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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장수철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블랙핑크 제니(가운데)가 지난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의 엠파이어 폴로 클럽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출연해 공연하고 있다.인디오=AP 뉴시스

"어떻게 K팝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혹시 우리 민족이 춤과 노래에 뛰어난 어떤 유전적 특질이 있는 건 아닐까요?"

생물학자인 장수철 연세대 교수는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장 교수는 '춤과 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규명한 연구는 없다'고 답하면서도 K팝의 세계적 인기를 어쩌면 유전자,진화론과 연관시켜 설명할 수 있겠다는 단초를 얻는다.

신간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세계에서 각광받는 K컬처 현상을 중심에 두고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을 풀어내는 과학 교양서다.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인간의 다양한 문화 요소가 유전자 선택을 유도하고 유전자 변화가 문화를 어떻게 다시 진화시켰는지를 설명하는 다윈 진화론의 최전선으로,국내 저자가 이런 내용으로 해설서를 쓴 건 처음이다.

'칼 군무'에 반응하는 인간 유전자

세계 각국 K팝 커버댄스 대회 우승자들이 2022년 10월,슬롯 온라인 카지노본선을 앞두고 청와대 본관 앞에서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최주연 기자

저자는 K팝의 세계적 인기에는 인간 유전자에 새겨진 진화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인류의 조상은 생존을 위한 지식과 경험을 모방을 통해 전달해 왔다.모방 유전자가 없는 인간은 살아남기 힘들었다.결국 우리는 모방 유전자를 지닌 "상습적 모방자의 자손"이고,이로 인해 춤은 세계 어디서나 즐기는 문화 예술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K팝에서 두드러지는 가사에 맞게 잘 고안된 '포인트 안무'와 '칼 군무'는 모방 본능을 자극한다.저자는 "이렇게 여럿이 동시에 같은 춤을 추면,우리의 옛 조상들이 집단적으로 사냥을 할 때나 다른 부족과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일 때처럼 아드레날린과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흥분과 감정의 고조를 느낀다"며 "수렵채집 사회에서 흔했던 이 같은 행동을 '동시적 집단행동'이라 하는데 오늘날에 비유하자면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뒷담화와 K드라마 인기도 공진화의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뒷담화와 평판 문화도 진화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영국 생물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뇌 용적에 따른 잡담 시간의 상관관계 연구에 따르면,블루문 토토인류의 조상인 초기 호미닌은 사회적 상호작용 시간이 하루 최대 2시간이었지만 현생 인류는 최대 5시간으로 늘었다.원시 사회에서도 "그 친구는 어제 모두 사냥 나갈 때에도 또 살짝 빠지더군" "아무래도,걔는 좀 손을 봐야 하지 않을까?"와 같은 뒷담화가 있었고,여기서 좋은 평판을 받아야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높았다.평판 문화가 유전자를 선택한 것이다.

뒷담화와 평판 문화를 K드라마의 인기와 연결 짓는 대목은 책에서 가장 독창적인 부분이다.할리우드 영화가 수익성을 위해 대형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면서,인간 내면이나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는 외면받기 시작했다.이 빈자리를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을 주제로 하는 K드라마가 파고들었고 "수다와 평판을 거쳐" 진화해오며 유전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갈망해온 전 세계 시청자에게 소구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분석이다.대프나 주어 미국 스탠퍼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는 "한국 드라마는 가장 냉담한 억만장자조차 인간화해 관객의 관심을 끈다"면서 K드라마가 지닌 특징을 '인간화된(humanize)'으로 요약하기도 한다.

장수철 교수는 책에서 불을 사용하는 인류의 요리 문화는 신체 진화 못지않게 인간의 사회성 발달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불을 지피고,식재료를 다듬고,조리도구와 식기를 만들어야 하는 요리 문화는 사람 간의 협동을 촉진했다.특히 한국은 김장 문화,강원랜드 카지노 이용K바베큐 문화와 같이 음식을 함께 즐기는 문화가 여전히 강하다.서울 중구청 부녀 봉사단 소속 회원들이 2023년 12월,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김장문화 등재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직접 만든 김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뉴스1

책은 이 외에도 음식,가족 제도,질병과 치료,농업 등 인간 문화의 여러 방면에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을 대입한다.인간이 만든 문화도 다윈이 말한 자연선택의 압력을 가하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인간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인간을 만든다"는 공진화는 지금,여기 우리의 문화를 성찰하는 동기가 된다.저자는 "다른 생물종과 달리 향후 인류의 진화에서는 이미 우리가 만들었거나 앞으로 만들어 가는 문화가 우리 종 자체의 진화 방향 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가 좋은 사회와 문화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의 저자 장수철 연세대 교수.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장수철 지음·바틀비 발행·288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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