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절반 이상이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건강재난 통합대응을 위한 교육연구단은 지난달 15∼21일 만 18살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결과를 7일 공개했다.
연구진은‘울분’을 부당하고 모욕적이며 개인의 신념에 어긋나는 스트레스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 반응으로 정의했다.이 감정을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응답자의 12.8%는‘심각한 울분’(2.5점 이상)을 겪고 있었다‘장기적 울분 상태’(1.6점 이상)에 해당한 비율은 54.9%에 달했다.2018년 조사 당시의 14.7%보다는 낮지만,지난해의 9.3%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에서 심각한 울분 비율이 17.4%로 가장 높았다.반면,60세 이상에서는 9.5%로 가장 낮았다.월 소득 200만 원 미만 집단은 21.1%가 심각한 울분을 경험한 반면,
러스트 룰렛 배율10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에서는 5.4%에 그쳤다.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한 집단의 심각한 울분 비율은 16.5%로,중간층(9.2%)이나 상층(15.0%)보다도 높았다.
울분 수준은 공정성 인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기본적으로 세상은 공정하다’는 진술에 69.5%가 동의하지 않았다‘나는 대체로 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 응답자는 58.0%에 불과했다.공정성에 대한 신념이 낮을수록 울분 점수가 높게 나타났으며,일반적인 공정 인식 점수가 평균보다 낮은 집단일수록 울분 수준이 더 높았다.
울분을 유발한 사회적 사안으로는‘입법·사법·행정부의 비리나 은폐’에 울분을 느꼈다는 응답이 85.5%로 가장 많았다.이어‘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가 85.2%‘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의료·환경·사회 참사’가 85.1%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47.1%는 최근 1년간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의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연령대별로는 40대가 55.4%로 가장 높았다.스트레스 경험 비율은 소득 수준과 반비례했다.월 소득 200만 원 미만 집단에서는 58.8%가,1000만 원 이상 집단에서는 38.7%가 해당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연구를 총괄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회 안전성과 안정성,그리고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것이 개인과 집단의 정신건강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정신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각한 울분이 오래 지속된다면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외상후울분장애를 방치하면 자기 비하나 충동 조절의 어려움,자살 충동 등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대인 관계나 직업 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울분 장애 치료는 약물과 인지행동 요법 등 정신 치료를 병행한다.인지행동 요법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연습을 통해 대응력을 기르는 치료다.우울증은 항우울 약물로 뚜렷한 차도가 나타나지만,울분은 약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낮을 수 있어 정신 치료적 접근이 중요하다.
일상에서 감정을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운동 ▲음악 듣기 ▲천천히 호흡하기 ▲산에 올라 소리 지르기 ▲억울한 심정을 글로 써보기 등 자신에게 맞는 해소법을 실천하는 것이 정서적 회복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