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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어디에서 살까.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은 거주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나이가 들면 일상생활 범위가 집 중심으로 이뤄진다.유럽에서 오죽하면 “은퇴 설계는 집에서 시작해서 집에서 끝난다”는 말이 회자될까.집의 가치는 고금에 관계없이 소중하지만 주거 트렌드는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아파트 계속 살겠다=은퇴를 앞둔 2차 베이비부머(1964~74년생,해외배팅사이트 원화954만 명)은 윗세대와는 주거 선호도가 다르다.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최근 전국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그 결과 은퇴 후 거주지로 아파트를 꼽은 응답자가 63.9%로 1위를 차지했다.그다음으로 단독주택(25%)·타운하우스(5.6%)·오피스텔(4.0%)·시니어타운(1.6%) 순이었다.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오엑스카지노705만 명)나 그 이전 세대 만해도 나이 들어 대도시를 떠나 전원 속에 살겠다고 사람이 많았다.물론 전원행(行)을 꿈꾸고도 막상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말이다.

윗세대보다 고학력·사무직이 많은 2차 베이비부머는 도심 지향적이다.이들은 도시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한 데다 생활 편의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은퇴 후도 아파트에 살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지 않았나 싶다.달라진 주거 트렌드는 이뿐이랴.요즘 자식이 명절 때 잠을 자고 가지 않는다고 아파트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중장년층은 많지 않다.은퇴 카페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한 회원은 “사위나 며느리의 불편함을 알기에 자고 가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골집은 휴게공간=주변 중장년층을 보니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가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 같다.일부는 대도시 아파트를 팔아 다 싸 들고 시골로 내려가는 결단을 내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부담스러워 한다.그래서인지 완전 귀농이나 귀촌보다‘5도(都) 2촌(村)’처럼 도농 간을 오가며 생활하려고 한다.부부 모두 주소를 대도시에 그대로 두거나 남편만 시골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시골집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장기간 거주하는 살림집보다는 잠시 머무는 휴게공간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시골 주택을 일상생활을 위한‘거주 공간’보다 콘도처럼‘노는 공간’으로 여긴다는 얘기다.이 같은 주거 트렌드가 요즘 주목받는 멀티 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다.멀티 해비테이션은 도시와 시골 양쪽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서로 교차 이동하면서 살아가는 주거방식이다.정부가 농어촌 지역의 저가 주택을 1가구 2주택에서 제외하면서 앞으로 도농 간 이중생활이 더욱 활기를 띠지 않을까 싶다.

◆조물주 위에 배당주?=요즘 50대는 상가주택에 투자한 뒤 꼭대기 층에 살면서 월세 받기를 로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내수경기 침체에 소비패턴의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서다.비대면 사회로 접어들면서 건물과 세입자 관리가 어려워 이를 감정노동으로 생각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윗세대는 노후에 부동산 임대사업자를 꿈꿨다.금융 지식이 얕은 데다 금융상품이라고 해봐야 예·적금밖에 없으니 자연스러운 결과였으리라.상가주택이나 원룸주택은 그나마 돈을 까먹지 않은 현금 파이프라인이자 든든한 언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기에는 녹록지 않다.55세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는 무조건‘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퇴직금을 받아야 하므로 일시불로 받아서 부동산을 사기 어렵다.더욱이 퇴직 후에 근로소득이 많지 않아 대출 내기도 쉽지 않다.임대수익률도 낮아 대출을 내서 투자한다고 해도 역마진이 날 판이다.요즘 퇴직 후 상가 건물을 사기보다는 배당주 펀드나 ETF를 사서 매달 또박또박 분배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한때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했지만 최근 들어선 조물주 위에 배당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유와 거주 분리=서울 광진구 144㎡ 아파트에 살던 60대 A씨는 최근 수도권에 85㎡ 아파트 전세를 구해 이사 왔다.이렇다 할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굳이 비싼 아파트를 깔고 사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대신 광진구 아파트는 팔지 않고 월세로 임대했다.현재 전세로 사는 아파트는 산자락 아래 위치한 곳으로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기 좋아 만족하고 있다.그는 “임대수익으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할 수 있어 집 옮기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저렴한 곳에 거주하면서 인기 지역에 세놓기’는 집을 통한 노후 설계의 한 방편이다.

주거비도 아끼고 임대소득도 챙기는 일거양득 전략이자 주거 다운사이징의 일환이다.A씨처럼 거주와 소유를 분리하는 것은 나름대로 괜찮은 노후 설계 방안이다.며칠 전 싱가포르 교포를 만났는데,비디오 포커를 치다그는 싱가포르 아파트를 월세 주고 말레이시아에서 싼 월세를 살고 있다고 했다.월세 대신 전세로 임대하고 싼 전세로 거주하면서 차액을 생활비로 활용해도 좋다.거주와 소유의 분리 전략은 기존 주택 매각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거나 현금흐름이 필요한 중장년층이 절충 방안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역세권’넘어‘병세권‘복세권’=대중교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집을 고를 때 누구나 교통 여건을 많이 따진다.나이 들어서도‘역세권’과‘버세권’(버스정류장 가까운 집)이 중요하다.다만 은퇴 이후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니 집 주위의 환경도 고려한다.은퇴한 사람들이 산책할 수 있는‘숲세권’을 따지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며칠 전 대학병원에 갔더니 대기자의 80%가량이 고령자였다.나이 들어선 위급할 때 병원 가까운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병세권(병원 가까운 집)’이 각광받는다.

요새는‘복세권’도 인기라고 한다.복지센터에서 가까운 집이라는 뜻이다.과거 복지회관은 특정 계층을 위한 시설이 주류를 이뤘지만,파워볼 대여요즘은 이런 제한이 사라져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저렴한 비용으로 취미 생활을 하거나 지식 재충전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사람마다 취향이나 선호도가 다를 수 있으나 집을 고를 때 최신 트렌드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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