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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살펴보는 콘클라베 과정 영화 '콘클라베'포스터./디스테이션 
바티칸 현지 시각으로 오늘(7일)부터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 비밀 회의인‘콘클라베(conclave)’가 시작됐습니다.만 80세 이하 추기경들은 입후보자가 없는 이 선거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동시에 가진 상태로 투표에 참여하게 됩니다.이 기간 전 세계의 이목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으로 향합니다.검은 연기가 나오면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없어서 교황 선출이 무산됐다는 뜻이고,토토 앱 설치흰 연기가 올라오면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뜻입니다.
최근 국내에도 개봉한 영화‘콘클라베’는 콘클라베의 상세한 디테일을 잘 보여줘 저도 궁금했던 점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영화를 참고로 콘클라베 진행과정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세데 바칸테(sede vacante)
이탈리아어로‘빈 자리’즉‘공석(空席)’이라는 뜻입니다.교황 선종(善終) 후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의 기간을 가리킵니다.교황의 자리가 비어있고 교황권이 진공상태인 것이죠.지금이 바로 그런 기간입니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교황이 선종한 후 그의 숙소 문이 붉은 띠로 봉인된 모습이다./디스테이션 
교황이 선종하면 시신은 옮겨져 장례를 치르고 매장되며 그가 머물던 거처는 봉쇄됩니다.교황이 손가락에 끼었던 이른바‘어부의 반지’는 파쇄되지요.이 반지는 교황의 옥새 역할을 합니다.편지 등을 밀랍으로 봉한 후 이 반지를 찍어 봉인하곤 하지요.새 교황은 새 반지를 끼게 되고요. 영화‘콘클라베’에서 교황이 선종하자‘어부의 반지’를 부수는 장면./디스테이션 
영화에서는‘산타 마르타의 집’에 살던 교황이 선종한 것으로 그려지지요.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이라는 상황을 상정하고 만든 것입니다.프란치스코 이전의 교황들은 이곳에 머물지 않았습니다.영화에서는 교황이 선종하자 이 방을 봉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에 거주했던 '산타 마르타의 집'.뒤로 성베드로대성당의 돔이 보인다.산타 마르타의 집은 콘클라베 기간 추기경들의 숙소로 사용되며 외부와 단절된다./로이터 연합 
#봉쇄된 선거인단 숙소-산타 마르타의 집‘
‘산타 마르타의 집’은 프란치스코 교황 때문에 유명해진 건물입니다.이 건물은 1996년 완공된 숙박시설입니다.그 이전에는 치료소가 있었다고 합니다.저도 이번에 구글 지도로 찾아보니 성베드로광장에서 성베드로대성당 방향으로 봤을 때 대성당 왼편 뒷쪽에 있습니다.선거가 이뤄지는 시스티나 성당은 성베드로대성당의 오른편에 있고요.
산타 마르타의 집은 지상 5층짜리 건물에 스위트룸이 106개,싱글룸이 22개,독채 아파트가 한 채가 있다고 합니다.호텔이나 기숙사처럼 복도를 따라 방이 죽 늘어서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영화에서 추기경들은 외부와는 단절되지만 '산타 마르타의 집' 내부에서는 서로의 방을 방문하고 복도 등에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그려진다./디스테이션 
이 건물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지시에 따라 교황청을 방문하는 천주교 고위 성직자들이 묵는 숙박시설로 지어졌답니다.이 건물이 특히 관심을 끌 때는 바로 콘클라베 기간입니다.이 기간 동안에는 추기경들이‘산타 마르타의 집‘에 방을 한 칸씩 배정받아 봉쇄상태로 지내면서 시스티나 성당으로’출근‘해 교황 선거를 하게 됩니다.영화에서는 추기경들이 버스를 타고 왕복하는 것으로 나오지요.콘클라베 기간에는 원래 산타 마르타의 집에 기거하던 사람들은 추기경들을 위해 방을 비워줘야 한답니다.
영화에서는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되고 휴대전화 등 모든 소통이 금지된 이후 산타 마르타의 집 내부 모습도 그려집니다.추기경들이 각자의 방으로 찾아가기도 하고 복도나 계단참에서 따로 만나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그려지지요.식사 시간엔 같은 언어권이나 대륙별로 추기경들끼리 모여서 차기 교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물론 상상에 의한 것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일반인들도 식사 시간에 자리에 앉다보면 편한 사람들끼리 식탁에 함께 앉곤 하는 것처럼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고록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그는 2013년 콘클라베에서 자신이 차기 교황으로 뽑힐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순간들을 이야기하는데요.쿠바,칠레,스페인 추기경들이 “연설문 준비했느냐” 등 넌지시 그의 선출 가능성을 이야기했다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에 머물면서 선거에 참가했다가 자신이 선출되자 그냥 눌러앉아 버린 경우입니다.원래 교황에 선출되면 바티칸 내 사도궁 3층에 있는 거처로 옮깁니다.전임 요한 바오로2세도,베네딕토 16세도 그랬습니다.그런데 그 방을 본 순간 프란치스코는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답니다.그래서 콘클라베 기간엔 207호에 있었는데,같은 층의 201호로 방만 옮겼답니다.교황은 항상‘주변으로 나가야 진실이 보인다’고 했는데,교황청 구중구궐 안에 스스로 갇히기 싫어했던 것이지요.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서 12년 동안 머물면서 교황청을 방문한 세계 각국의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과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업무를 보았던 것입니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추기경단의 자리 뒷벽에 미켈란젤로의 대작 '최후의 심판'이 보인다.천장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그려져 있는 성당이다./디스테이션 
#세계 최고의 투표장-시스티나 성당
추기경들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머무는 산타 마르타의 집이 담백한 숙소라면 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은 세계 최고의 투표장이 아닐까 싶네요.천장에는 미켈란젤로의‘천지창조,벽에도 역시 미켈란젤로의‘최후의 심판’이 걸려 있으니까요.평소에는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개방돼 항상 방문객들로 꽉꽉 차 서있기도 힘든 곳이지요.루브르박물관에‘모나리자’가 있다면 바티칸박물관에는 시스티나 성당이 있는 셈입니다.게다가 모나리자는 회화 작품으로 벽에 걸려 있지만 시스티나 성당엔 천장과 벽면이 통째로 걸작이니 얼마나 대단한지요.바로 이 최고의 공간이 투표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현재 바티칸 박물관 홈페이지에는‘4월 28일부터 콘클라베가 끝날 때까지 폐쇄된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습니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한 추기경이 지지 후보의 이름을 적은 투표 용지를 들고 투표함을 향해 가고 있다./디스테이션 
영화에서 보면 시스티나 성당에 책상이 죽 놓이고 추기경들은 거의 어깨가 닿을 정도로 줄지어 앉습니다.추기경들은 종이에 직접 자신이 생각하는 교황 후보의 이름을 적어 항아리 안에 집어넣습니다.자기 이름을 적을 수도 있지요.투표가 끝나면 항아리에서 꺼낸 투표지를 하나씩 큰 소리로 읽지요.같은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는 바늘로 뚫어 실을 꿰어놓더군요.그렇게 모든 투표용지가 개봉됐는데도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소각합니다.이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지요.3분의 2 이상을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투표는 계속 되지요.영화에서는 선거가 계속 되는 동안 시스티나 성당이 긴장으로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지요.아마 실제로도 추기경들은 적어도 선거 기간에는 천장이나 벽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여유가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파파빌레(papabile)-유력 후보
영화에서는 가톨릭 진보와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여러 인물들이 콘클라베 시작부터 유력 후보로 등장합니다.또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온갖 권모술수가 벌어지는 것으로 묘사되지요.유력 후보 즉‘파파빌레’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고록에서‘파파빌레’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2013년 콘클라베 당시‘파파빌레’로는 밀라노대교구장,보스턴대교구장,상파울루대교구장 등이 꼽혔다지요.프란치스코 교황은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도 파파빌레로 꼽았고요.
자신은 전혀 후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요.그래서 비행기표도 왕복으로 끊었고,콘클라베 기간 중에도 항상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실에 펼쳐놓은 다음 주 미사 강론 원고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하는 것에 신경이 가있었다고 했지요.
그런데,입후보도 유세도 없는 교황 선거에서 중요한 과정을 프란치스코 교황 스스로가 회고록에서 밝혔습니다.바로 콘클라베 직전에 열린 추기경단 회의였는데요.이 회의에서 베르골료 추기경은‘3분 발언’으로 추기경단의 주목을 끌었다고 합니다‘3분 발언’의 내용은‘내가 바라는 차기 교황의 모습’이었다고 하고요.추기경단은 그의 연설에 감동해서‘당신 스스로 그런 교황이 되시오’라고 그를 뽑아준 셈이지요.
콘클라베를 앞두고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가 12명의‘파파빌레’명단을 발표했습니다.이 기사가 우리 눈에 띈 것은 한국 출신 바티칸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포함됐기 때문이지요.영화에서는 콘클라베 초반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프리카 출신 추기경으로 그려집니다.상상에 바탕 한 내용이지만 그만큼 파격적인 교황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설정이기도 하지요.게다가 다른‘파파빌레’는 2013년 콘클라베에도 유력 후보로 소개되는 등 꾸준히 이름이 나왔던 인물인데 반해 유 추기경은 새로 후보군에 거론되며 떠오르는 이름이어서 관심이 갑니다. 지난 2013년 3월13일 콘클라베를 거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이때 광장의 신자들은 '하베무스 파팜'이라고 환호한다./ EPA=연합뉴스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새 교황이 탄생했다
앞서 새 교황이 선출되면 시스티나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고 말씀드렸습니다.흰 연기가 피어오르면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는 일제히 울려 퍼지는 함성이 있습니다.바로‘하베무스 파팜’입니다.라틴어로‘우리는 (새)교황을 가졌다’는 의미입니다.새 교황은 선출 즉시 자신의 이름,즉 교황명을 정해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직후 곁에 있던 브라질 추기경이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세요”라고 건넨 한마디에‘프란치스코’를 떠올렸다고 하지요.마찬가지로 새 교황은 선출 즉시 대중 앞에 서기 전에 교황명을 정해야 합니다.이후 새 교황은 전세계를 향해‘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즉‘로마와 전세계를 위한’이라는 뜻으로 첫 축복 인사를 합니다.이로써 새 교황은 14억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로서 임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2013년 콘틀라베는 사흘째에‘하베무스 파팜’을 외치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탄생시켰습니다.이번에는 몇 일만에 새 교황이 탄생할까요?새 교황은 어떤 분일까요?함께 바티칸의 굴뚝을 지켜보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