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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리우 [마스트미디어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 콩쿠르 한 번으로 저 자신이 정의되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콩쿠르 이후 지금까지 이어온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니까요.”

세계적인 권위의 쇼팽 콩쿠르에서 18번째 우승자로 이름을 올린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에게 요즘의 삶은 더 특별하다.“피아노가 일상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피아노는 직업이 아닌 취미”라고 했던 그에게 피아노는 이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됐다.

내한을 앞두고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를 가진 브루스 리우(28)는 “피아노는 이제 내 존재의 일부이자 삶의 본질이며 사명이 됐다”고 했다.

세계 모든 피아니스트의‘꿈의 무대’인 쇼팽 콩쿠르는 그에게도 “인생을 바꾼 순간”이었다.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그는 “표면적으로도 정말 빠르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며 “예전에는 꿈만 꿨던 기회의 문들이 열렸다”고 했다.

“무엇보다 내면적으로도 중요한 변화가 있었어요.새로운 자신감과 책임감이 생겼죠.콩쿠르가 단순한 상이 아니라 전통이자 유산이며,그 역사의 일부가 되는 거라 생각하니 더 진지하게 스스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그의 이야기처럼 4년은 빠르게 흘렀다.무수히 많은 연주 여행을 다녔고,음반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남기며 음악가로서 눈부신 성장과 도약을 이뤘다.그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여전히 기쁨이나 자유지만,러시벳 토토동시에 연주자로서 책임과 특권도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음악은 나를 사람과 소통하고 연결해 줬다.연주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음악과 피아노를 대하는 마음에 책임이 더해지자,그는 연주자로서 더 높은 이상을 바라보게 됐다.끊임없는 발전을 목표로 삼아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탐구하고,다양한 레퍼토리를 탐색”하는 것이 브루스 리우가 걷는 지금의 삶이다.

그는 “지금의 제 모습을 볼 때 제가 꿈꿨던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술적으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도전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예술은 명성을 좇는 것이 아니라 정직함과 호기심에 기반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콩쿠르 이후 지금까지 이어온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일 뿐이고,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탐구해야 할 것이 끝없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2021년 쇼팽 콩쿠르에서의 브루스 리우 [쇼팽협회 제공]

한국에서의 연주는 2023년 6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이후 2년 만이다.공연은 러시아 작곡가로만 구성했다.차이콥스키‘사계’와‘백조의 호수’중‘작은 백조의 춤,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4번,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7번이다.

리우는 “러시아 작곡가들은 깊은 감성과 극적인 강렬함을 지닌 음악으로 유명하다”며 “차이콥스키는 나약함과 갈망을 깊이 있게 담아내 매우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며,리치 마작 패보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는 강렬한 대비와 대담한 표현을 드러낸다”고 했다.그가 세 작곡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광활한 선율이든,격렬한 감정이든,복잡한 리듬이든 그들의 음악은 다양한 방식으로 러시아의 정신을 담아내고 있어요.전 이 프로그램을 아치를 그리듯 구성하고자 했어요.러시아인의 영혼이 겪는 감정의 사계절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도록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중국계 캐나다인 브루스 리우에게 음악은‘다양성’그 자체다.그는 “음악이 인생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고 믿는다”며 “그래서 어떤 작품도,특히 위대한 명곡일수록 고정된 해석은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같은 곡이라도 삶의 어느 계절에 만나느냐에 따라 곡에 대한 관점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곡을 다시 만날 때마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어요.더 많은 삶을 경험했고,더 많은 감정을 느꼈으니까요.음악 역시 그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물론 작곡가의 의도는 온전히 존중하되,매번 살아있는 연주를 해야 한다고 믿어요.”

첫 음반‘파도’부터 최근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차이콥스키의‘사계’에 이르기까지 리우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음악을 마주했다.그는 “이 마음이 도전에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색을 찾도록 이끈다”며 “무엇보다 저 자신을 더 믿고,더 깊게 들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그가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 역시 연주자로서 음악을 마주하는 마음가짐과 맞닿아있다.

“청중이 제 연주를 들을 때 파도처럼 살아있는 움직임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자신의 질서 안에서,늘 새로운 무언가를 전할 수 있는 음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음악은 유리관 속에 보존된 박물관 조각품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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