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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지금 어때?] ' 풀뿌리 언론의 사명감'을 원동력으로 삼는 <고양신문>이 나라 뉴스가 서울 사대문 안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지역에서,현장에서,고군분투하며 뉴스를 전하는 지역언론이 있습니다.전국에 뿌리 내린 지역언론의 '오늘'을 들어봅니다.<편집자말>
지난 1월 고양시는 이례적인 행정광고 집행 기준을 마련했다.시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한 언론사는 최대 10년간 행정광고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것.비판보도를 원천 봉쇄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 기준은 한 언론사를 겨냥했다는 의심을 샀다.바로 1989년 창간해 36년간 풀뿌리 언론사로서 사명을 지켜온 <고양신문>(대표 이영아)이다.
고양시에 출입등록을 한 언론사는 약 400개.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쓴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고양신문>의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는 돋보였다.이동환 시장이 임기 2년간 17차례(취재 당시 기준) 떠난 국외출장의 실효성을 따지고,시가 성과라고 홍보한 '일본기업 300억원 투자 유치'가 과장됐다는 점도 밝혀냈다.동시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수년째 고양시 행정광고 집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고양신문>은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그리고 "<고양신문>이 아니면 누가 관심 가져주겠어"라고 독자들이 알아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하지만 사명감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서 있다.취재부 막내기자가 마흔 살.'<고양신문>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고민이 깊어 진다.다음은 <고양신문>과 나눈 일문일답.
견제·비판 목소리 작아지는 지역.돋보이는 <고양신문>
- <고양신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89년 6월 1일 창간한 고양시 유일의 지역신문입니다.전국에선 두 번째,서울 수도권 지역에선 가장 오래된 지역신문이기도 합니다.고양시가 인구 100만 대도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해왔고,지역의 주요 이슈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문을 매주 월요일에 발행하고 온라인과 유튜브 채널도 활발히 운영합니다.특히 유튜브 '고양팟'(3월 30일 현재 구독자 2만 9400명) 활성화 등 고양신문 콘텐츠 확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상근직원 12명,프리랜서 직원 8명이 함께합니다."
- 지난해 가장 영향력을 발휘했던 보도를 꼽는다면요?
"민선 8기 고양시장의 독단적인 행정으로 인해 시 주요사업이 차질을 빚고 지역 갈등도 심해지고 있습니다.하지만 그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목소리는 작기만 합니다.고양시에 출입등록한 언론사가 400여 개에 이르지만,시가 매일 쏟아내는 보도자료를 베껴 쓴 기사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고양신문>은 작년 이동환 시장이 2년간 17건(취재 당시)의 국외출장 실효성을 따졌습니다.시가 홍보한 '일본기업 300억원 투자유치'가 과장되고 실속없는 성과였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이후 시장의 국외출장 위반 시 이를 제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특종 보도를 소개한다면요?
"2008년 고양시가 추진한 경전철 사업의 문제점을 깊이있게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이 경전철 반대운동에 적극 나설 수 있게 했습니다.결과적으로 경전철 사업의 추진을 중단하도록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당시 고양뿐만 아니라 의정부와 용인 등 타 지역에서도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는데,고양을 제외하고 두 도시는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습니다.경전철을 추진한 두 도시는 막대한 운영적자를 감수해야 했고,자치단체에 큰 손해를 끼쳤습니다."
- 지역언론으로서 보람찼던 혹은 힘들었던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고양신문 아니면 누가 관심 가져 주겠어.'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는 이런 걸 겁니다.고양신문이 보도하는 기사는 1주일에 80~90건.고양시 주요 뉴스는 다 담기는 셈입니다.고양시와 시민 삶에 집중해야 하는 일입니다.독자들이 그런 걸 알아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하지만 풀뿌리 언론으로서의 보람,사명감만으론 생존이 어렵습니다.취재부 막내기자가 마흔 살.고양신문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고민이 깊어집니다."
- 취재와 경영,독자관리 부문에서 <고양신문>만의 특화된 강점이 있다면요?
"전 직원이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부족한 취재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서지요.비상근으로 7명의 지역취재부 기자도 활동 중입니다.경영 부문에서는 매월 1회 고양경제포럼,고양포럼을 주최해 경제,지역 관심사와 이슈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합니다.하루여행,책읽기,경마 신장걷기 등의 프로그램과 시민강좌로 시민들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습니다.
가끔 신문사가 아닌 사회적기업이란 생각이 들곤 합니다.또한 후원독자 제도를 운영합니다.건강한 지역언론을 적극 지지하고 후원하는 독자군입니다.월 5만 원,10만 원의 구독료를 내면 기본 구독료(1만 원) 외 추가 구독료는 다른 독자의 구독료로 지원합니다."
"만나고 소통하고 연대한 시민·독자가 큰 자산"
- 여러 어려움에도 <고양신문>이 오랜기간 유지·운영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요?
"고양신문 창간(1989년) 당시 고양군 인구는 23만 명이었습니다.고양군이 1992년 고양시로 승격되고 30년 만에 인구는 100만 명으로 급성장했습니다.고양신문이 도시 팽창 속도를 따라가기엔 버겁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껏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과 책임에 충실하면서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공공저널리즘을 지향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선의적인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한 것도 한몫했습니다.시민걷기대회,어린이책읽기 지원,시민 공론장 등을 통해 만나고 소통하고 연대한 시민,독자들이 고양신문의 큰 자산입니다."
-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분권과 자치,지역민주주의가 성장해야 하고,지역민주주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르고 건강한 지역신문이 있어야 합니다.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은 건강한 지역신문이 잘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고양시는 400개가 넘는 매체에 광고비를 집행했습니다.이중 인터넷 매체가 300개가 넘습니다.고양시청에 출입기자 등록하고 보도자료를 기사로 올려주면 광고가 배정됩니다.그러면서 시정을 비판하는 신문은 광고집행을 배제한다는 기준을 만들고 고양신문을 행정광고 집행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정부광고법 위반입니다.
그러나 정부광고법에는 권장 기준을 따르지 않았을 때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습니다.자치단체 행정광고비는 자치단체장의 정치 홍보비가 된 지 오래입니다.정부광고법을 개정해 공공예산으로 사이비 언론을 양산하고,공공예산을 자치단체장 정치홍보비처럼 쓰는 현실을 개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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