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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전 삼킨 산불이 남긴 상처③]
의성군민 "산불 이후 어디 가서 의성 사람이라 말도 못 해"
발화,피해 지역민들 "실화자 강력 처벌 원해" 한목소리
지금 이 순간 뜨거운 소식을,오목교 기자들이 오목조목 짚어 봅니다.
올해 3월 시작됐던 경북 지역 산불의 발화 지점인 의성군의 주민들은 다른 피해 지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고 있습니다.특히 의성 인근의 안동 지역은 이번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실제로 복구 현장에서는 의성 지역을 향한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다만 의성군민들도 억울한 마음은 있습니다.어떤 얘기일까요?CBS노컷뉴스가 산불 피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②올해 자두값 비상…경북 산불 그 후,"농사 접었다고 봐야"
③"미안하고 억울하고"…산불 발화지 주민들,"중요한 건 불 낸 사람 처벌"
(계속)
지난 3월 경상북도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인해 발화 지역인 의성군은 아직도 이웃 지역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의성군 주민들은 "피해 지역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그러면서 실화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김정호(64) 이장은 지난 7일 취재진과 만나 "그때 상황을 직접 봤다면 '이게 생지옥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 이장은 "여기 안평면은 피해가 좀 적은 편이지만 단촌면,점곡면,옥산면은 피해가 심하다"며 "경북에서는 안동,영덕,청송,영양 쪽이 피해 면적이 넓다.그쪽은 마을 전체가 완전히 소실돼 버리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의성군 행정 구역은 1읍 17면으로 구성돼 있다.그중에서도 안평면은 의성군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의성군 자체도 경북 지역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이곳에서 불이 시작된다면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가기 쉬운 환경이다.
불이 안평면에서 시작하기는 했지만,타지역과 비교하면 피해를 많이 본 편은 아니다.바람이 부는 방향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종근 산림청 대변인은 8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산불은 발화 지점에서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부채꼴 모양으로 퍼진다"며 "의성에서 북서풍을 따라 안동으로 크게 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동시는 이번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농작지 1097ha,농기계 2200대,부대시설 954개소 등이 불에 탔다.축사 88개소,가축 19만 6788마리 등에도 손해를 입었다.
특히 남선면 도로리는 4개 마을이 전부 소실돼,대형 룰렛 대여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한 곳이다.이재민들은 마을회관,체육관 등에서 지내며 임시 주거시설이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 생계 걱정도 동반된다.
이 때문에 원망의 목소리도 나온다.도로리 주민 A씨는 "안평면에서 불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그 동네가 불을 내고 싶어서 낸 것이겠냐"면서도 "어쨌든 불은 의성에서 발생했으니 책임은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들도 "거기서(의성) 불을 내버렸다","안동 사람들은 지금 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 이장은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거듭 미안함을 전했다.그는 "다른 시,군에 죄송한 마음이 상당하다"면서 "우리가 불을 의도적으로 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발화 지점이 이곳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안평면의 25개 마을 이장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다.의성군 전체로 따지면 우리 면을 대표해서 미안하다.또 의성군을 대표해서도 경북도민들한테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억울한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산불 발생 지역으로 낙인이 찍혔지만,불을 낸 사람은 외지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 이장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 불을 냈다.그런데 다른 지역 사람들은 '어찌 됐든 의성에서 산불이 오지 않았느냐'며 항의한다"며 "내가 발화 지역의 이장이다 보니 지탄의 대상이 됐다"고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산불 발생 이후 다른 지역에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김 이장은"'의성 산불'이라고 부르니까 의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안 좋아졌다.그래서 절대 의성에서 왔다고 얘기를 못 한다.그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 됐다"고 전달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우리가 내고 싶어 냈냐'고 적반하장 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그래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양심과 도덕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발화,피해 지역 주민들이 공통으로 바라는 점은 실화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다.괴산1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조부모의 묘를 찾은 50대 성묘객이 낸 것으로 추정 중이다.
해당 성묘객이 지난 3월 22일 괴산리 한 야산에서 묘에 자란 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라이터를 켠 행위가 화근이 됐다.현장에 있던 성묘객의 딸이 119에 직접 신고를 했고,포커싱뜻이후 경찰 조사에서 성묘객은 나뭇가지에 불을 붙인 사실을 인정했다.
김 이장은 "지금은 지역끼리 누구를 원망할 게 아니다.불을 지른 사람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니 신경질이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면서 "불을 낸 사람이 어떻게 조사를 받고 있고,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널리 알려야 한다.대형 산불이고 엄청난 재앙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피해 지역 주민들도 "불을 낸 사람의 잘못인 것은 확실하다","불을 지른 사람을 찾아가서 어떻게 하고 싶은 지경"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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