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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스탁키퍼 안재현 대표
안정된 대기업 종합상사 나와서 스타트업 시작
소 한 마리 100조각 나눠 청약하는 방식 시작
10·100·1000마리 단위로 한나의 증권에 묶어
5만 1000개 계좌 개설·39% 실제 투자 이어져
“한우 STO 비단에 상장되면 좋은 사례가 될 것” 스탁키퍼 안재현(왼쪽) 대표와 비온미디어 심준식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비온미디어 제공 
[편집자주]‘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는 블록체인 전문 매체 비온미디어의 심준식 대표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리더들과 나누는 심층 인터뷰 시리즈입니다.이들의 삶과 철학,미래 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부산이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모색합니다.
한우 자산 투자 플랫폼‘뱅카우’를 운영하는 기업 스탁키퍼의 안재현 대표의 스토리에는 꿈과 도전이 담겼다.한계에 부딪힌 가업인 한우 농장을 확장하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스타트업을 차리는 도전을 감행하고,한우를 조각으로 나눠 투자 자산으로 만드는,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나가는 고독한 싸움이 계속 이어졌다.그 도전의 결과,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투자자에게는 한우 투자·소비 기회를,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한우를 제공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세상에 없던 투자를 연다’
이 문구는 한우 자산 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의 모토다.86년생,아직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40명의 직원을 이끌며 22조 원 규모의 한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안재현 대표.그의 이야기는 대기업의 안정성을 벗어던지고 가족 사업과 자신의 열정을 융합해 만든,도전과 꿈의 여정이다.
■두 달에 한 마리씩 모은 송아지,그리고 새로운 비전
“아침에 일찍 출근하고 저녁에 늦게 퇴근하는 종합상사 생활이었어요.다른 사람들은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할 때,저는 그럴 재주가 없어서….”
안재현 대표는 대기업 종합상사에서 해외 축산물 수입을 담당하며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하지만 40년 넘게 한우 농가를 운영해온 어머니의 현실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머니의 축사는 200마리를 키울 수 있는데도 자본이 부족해 100마리만 키우고 계셨어요‘왜 더 안 키우냐’고 여쭤보니‘자본 조달이 안 돼서’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2017년부터 월급을 모아 두 달에 한 마리씩 400만 원짜리 송아지를 구입해 어머니 농장에 보태기 시작했다.2019년까지 이어진,직장인의 월급으로 소를 모으는 이 특별한 저축은 그의 비전을 서서히 키워갔다.
“한 번은 송아지가 안정적으로 자라 수익이 나는 것을 보고 생각했어요‘이 시장이 크고 발전 여지가 있는데,다른 사람들도 이런 중위험 중수익 투자를 하면 어떨까’라고 말이죠.”
■90번의 문 두드림–투자 유치의 고독한 싸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특히 투자 유치 과정은 끊임없는 거절과 마주해야 했다.
“시리즈 A 투자를 받기 위해 90번의 IR을 했어요.심사역 단계,본부장 단계,전체 IR까지….그 많은 기업 앞에서 발표하고,거절 당하고,다시 도전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거절마다 프레젠테이션을 개선하고,비즈니스 모델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갔다.결국 2023년 1월,유동성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는 투자가 정말 얼어붙은 시기였어요.게다가 저희는 증권화도 아직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요.지금 돌이켜보면 그 어려움이 저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안 대표는 플랫폼 구축이 처음이었기에 개발자와 대화하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했다.직접 타행 서비스에 가입해 개발자와 대화하는 방법을 공부했고,개발자를 직접 선발하며 팀을 꾸려나갔다.
“처음에는 3명으로 시작했어요.시드머니는 제가 직접 마련했죠.해외 축산물이나 곡물을 수입해 판매하면서 개발자 인건비를 댔습니다.쉽지 않았지만,내 사업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올인할까요?” 사무실에서 창 밖을 응시하는 스탁키퍼 안재현 대표.비온미디어 제공 
■동료도,배우자도 떠나–스타트업 성장통의 현실
스타트업 성장의 아픔은 비단 사업적 어려움만이 아니었다.함께하던 사람들과의 이별도 감당해야 했다.
“5월 31일,플랫폼이 드디어 탄생하던 날,개발을 함께하던 동료가 도망갔어요.부담을 느꼈던 걸까요?그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안 대표는 또한 결혼 생활의 희생도 감수해야 했다.사업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배우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고,결국 이혼을 맞았다.
“사업을 한다면 다시는 파산하거나 다시 시작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이 기업이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파산을 경험했을 때 다시 스탁키퍼와 같은 밸류체인 사업을 똑같은 사람은 절대 못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 희생과 고난의 과정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뚜렷한 리더십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한우 STO와 솔직한우 –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 구조
스탁키퍼는 초기에 한우 한 마리를 10조각,100조각씩 나눠 청약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1년 만에 9700건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지만,멈추지 않았다.
2022년 11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실물 자산 증권화 제안을 받았고,5개 회사 중 하나로 선정돼 금융 제도화 사업을 시작했다.한우 1마리가 아닌 10마리,100마리,1000마리를 하나의 증권신고서에 묶어 합산 발행하고,이를 공모주처럼 청약하는 한우 토큰증권발행(STO)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작년 7월부터 7번의 한우 투자 계약 증권을 발행했습니다.5만 1000개의 계좌가 개설되었고,그중 39%가 실제로 투자했죠.재구매율은 61%로 상당히 높습니다.”
그는 투자한 자산을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차별화했다‘솔직한우’라는 리테일 매장을 통해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한 한우를 직접 먹을 수 있게 했다.
“솔직한우는 2023년부터 3개 매장을 시작해 올해 5개까지 확장할 계획입니다.한우 음식점에 가면 100g에 5만~7만 원씩 하는 고기를 선택하라고 강요받잖아요.우리는 1등급부터 투불넘버나인까지 39가지 등급을 제공하고,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전략은 통했다.한 달에 한 번 먹기 어려웠던 한우를 이제는 한 달에 두세 번씩 찾는 고객들이 생겼다.농가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투자자에게는 자신이 투자한 한우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일반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의 한우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샌드버드 김동신 대표에게 영감을 받아
안재현 대표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 뒤에는 롤모델이 있었다.바로 샌드버드의 김동신 대표다.
“실제로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샌드버드의 김동신 대표님 영상을 정말 많이 봤어요.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하고,데스밸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습니다.”
그는 두 권의 책에서도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플랫폼 레볼루션>(마셜 밴 앨스타인,상지트 폴 초더리 저)은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고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리를 알려줬어요.단편적으로 알던 플랫폼의 가치와 방향성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준 책이죠.”
창업 과정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드씽은 실리콘밸리 투자자가 경영하면서 겪었던 난관들과 그 극복 과정을 담고 있어요.임원들과의 관계,동료와의 관계,의사결정 과정 등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이런 부분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스탁키퍼 안재현 대표가 뱅카우의 상징인 송아지 그림 배경을 뒤로 하고 미소를 짓고 있다.비온미디어 제공 
■꾸준함의 힘 – 리더로서의 철학
안 대표는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으로 '꾸준함'을 강조한다.
"리더가 꾸준하지 않으면 방향성이 바뀌고,양귀비 카지노팀의 정체성이 흔들립니다.스타트업에서는 화살을 많이 쏴봐야 해요.과녁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화살을 한 번 쏘고 맞추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처음 정한 방향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끈기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도둑놈 세 가지가 있어요.하나는 화살을 쏘고 맞추지 못하는 '도둑놈 실력',둘째는 A를 했다가 실패하면 쉬었다가 B를 하는 대기업 방식,셋째는 대표도 없이 사업을 하는 것.스타트업은 이런 '도둑놈' 세 가지를 경계해야 합니다."
■부산과 함께하는 디지털 자산의 미래
안재현 대표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AN·비단)와의 협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한우라는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STO가 부산을 디지털 자산 허브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머디티 상품은 거래소의 첫 단계가 되어야 합니다.한우는 범용 상품으로,누구나 가치를 이해하고 실제로 소비할 수 있어 STO에 적합해요."
그는 부산 시민들이 뱅카우를 통해 한우에 투자하고,이를 부산 내 식당에서 소비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다.투자한 시민들이 동백전으로 솔직한우에서 식사를 하고,이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이다.
"한우 STO가 부산 디지털 자산 거래소의 첫 번째 상품이 된다면,실물 경제와 디지털 자산의 연결 사례로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10년 후의 비전
안재현 대표가 그리는 10년 후 스탁키퍼의 모습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이다.
"10년 후,어느 나라에 한우를 팔지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 있을 겁니다.이슬람 국가,동남아시아,미국 등 어디에 액시하는 게 좋을지 고객들에게 제시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현재는 모든 한우가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지만,향후에는 한우의 글로벌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그의 꿈이다.
"우리 투자자들은 한우가 어디서 소비되는지 선택할 수 있게 될 겁니다.투자와 소비가 연결된 글로벌 플랫폼,샤오미 파워볼그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맺음말
종합상사에서 안정적인 커리어를 포기하고,월급으로 송아지를 모으며 시작한 꿈은 이제 5만 명이 넘는 투자자를 가진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90번의 거절을 이겨내고,동료의 이탈과 가정의 희생까지 감수하며 이룬 성과다.
안재현 대표의 이야기는 스타트업이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꾸준함과 끈기,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있어야만 혁신은 현실이 된다.
그가 만든 한우 STO 플랫폼은 이제 부산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한우라는 전통적인 산업과 블록체인 기술의 만남,그리고 부산의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그 여정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