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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카페 - 장은수의 도시와 문학 - (45) 탄자니아 잔지바르
인도·아라비아-아프리카 사이
무역 넘어 세계관 융합된 지역
2021 노벨문학상 받은 구르나
‘바닷가에서’통해 난민 삶 조명
약 60만명 阿사람 노예로 팔려
그 대가로 왕궁 등 유산 지어져
민중 저항·봉기 유혈혁명 분출
“작은집을 이룩하기 위한 투쟁” 
“몇 세기 동안 용감무쌍한 상인과 선원이,무심의 바람을 막아내려고 뾰족해진 아프리카 대륙 동쪽의,쭉 뻗은 해안으로 왔다.그들은 자기들 물건과 신과 자신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자기들 이야기와 노래와 기도를 함께 들고 왔다.(중략) 그들은 자기들 굶주림과 탐욕,자기들 환상과 거짓말과 증오를 가져와 그중 일부는 그곳에 버려두고,자신들이 사고 거래하고 빼앗을 수 있는 건 가져갔는데,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사거나 납치해 노예로 팔아먹었다.”
‘바닷가에서’에서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말한다.202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구르나는 탄자니아 잔지바르 출신의 난민 작가이다.이 상을 받기 전에 그는 유럽 바깥의 세계 문학계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사람들은 동아프리카에서 몇백 년간 반복된 침략과 약탈,식민주의와 노예제의 비극에 관해,해양 실크로드의 종착지로 아랍과 인도와 아프리카가 뒤섞여 탄생한 스와힐리 문명에 관해 잘 몰랐다.
탄자니아는 1964년 내륙의 탕가니카와 해안의 잔지바르가 합쳐져 생긴 동아프리카 최대의 국가다.이 나라는 180만 년 전 올두바이 구석기 문명의 발원지이고,드넓은 세렝게티 초원과 눈 덮인 킬리만자로 산과 나일 강 발원지인 빅토리아호가 있는 야생의 대지로 유명하다.탕가니카엔 수쿠마족,니암웨지족,마사이족 등 129개 민족이 지켜온 다채로운 문화가,잔지바르 섬 중심의 해안 지역엔 인도양 계절풍이 이룩한 스와힐리 문화가 펼쳐져 있다.
‘바닷가에서’에는 잔지바르 출신으로 영국에 망명한 두 화자가 나온다.살레 오마르와 라티프다.그들은 약 30년 간격을 두고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었다.두 사람 말이 겹치고 합쳐지는 가운데‘무심의 바람’에 휩쓸려서 고통당했던 사람들의 삶과 잔지바르 땅을 둘러싼 비극의 현대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심의 바람’은 인도양 계절풍을 말한다.“한 해 마지막 몇 달은 인도양을 지나온 바람이 아프리카 해안으로 불어간다.해가 바뀌면 몇 달은 바람이 거꾸로 불면서 상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한다.” 지구가 빚어낸 이 바람이 동아프리카의 역사를 만든 근본 조건이다.11월 북동풍이 불면 인도와 아라비아 땅에서‘신드바드’들이 외돛배에 도자기,옷감,장식 구슬을 싣고 아프리카로 와서,다음 해 5월 바람 방향이 바뀌면 노예,향료,상아,가죽,흑단을 싣고 돌아가서 팔아넘겼다.이 인도양 무역의 역사는 무려 2000년에 달한다‘검은 사람들의 땅’잔지바르는 천 년 이상 그 중심에 있었다.
두 지역의 교류는 물건에만 그친 게 아니다.구르나의 말처럼,그건 신들이 뒤섞이고 세계관이 융합되며,이야기와 노래와 기도가 뒤섞이는 경험을 가져왔다.1414년 명나라 정화(鄭和)의 함대가 소말리아를 거쳐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가 스와힐리 문명의 절정이었다.스와힐리 사람들은 내륙에서 잡아들인 노예를 수출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화려한 모스크와 단정한 건물들로 도시를 꾸몄다.
1498년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가마가 도착해 종,대야,모자 같은 하찮은 물건을 내놓고 향료나 황금과 바꾸려 할 때부터 스와힐리 문명은 기울기 시작했다.교역이 잇따라 실패하자 다가마는 총과 대포를 쏘면서 도시를 불태우는 전략을 구사하며,스와힐리의 인도양 무역로를 차단했다.포르투갈은 스와힐리의 내부 분열을 이용해 동아프리카를 장악하고,아시아 향료 무역의 중간 기지로 삼았다.잔지바르에 교회가 들어서고 요새가 건설된 건 1503년이다.포르투갈에서 오만으로,오만에서 독일로,독일에서 영국으로 식민 착취가 이어졌고‘굶주림과 탐욕,거짓말과 증오’가 번지면서 스와힐리인 대다수는 하층민으로 전락했다.
1698년 스와힐리인들은 오만의 술탄 세이프 빈의 도움을 받아 동아프리카에서 포르투갈을 완전히 축출하는 데 성공한다.이로써 오만 제국의 지배가 시작된다.1832년 오만 술탄 세이드 사이드는 잔지바르에 궁전을 짓고 직접 통치를 시작했다.그는 내륙의 카라반 루트를 개척해서 노예무역을 장악하는 한편,정향(丁香,클로브) 농장을 건설해서 대규모 노예를 투입함으로써 인도양 향료 무역을 지배했다.현재 이 섬이‘향료의 섬’이라고 불리게 된 연유다.
술탄들은 노예무역 개척을 위해 인도 상인을 불러들였다.인도인은 아랍 노예상에게 자금을 빌려주고,아랍인은 동아프리카 내륙 깊이 침투해서 닥치는 대로 노예를 포획했다.아랍 노예상 티푸 니브는 수십 년에 걸친 노예 사냥으로 악명 높았다‘낙원’에서 구르나는 말했다.“아랍인들이 오기 시작했을 땐 노예를 사는 것이 나무에서 과일 따는 것과 같을 때였다.(중략) 어디에서나 시장이 섰어.남쪽 아래에도 있었고,유럽인들이 사탕수수를 경작하는 섬들에도 있었고,아라비아와 페르시아에도 있었고,잔지바르 술탄의 새 정향나무 농장에도 있었지.이익이 쏠쏠했거든.인도 상인은 상아와 노예들을 거래하려고 아랍인들에게 외상을 줬지.(중략) 이 도시는 그렇게 커진 거란다.”
잔지바르엔 대규모 노예 장터가 열렸다.이를 통해 약 60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전 세계로 팔려갔고,바카라 카지노 슬롯 nps이들의 피를 제물 삼아서 왕궁,룰렛 전략 무료 베팅모스크,석조 저택 등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스톤타운을 이루는 아랍식 건물이 줄줄이 들어섰다.그러나 번영의 열매를 딴 건 주로 아랍인,인도인,몇몇 스와힐리 상류층뿐이었다.하층 아프리카인들은 착취와 수탈로 가혹한 고통을 당했다.저항과 봉기도 계속됐다.
‘킨제케틸레’에서 이브라힘 후세인은 1905년 일어나 세 해 동안 이어진 마지마지 전쟁을 그려낸다.식민 지배를 무찌르려 봉기한 이 전쟁에서 탕가니카인 7만5000명이 학살된다.그러나 킨제케틸레는 굴하지 않고 외친다.“독일 장교는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할 거야.나라 위해 싸운 게 잘못이야?(중략)‘말씀’은 이미 탄생했어.아이들은 후대에 그‘말씀’을 전할 거야.손자들이 그‘말씀’을 들을 거야.언젠가는 그‘말씀’이 꿈이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질 거야!”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전하자 영국은 탕가니카를 넘겨받아 식민지로 삼는다‘그 후의 삶’에서 구르나는 지배자가 바뀌어도,아프리카 민중의 고통은 달라진 게 없다고 고발한다.“영국인들은 이 지역을 넘겨받으면서 사업할 자기 사람들을 데려왔지.인도에서도,케냐에서도 데려왔다네.새로 들어온 인도인들이 재빨리,확실하게 이곳에 이빨을 박아 넣고,모든 상업을 차지한 거야.” 잔지바르식 통치술이 탕가니카로 확대되었을 뿐이다.
이중적 식민 지배 구조는 1961년 탕가니카가,1963년 잔지바르가 독립해서 킨제케틸레의 꿈이 실현되었을 때,유혈 혁명으로 분출한다.1964년 1월 잔지바르 민중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일어나서 술탄을 축출한 후,상층 지배계급에 대한 보복에 나선다.잔지바르 혁명이다.이후 며칠 동안,아랍계와 인도계 주민 수천 명이 학살되고 자산 몰수,한국마사회 서울경마 경주성적체포,추방이 잇따른다.
석 달 후,잔지바르 혁명 정부는 탕가니카와 합병해 탄자니아 공화국을 수립한다.그러나 피부가 덜 검다는 둥 갖가지 이유를 붙여서 아랍계,인도계 주민에 대한 협박과 폭력이 계속된다.이러한 전도된 차별과 억압은 수많은 난민을 낳았다.아랍계인 구르나도,인도계인 프레드 머큐리도 이때 잔지바르를 떠나서 세상을 떠돌기 시작했다.
‘바닷가에서’에서 구르나는 말한다.“내가 원하는 건 가족을 위한 작은 집을 짓고,자식들에게 좋은 남편과 아내를 찾아주고,축구토토 승무패 하는방법교양 있는 사람들 틈에 섞여 사원에 갈 수 있는 것뿐이야.” 영국에서도,잔지바르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는 끝없이 정체성 위기에 시달리면서 이‘작은 집’을 이룩하기 위해서 투쟁한다.그에게 이정표를 제시하는 건 스와힐리 조상들이 아닐까.그들이 동아프리카에서 둥지를 틀고 단단한 삶터를 이룩했듯,그 역시 끝내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잔지바르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인도양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잔지바르는 차별과 착취에 고통받는 이들에겐 해방의 상징이고,그 와중에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끈질긴 희망의 상징이 된다.
장은수 출판평론가
■ 용어설명 - 스와힐리 문명
1000년경,동아프리카에서 발원한 문명으로,아프리카와 아랍 문화가 합쳐진 게 특징이다.스와힐리는 아랍어로‘해안’이란 뜻이다.현재 모잠비크,탄자니아,케냐에 이르는 해안가에서 아랍 상인의 후예들이 아프리카인들과 융합해서 생겨났다.이들은 몸바사,다르에스살람,킬와 등에 이슬람 신앙과 무역을 결합한 도시국가를 건설했다.이들은 아프리카 반투어에 뿌리를 두고,아랍어를 뒤섞은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데,이는 동아프리카 민중들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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