 안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일본은 '돌봄 매니저'가 이용자별 맞춤 서비스를 설계하고 독일은 세분된 서비스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고 소개했다.
양 교수는 "너무 영세한 민간 운영 주체들이 고용을 책임지다 보니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요양보호사 등 돌봄 노동자가 그렇게 당하는 것을 기관이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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