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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2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영보카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카센터의 모습.충남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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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 아저씨가 낚시를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 집 아줌마가 병원을 가야 한대.쌍둥이 좀 보고 올게"

2004년 5월 2일 오전 1시 50분,충남 서천군 서천읍의 한 조립식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식당,농기계 수리점,중장비업체,룰렛 돌리기 이벤트자동차 오디오 가게,카센터가 일렬로 붙어 있는 조립식 단층 구조의 건물이었다.불이 시작된 곳은 바로 '카센터'였다.

의문투성이인 화재 사건,확률 조작 가능한 룰렛현장에서 세 구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대피 흔적이 없었던 점을 들어 방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특히 시신의 옷에서 등유 성분이 발견되는 등 누군가 의식을 잃게 만든 후 방화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다.

2004년 5월 2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영보카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카센터의 모습.충남경찰청.
2004년 5월 2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영보카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카센터의 모습.충남경찰청.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의 정체화마는 상가 전체를 태운 뒤 오전 3시 30분이 지나서야 꺼졌다.카센터 수색 결과,40대 여성과 카센터 주인의 자녀인 쌍둥이 남매(당시 8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당초 여성의 시신은 카센터 주인의 부인 A(당시 43) 씨로 추정됐으나 국과수의 감식 결과 농기계 수리점 주인의 아내 B(당시 40세) 씨로 밝혀졌다.

◇화재 발생 전 무슨 일이

B 씨의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화재 발생 전 12시 40분쯤 카센터 아주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어머니는 '카센터 사장이 낚시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아주머니가 병원을 가게 됐다.그래서 카센터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라며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B 씨가 카센터까지 가는 것을 지켜본 아들은 앞에 낯선 사람들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이는 또 다른 목격자인 자동차 오디오 가게 주인의 증언과도 일치했다.한편 카센터 주인은 사건 당일 동네 주민과 낚시했으나 교통사고는 당하지 않았다.오전 3시쯤 '가게에 불이 나 아이들이 숨졌다'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 A 씨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 씨,포커 숫자8일 뒤 카센터 4㎞ 떨어진 곳에서 발견

카센터에서 발견된 시신이 B 씨로 밝혀지자,경찰은 A 씨에 대한 행방을 쫓았다.5월 2일 오후 1시 40분.카센터에서 10㎞가량 떨어진 서천 마산면 이사리 봉선저수지 인근에서 A 씨의 상의가 마을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옷에는 피가 묻어있었고,마닐라 기계 바카라일부분은 흉기에 찢겨 있었다.국과수 감식 결과 A 씨 외에는 다른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이후 A 씨 실종 8일 만인 5월 10일 오전 8시 53분.서천 기산면 용곡리 다리 공사 현장 대형 수로관에서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A 씨가 발견된 곳은 카센터에서 4㎞ 떨어져 있었으며,목에는 타살로 추정되는 흉기 자국이 있었다.

2004년 5월 10일 수신인이 충남 서천경찰서 형사과장으로 돼 있는 의문의 편지.충남경찰청.
2004년 5월 10일 수신인이 충남 서천경찰서 형사과장으로 돼 있는 의문의 편지.충남경찰청.


◇경찰서와 언론사 앞으로 작성된 의문의 편지

A 씨가 발견된 날인 10일 오전.우체통에서 편지를 수거하던 한 집배원은 우표가 붙여지지 않은 편지를 발견한다.경찰서 형사과장과 한 지역 언론사 앞으로 쓰인 편지였는데 '두 여자 사이에서 사랑을 한 저의 잘못입니다.저는 시신을 날라 준 죄밖에 없습니다.용서해 주세요.훗날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저는 외국으로 갑니다.시체는 개천에 있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실제로 집배원이 편지를 발견한 시각,개천에서는 A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편지에서는 3점의 지문이 나왔는데,집배원의 것을 제외한 2점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쪽지문이었다.

◇카센터를 찾아왔던 낯선 인물들

경찰은 B 씨의 아들과 자동차 오디오 가게 주인의 진술을 토대로 화재 발생 직전 카센터 앞에 있던 낯선 사람 3-4명을 용의선상에 올렸다.하지만 당시 카센터 주변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다.몽타주 수사도 허사였다.경찰은 A 씨의 시신과 옷이 발견된 장소 등을 근거로,서천 지역 지리에 익숙한 인물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 초동수사 부실,21년째 미제로

카센터 화재 현장은 대부분 불에 타거나 물에 젖어 단서가 사라졌다.게다가 용의자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을 경찰이 사건 발생 두 달 뒤에야 공개하는 등 '초동수사 미흡' 논란이 불거졌다.실제로 현장 인근 학원생들이 촬영한 영상은 경찰 탐문이 늦어지면서 삭제 처리됐고,주요 목격자인 B 씨 아들의 최면 수사는 한 달 뒤에야 진행됐다.당시 경찰은 좁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결국 21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증거와 제보가 부족했던 것 또한 한몫했다.충청남도경찰청 미제수사전담팀은 현재도 이 사건의 범인을 쫓고 있다.여전히 적극적인 제보와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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