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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비급여라도 판단 위한 진료는‘급여’청구
말 한 마디에‘뇌졸중 의심환자’로…진료비‘급여’
급여·비급여 판단‘고무줄 잣대’…개혁 어려운 이유[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인생을 살다 보면 칼로 무 자르듯이 명확한 게 그리 많지 않다.병원 진료비 또한 전액 부담(비급여)과 건강보험 적용(급여)가 불분명한 사례가 꽤 있다.말 한마디·판단 하나로 수십만 원의 본인 부담 진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의미다.급여·비급여의‘고무줄 잣대’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도 힘들어하는 부분이다.최근 정부가 비급여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인해 목적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AI 생성 이미지(이미지=ChatGPT)‘사마귀’는 관련 법령에 비급여라고 명시된 질환이다.치료하려면 환자가 진료비 전부를 내야 한다.그런데 발바닥이나 발가락 등에 생긴 사마귀는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부담한다.일상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사마귀는 건강보험에서 치료비를 부담한다는 조항 때문이다.이런 규정으로 인해 손가락 사이에 난 사마귀는 진찰료와 처치료를 건강보험에 청구할 수 있다.반면 손등에 난 사마귀는 비급여겠지만 사마귀가 손등에 났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한 진찰료는 급여가 될 수 있다.손등에 난 사마귀라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을 위해 의사가 진찰이 필요하므로 이 진료 행위는 급여 의료행위로 청구될 수 있다.

병적인 저신장에서도 급여와 비급여가 왔다갔다하는 사례가 있다.한 부모가 자녀 키가 작아 병원에서 성장판을 검사하고 X레이를 촬영했다.며칠 뒤 X레이 판독 결과 나왔는데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호르몬 또한 정상이었다.이 아이는 비급여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그렇다면 이전까지 검사했던 모든 항목과 진료는 비급여일까.지영건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당시 의사는 이 아이에게 급여 진료와 검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아이가 무슨 병이 있을지 모르니 건강보험에 급여를 청구한 것이고 이후 병이 아니라고 확인된 순간부터 비급여로 청구한다”고 설명했다.이는 당일에 진행한 진료·검사 결과를 나중에 알 수밖에 없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심지어는 말 한마디에 술 취한 사람의 진료비가 달라진다.지 교수는 “술 마시고 인사불성이 됐을 때 응급실에서 진료받으면 비급여다.그런데 동행자가‘평소엔 그렇지 않았는데 술 마시고 갑자기 쓰러졌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 술 취한 사람의 진료비는 급여로 바뀐다”고 전했다.의사 입장에선 이 사람이 뇌출혈 증상인지 아니면 뭔가 의학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인지 빨리 깨워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의학적 필요에 의해 술이 빨리 깨라고 포도당 주사를 놓고 CT 찍는 모든 의료 행위가 급여로 처리된다는 것이 지 교수의 주장이다.

이미 의료계는 이러한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심사 기준에 지속적으로 반발해왔다.어제는 잘만 진료비 청구를 받아줬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오늘은 진료비 청구를 삭감한다는 주장이다.일각에서는 급여와 비급여의 모호한 잣대로 미용·성형 등 확실한 비급여 시장만을 공략하는 의사들이 늘어났다고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내 보험인정기준 게시판.새로운 사례가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해 심평원 내에도 모든 규정을 아는 담당자가 없다.(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와 비급여의 불분명한 경계는 비급여를 줄이려고 하는 정부의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정부는 과도한 비급여 진료 유도와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병행진료 금지 정책을 준비 중이다.병행진료는 한 의료기관에서 급여와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동시에 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정부는 병행진료 항목은 급여 진료라도 비급여로 간주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정부는 경증 비급여를 실손에서 보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보험 정책을 이끌 방침이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급여와 비급여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정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 교수는 “병행진료의 개념이 들어가기 시작한 순간부터 건강보험 청구 방식이 굉장히 복잡해질 수 있다”면서 “경증 비급여는 실손에서 보장하지 않는다의 전제는 급여와 비급여 구분이 명확할 때 가능한데 현재는 명확하지 않다”면서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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