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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끈 '극우' 개혁당,지방의원 42% 차지하며 대승
2029년 총선 승리 발판 마련…보수당,자유당 전철 밟나
5월1일,영국이 지방선거를 치렀다.이번 지방선거는 23개 지방의회와 6명의 시장을 선출하고,1600명이 넘는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였다.흥미로운 점은 일부 지역에서는 의회 개편으로 선거가 연기됐다는 점이다.과거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설정됐지만 이제는 너무 규모가 작아져 여러 가지 비효율이 발생했던 지역 구의회(district council)를 광역의회(local county council)와 합쳐 약 50만 명 단위의 새로운 행정 구역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자신의 삶의 공간과 관련해 판단한다는 점에서 중앙정치와는 일정 부분 거리가 있다.하지만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역 일꾼 선출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오랫동안 영국 정치를 지배해온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 독점 체제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백 년 만에 가장 큰 정치적 격변의 가능성이 대두됐던 이유다.
개표 결과 극우 성향의 영국 개혁당(Reform UK)이 677명의 의원을 당선시키며 대승을 거두었다.이전까지 지방의회에서 의석이 전무했던 정당이 선두가 된 것이다.자유민주당과 녹색당 역시 각각 370석과 79석을 획득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개혁당,위너블 토토0석→677석…보수당 674석 상실
이번 지방선거는 영국 정치가 '5개 세력의 각축전'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줬다.전통적인 지지층 이탈은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에 심각한 위협이다.특히 1600명의 지방의원 중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당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선거 이전에 993석의 지방의회 의석을 확보하고 있던 보수당은 319석에 그치면서 674석을 상실했다.보수당이 상실한 의석 대부분이 개혁당으로 넘어간 셈이다.개혁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발판 삼아 향후 총선에서의 전국적 승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자유민주당 역시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남부는 물론 중부 지역에서도 광범위한 승리를 거뒀다.
극적인 판세 변화에는 영국의 단순 다수 소선거구제의 영향이 크다.2024년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33.7%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했던 사례는 낮은 득표율로도 정권 교체가 가능한 영국 정치의 변동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다자간 구도로 흘러가면서 앞으로 기존 정당들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보수당 내부에서는 향후 개혁당과의 제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그러나 개혁당은 보수당을 '파괴(destroy)'하겠다고 공언하며 연대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이는 2029년 총선을 대비한 보수당의 사전 연대 모색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정치적 지각 변동의 중심에는 개혁당이 있다.2019년 브렉시트당(Brexit Party)이라는 이름으로 창당한 이 정당은 1990년대 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목표로 설립된 영국 독립당(UKIP)에서 분리됐다.브렉시트라는 목표를 달성한 UKIP 내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나이젤 패라지는 2018년 당대표였던 제라드 배튼과의 갈등,그리고 스티븐 엑슬리 레넌의 반이슬람적 행보에 반발하며 탈당했다.이후 2021년 1월 '개혁 영국(Reform UK)'으로 당명을 변경하며 현재의 개혁당이 됐다.
개혁당의 핵심 인물은 단연 1964년생 나이젤 패라지다.위그노(칼뱅주의 개신교) 혈통을 가진 그는 1978년 보수당에 입당했지만 EU에 대한 반감을 느껴 1989년 녹색당으로 당적을 옮겼다.1999년부턴 유럽의회 의원을 역임하며 브렉시트 운동의 선봉에 섰다.그는 '브렉시트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EU 탈퇴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이후 당시 주류 보수 정치인이었던 보리스 존슨과 포퓰리즘적 지지 기반을 가진 패라지의 결합은 브렉시트라는 역사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개혁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민 감축과 감세,넷제로(net-zero) 에너지 정책 폐기 등의 공약에 집중했다.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공약이 순수하게 극우적 색채만 띠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이민 정책에서는 강경한 자체 노선을,재정 정책에선 2022년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취임 44일 만에 퇴장한 리즈 트러스 정부의 유산을,산업 정책에선 급진 좌파인 제러미 코빈 전 노동당 대표의 주장을 뒤섞은 모습을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2023년 90만6000명에서 2024년 72만8000명으로 감소한 순이민자 수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를 위해 비필수 노동자에 대한 비자 발급 즉각 중단과 모든 망명 신청자를 유럽으로 보내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정 부문에선 소득세 납부 기준을 1만2570파운드(약 2400만원)에서 2만 파운드(약 3800만원)로 인상하는 파격적 감세 공약을 제시했다.부족한 재원은 정부의 낭비적인 지출 감축,해외 원조 삭감,그리고 EU 잔재로 여겨지는 불필요한 규정 철폐를 통한 예산 절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심지어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만 중단해도 350억 파운드(약 67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영화와 국유화 부문에서는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민영화를 주장하는 반면,수도 회사 템스워터와 같은 기간시설은 국유화하고 석탄 산업 부활 등 영국의 재산업화를 강조하는 모순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英 정치 지형 대변혁의 시작점 될까
개혁당에도 숙제는 있다.높은 지지율에도 하원 의석수가 650석 중 단 4석에 불과하다는 점이다.2024년 총선에서 14.3%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한국 tv 다시 보기 사이트12.2%의 득표율로 72석을 차지한 자유민주당과 비교하면 효과적이지 못한 선거를 치른 것이다.자유민주당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역량을 투입한 데 비해 개혁당은 힘이 분산됐다.
개혁당의 약점은 재정이다.2024년 4분기 개혁당은 28만 파운드(약 5억3800만원)를 모금한 반면,노동당은 같은 기간 120만 파운드(약 23억원)를 모금하며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높은 지지율에도 조직력과 자금력에서 아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동안 개혁당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아왔다는 것이다.하지만 최근 머스크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올해 1월 머스크가 개혁당이 더 급진적인 후보인 루퍼트 로우 의원으로 당대표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해 다소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영국 지방선거는 영국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개혁당은 총선에서 기존 보수당보다 63석 많은 234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는 영국의 전통적 보수 세력이 1920년대 노동당의 부상으로 몰락했던 자유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이기도 하다.2019년 보리스 존슨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의 25%가 이미 개혁당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보수당에 1832년 이래 최악의 참패를 안겨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과연 이번 지방선거가 영국 정치 지형 대변혁의 시작점이 될지,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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