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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플라자 합의 요구 전망…韓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낮아…전문가 "인위적 평가절상 어려워"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미국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원화 평가절상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바카라 작업 후기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대(對)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미국으로부터 '제2의 플라자 합의'로 불리는 '마러라고 합의'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경우,주요국이 통화 협정에 응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받는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미국 상호관세 협상 주요 의제로 경제 안보,투자 협력 등과 함께 환율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은 협상에서 '제2의 플라자 합의'라고 불리는 '마러라고 합의'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마러라고 합의는 트럼프의 플로리다 별장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이 합의는 1985년 '플라자 합의'처럼 상대국 통화의 인위적인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합의 당시 미국은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독일과 일본 등에 인위적 평가절상을 요구했다.이후 두 국가 화폐는 큰 폭으로 절상됐지만,엔화의 급격한 상승으로 일본 수출경쟁력은 크게 악화됐다.
이같은 미국 측의 요구는 관세 대신 환율을 이용해 자국 물가는 낮추면서도 상대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상대국의 수출 경쟁력을 낮춰 자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미란 CEA 위원장은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구성 사용자 가이드'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무역·재정적자가 달러의 구조적 강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의 재정 적자는 2023년 기준 1조 7000억 달러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다.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38%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 무역 적자는 9184억 달러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또 미란 위원장은 "미국이 일련의 징벌적 관세를 매겨 놓으면,유럽과 중국이 관세 인하를 위해 (달러 약세를 위한) 미국과의 통화 협정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이 관세를 매기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자국 내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며 "환율을 내리면 관세 부과 때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수출업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통화 관련 절상 압력을 넣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실제 아시아 지역의 환율은 요동치고 있다.
전날(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4원 내린 1396.6원에 마감했다.대만 달러는 지난 2~5일 미국 달러보다 9% 이상 오르면서 1998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환율은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평가절상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지난해부터 미국은 달러·원 환율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환율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인위적 원화 절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재무부는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 또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현행 평가 기준은 △150억 달러 이상 대미 무역 흑자 △GDP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1년 중 8개월 이상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 등 3가지를 충족하면 환율 조작국으로 분류한다.2가지를 충족하면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고,환율 변동을 모니터링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기준 대미 무역 흑자가 500억 달러,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3.7%를 기록해 관찰 대상국이 됐다.
미 재무부는 이달 또는 다음 달 중 환율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추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국제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환율 관찰 대상국 지위는 유지하되,환율 조작국으로의 지정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 매수가 아닌 매도 개입을 한 만큼 환율 조작국은 아니라고 미국 측에 설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않은 만큼 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상수지 흑자,대미 무역 흑자 등의 상황은 지난해와 비슷한 만큼 환율 관찰 대상국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측이 환율 조작국 대상 기준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가지 '비관세 부정행위' 중 첫 번째로 '환율 조작'을 꼽은 바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통상 협상에서 환율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있을 수 있지만,현 시장 구조에서 플라자합의식의 인위적 평가절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인위적 평가절상 가능성은 작게 보면서도,외환 공급 등의 방식으로 환율을 강제로 낮출 경우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중국 위화와 대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원 환율도 함께 내려가고 있는 것"이라며 "외환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인위적으로 원화를 평가절상할 경우 외화보유액이 감소하면서 대외신인도는 떨어지고,수출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 부채가 악화하면서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측의 환율 협상은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유 변동 환율 시스템으로 환율을 강제로 조정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환율을 통해 양국이 협상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환율을 명분으로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도 미국과의 환율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과 환율 관련 협상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며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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