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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산불 남은 숙제,단체장에게 듣는다>
경북 산불 4시간 반 만에 서울 1.3배 소실
"가꾸지 않은 산.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진화 헬기 대형화로 대응력 끌어올려야"
"단순 복구 의미 없어.경북 뉴딜로 재창조"
"피해지 찾아와 주는 게 회복 돕는 것"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 앞서 집무실 출입문에 직접 써 붙인 휘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10만ha를 태운 산불을 완전 진화한 후 쓴 휘호에 산불과 싸워 지역 소멸을 막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경북도 제공 
전국 인구 감소 89개 지자체 중 16개가 경북에 있다.전남도와 함께 가장 많다.인구 유출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3월 말 경북 동북부를 휩쓴 대형 산불의 파괴력을 고려하면 경북 지자체들의 소멸 위기는 더욱 가속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경북 산불은 피해 면적 9만9,289㏊,피해액 1조505억 원 규모로 1986년 산불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산불로 주민 이탈과 공동체 붕괴가 현실화하면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경북 산불 피해지에 종전 최대 기록(4,170억 원,양자컴퓨터 암호화폐2022년 경북·강원 동해안 산불)의 4배가 넘는 복구비(1조8,317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지만 주민의 삶을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냥 복구가 아니라 재창조 수준의 개선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사라지는 마을을 살아나는 마을로 바꾸는 '경북 뉴딜 정책'으로 지역 소멸을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집무실 출입문에 직접 쓴 휘호 '전화위복('戰火'爲福)'을 내걸고 복구 계획을 수립하던 이 지사를 지난 8일 만났다.다음은 일문일답.
-출입문에 붙은 성어가 시선을 끈다.
"일부 틀렸다고 지적하는 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나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한다.큰 피해를 준 산불과 싸워서 이기고,지역 소멸의 흐름을 바꾸는 대전환의 기회,복(福)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그러기 위해선 숙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대형 산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주택,공장 등 건물에서 제한적으로 확산하는 일반 화재와 달리 산불은 초기에 못 잡으면 피해가 엄청나다.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헬기 대부분 1,000L 이하 물주머니를 장착하는데,이것으로는 어림도 없다.8,000L 이상의 물탱크를 장착한 대형기를 확충하고 야간에도 쏘아 올릴 수 있는 소화포탄,소화 드론 등 진화 장비의 과학화와 첨단화에 힘써야 한다.산불을 초전에 박살 낼 수 있는 압도적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
-경북 산불 피해는 왜 이렇게 컸나.
"강풍 영향이 컸다.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태풍급 바람이 산불을 불폭탄으로 만들었다.불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불과 4시간 반 만에 8만ha가 탔다.서울보다 1.3배 넓은 면적이다.또 산에서 난 불에 바다에 떠 있던 선박 31척이 손 쓸 틈도 없이 탔다.세계 역사상 이런 산불은 없었다."
-강풍 탓이었다면 진화 능력을 키워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을 바라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경영해 산불을 예방하고 돈도 되는 산으로 가꾸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최근 한국의 산림녹화사업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지만,녹화와 보존에 치중하면서 이런 재난을 당했다고 본다.세계적 산림녹화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심고-가꾸고-활용하고-다시 심는' 선순환 산림경영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이를 위해 산림청의 산림자원부 격상도 필요하다."
-보존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번 산불에서 봤듯 가꾸지 않는 산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방치되고 있는 산림이 늘고 있는데,지역 소멸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산림경영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임업인의 소득 안정과 유통 체계 개선으로 귀촌을 장려하고 그를 통해 산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경북형 뉴딜 정책이 추진하는 방향이다."
-경북형 뉴딜은 무엇인가.
"산불 이전 상태로 단순히 원상 복구가 아니라 선진형으로 개선 복구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과거 울진 산불 사례를 보면 약 230가구가 피해를 입었는데 100여 가구만 다시 정착하고 나머지는 자식들이 사는 타지로 이주하면서 공동체가 붕괴했다.이번에는 4,000채에 가까운 주택이 탔다.사라질 마을이 엄청나다.이걸 살아나는 마을로 만들려고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산불 피해 복구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경북도 제공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피해 주민들을 한곳으로 모아 집을 다시 짓고,보건소와 복지·문화 시설도 같이 넣고,공동 취사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거다.근처에는 텃밭을 둬 소일하게 하고 크고 멀리 있는 논밭이나 산은 경북도에 위탁하는 것이다.그러면 소득도 우리가 더 올려줄 수 있고,이 정도면 서울 은퇴자들도 와서 살려고 할 것이다.사라지는 마을이 살아나는 마을이 된다."
-산불 피해 지역을 관광지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알프스 꼭대기에는 호텔이 수두룩하다.풍광 좋은 주왕산 같은 데 우리는 왜 호텔을 못 짓나.친환경적으로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산불로 기능을 상실한 산은 주민과 지자체의 의사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보전산지 해제 권한을 광역단체장에게 주면 좋겠다.스마트팜이나 호텔,리조트 등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청년과 관광객이 찾아오는,돈이 되는 산으로 바꿀 수 있다."
-정부와 국민은 무엇을 도울 수 있나.
"우리가 추진하는 산불 피해 복구 특별법에 관심을 가져달라.단순한 복구를 넘어 중장기적 재건,사각지대 없는 피해 지원을 위한 체계를 담았다.지방소멸대응기금도 우선 배분해 주면 종합적인 복구 모델을 만들어 내겠다.그리고 피해 지역을 많이 찾아주실 것을 요청한다.그것만큼 지역에 도움 되는 게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