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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눅 19:10)

제가 전도하는 보길도 섬에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같이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모두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지만 섬마을에는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들도 많이 있고 어려운 과거를 극복한 사람도 있습니다.또 그 담을 넘지 못하고 늘 좌절감에 갇혀 괴로워하며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구목리에 사는 이진용씨를 오래도록 전도했는데 지난주부터 교회에 등록하고 앞으로 교회에 잘 다니겠다 했습니다.그는 큰소리를 치면서 그렇게 교회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제게는 또 다른 숙제를 손에 잡고 저 형제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지 기도하고 있습니다.

꿈도 계획도 다 잊은 채 타향살이 20년 마치고 고향에서 늙은 어머니의 근심거리인 탕자가 교회에 왔습니다.
꿈도 계획도 다 잊은 채 타향살이 20년 마치고 고향에서 늙은 어머니의 근심거리인 탕자가 교회에 왔습니다.


진용씨는 정동리 임성진씨와 나이도 비슷하고 바둑으로 표현하자면 급이 같습니다.올해 57세인데 자기는 잘살아보려고 하는데 세상이 사람을 무시하고 몰라준다느니 하면서 불평을 한 아름 안고 살아갑니다.이 형제가 온 세상을 삐딱하게 단정하며 살아가기에 하나님은 우리 섬 교회로 그를 보내시어 믿음의 농사를 지어 보라고 맡기신 것입니다.

옆에 서면 술 냄새,담뱃내가 진동하는 진용씨와 같은 형제들이 한두 명이 아니기에 저 형제를 잡아주어야 다른 많은 아픈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곳 섬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들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교회라는 울타리 안으로 보내신 그분을 신뢰해봅니다.

평생을 살아오신 김동진 할머니는 걸음걸이도 힘겨우십니다.할머니는 속썩이는 아들이 불쌍타 하시며 목사님께 맡긴다고 합니다.저런 아들을 어떻게 맡을 수 있을까요.
평생을 살아오신 김동진 할머니는 걸음걸이도 힘겨우십니다.할머니는 속썩이는 아들이 불쌍타 하시며 목사님께 맡긴다고 합니다.저런 아들을 어떻게 맡을 수 있을까요.


진용씨 어머니 김동진 할머니는 올해 88세입니다.유난히 다른 할머니보다 더 늙으셨는데 이유는 다름 아닌 아들 때문입니다.명색이 큰아들인데 아직도 제 앞가림을 못 하고 술에 빠져 세월을 원망하며 살아갑니다.그러나 김 할머니에게는 소중한 아들입니다.이웃 누구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받지 못하더라도 말이지요.

아들이 술에 취한 날이면 어머니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무서워서 한 집에서 주무시지도 못합니다.어쩌면 원수 같은 아들이지만 할머니는 이 부족한 종의 팔소매를 붙들고 “목사님 제발 우리 아들 사람 만들어 주시오” 하고 부탁하는데,뼈만 남은 늙은 어머니의 눈물을 봅니다.

제 마음은 아들을 사람 만드는 일은 둘째치고 저 인간을 우선 실컷 패주고 싶은 생각이 먼저 밀려옵니다.그러나 이 부족한 사람을 하나님의 종이라고 믿으며 아들을 부탁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이런 아픈 가정들이 모여 사는 이곳 섬이‘아골 골짝,로또 수령기간빈들’이라고 느껴집니다.

목회는 어쩌면 끝없이 속아 주는 일이 될 때가 많습니다.그래서 진용씨가 새롭게 시작하겠다 하니 속아 주려고 합니다.
목회는 어쩌면 끝없이 속아 주는 일이 될 때가 많습니다.그래서 진용씨가 새롭게 시작하겠다 하니 속아 주려고 합니다.


그러면 이제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요.지난주에는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중간에 마트에 뭔가 살 것이 있다고 잠깐만 세워 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박스 하나를 안고 오기에 그게 뭐냐고 물으니 막걸리 4병을 샀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 열심히 신앙 생활하며 제게 위로와 힘을 주시는 보길도 동광교회 성도 30여명도 어쩌면 종류만 다르지,모두 비슷비슷했습니다.하지만 주 안에서 변화되어 옛 생활을 버렸지요.그런 성도님들을 떠올리며 이제 내가 옆에서 손잡아 준다고 약속한 목회자를 비웃듯 막걸리를 안고 오는 저 모습이 갈릴리 어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숨이 꽉 막혀옵니다.

섬 목회에 뛰어든 저에게 조금 쉬운 상대도 많이 있을 텐데 왜 자꾸 시간이 갈수록 주님은‘센 놈’만 만나게 하시는 걸까,이유가 뭘까 생각하다가 찬송가 323장‘부름받아 나선 이 몸’을 많이 불러서 그런 게 아니냐고 스스로 질문해 봅니다.

도시나 섬이나 교회는 죄인들이 오는 곳이기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끄실 것인지 기대합니다.제가 간절히 기도하며 바라는 것보다 진용씨 어머니의 간절함과 소원을 반드시 들어주실 주님을 찬양하며 앞으로 저런 술주정뱅이를 한 트럭 보내셔도 “아멘” 하게 해 달라고 스스로 달래 봅니다.

어쩌면 도시보다 이곳 섬에는 저렇게 술과 사탄에게 사로잡혀서 살아가는 젊은이 이 더 많이 있지만,저런 사람들을 점점 벼랑으로 몰아가는 이곳 섬사람들의 꽉 닫힌 인식도 역시 정상이 아닙니다.교회와 목사는 주님께 이런 현실을 치유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약한 사람들을 누군가는 나서서 챙기고 그런 상황을 풀어가야 하는데 여기 낙도 주민들에겐 시간도 지식도 관심도 없기에 목회자가 할 일이 많습니다.비가 새는 지붕도 고쳐야 하고 전기 고장도 수리해야 하지만 정작 고장 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몰라서 오래 방치된 젊은이도 고쳐야 합니다.

능력도 힘도 없는 작은 섬 교회 목사는 그저 말씀을 펼쳐 놓고‘잃어버린 한 마리 양’이 틀림없는지 어리석은 질문을 해봅니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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