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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콩 수입국 다변화로 리스크 최소화… 브라질이 어부지리 수혜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사실상 중단했다.뉴시스미국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단일 품목은 반도체나 천연가스가 아닌 콩(대두)이다.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콩은 모두 2721만t,금액으로는 128억4000만 달러(약 18조 원)에 달한다.미국이 지난해 생산한 콩(1억1884만t)의 22%를 차지하고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전체 금액의 9%에 해당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콩 수입국이자 소비국이다.중국은 매년 9600만t 넘는 콩을 미국,브라질 등 각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콩은 중국인에게 중요한 농산물이다.콩은 두부 등 각종 요리의 재료가 될 뿐 아니라,콩기름 원료이기 때문이다.중국인은 요리할 때 식재료를 대부분 기름에 튀기고 볶는데,식용유로 콩기름을 쓴다.

특히 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은 돼지 사료로 사용된다.중국에서‘육(肉)’이라는 글자는 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의미할 정도로 돼지고기는 중국인의 주식이다.중국에서는 돼지고기가 항상 밥상에 오르는데,그만큼 중국인에게 콩과 돼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게다가 경제발전으로 소득이 늘어나면서 중국인의 돼지고기 등 육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중국은 돼지고기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중국 농가에서 사육하는 돼지는 4억5000만 마리나 되고,돼지고기 생산량은 전 세계 60%를 차지하고 있다.양돈 농가 수는 6000만 가구에 달하며 1억 명 넘는 인구가 양돈산업에 종사한다.

콩이 필수 농산물임에도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콩 수입을 사실상 중단했다.그 이유는 무엇보다 관세로 미국산 대두 수입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14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내렸다.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수입하는 모든 미국산 제품에 125% 보복관세를 매기고 있다.미국산 대두에 대한 총 관세는 중국이 3월 특정 미국 농산물에 부과한 10% 관세를 포함해 135%로 올랐다.

미국 아이오와주 농장에서 콩을 수확하고 있다.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콩은 모두 2721만t에 달한다.뉴시스 중국은 대두 수입 중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전쟁에 맞대응하려 한다.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1월 16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미국산 대두의 예약 구매를 중단했다.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무역전쟁을 경험한 중국이 지난해 대선 당시 대중(對中) 관세를 60%까지 물리겠다는 공언에 미리 대비한 결과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지기반인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려 한다.미국‘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중국에 145%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이 4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구매한 미국산 대두가 1800t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중국은 관세 부과 일주일 전(4월 4~10일)에는 미국산 대두 7만2800t을 구매했다.일주일 사이 중국의 대두 구매량이 40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미국의 주요 대두 생산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텃밭인 중서부‘팜 벨트’(farm belt·농장지대)라고 부르는 지역이다.미국의 대두 생산 상위 10개 주를 보면 일리노이,아이오와,미네소타,네브래스카,인디애나,미주리,오하이오,월 카지노 보증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아칸소 등이다.팜 벨트 지역에서 생산된 콩은 미국 전체 생산량의 95%를 차지한다.

이 지역 농가들은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중국 정부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 농민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압박을 가해 관세전쟁을 중단하도록 유도하려 한다.리용 중국국제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으로 미국 농업 부문 타격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일본‘니혼게이자이신문’도 “중국은 트럼프 정부에 대항해 그의 지지기반인 미국 농가 등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언급하면서 농민들에게 버티면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우리 농부들은 위대하지만,그 위대함 때문에 중국 같은 적과의 통상 협상이나 이번 같은 전쟁이 있을 경우 최전선에 놓이게 된다”면서 “첫 임기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나는 애국자들에게 버티라고 했다”고 밝혔다.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농민 지원금으로 200억 달러(약 28조 원)를 지출해야 했다.미국 정부는 이번에도 농민 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한 슈퍼마켓의 식용유 판매대.중국은 매년 9600만t 넘는 콩을 미국,브라질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뉴시스 미국은 중국의 미국산 콩 수입 중단으로 중국에서 돼지고기 값이 크게 올라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미국 언론들은 “매달 3t의 돼지 사료를 구입하는 중국 농가의 경우 한 달에 1만4000위안(약 270만 원) 비용이 드는데,이는 관세전쟁 이전의 1만500위안(약 200만 원)보다 33%가량 늘어난 것”이라면서 “사료 가격 상승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식품과 육류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은 돼지 사료 가격이 오를 경우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인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돼지고기 가격이 중국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다.또 콩기름 가격도 당연히 오르게 된다.돼지고기와 식용유 가격 동향은 중국 국민의 체감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중국 정부는 항상 돼지고기 등 식품 가격을 예의주시해왔다.물가가 지나치게 오를 경우 자칫하면 국민의 정치적 불만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1989년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원인 중 하나도 물가상승이었다.이에 미국은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을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기대는 무산될 공산이 크다.중국 정부는 트럼프 1기 때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에 따른 피해를 교훈 삼아 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실제로 중국은 그동안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량을 줄여왔고,대두의 경우 미국산 수입 비중이 2016년 40%에서 지난해 18%로 절반 넘게 급감했다.그 대신 중국은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크게 늘렸다.중국의 브라질산 대두 수입 비중은 2017년 50%에서 지난해 70%로 늘어났다.

중국은 이미 브라질로부터 대두를 대량 수입하고 있다.중국 국영방송사 CCTV는 동부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저우산항에 4월에만 브라질산 대두를 실은 선박 40여 척이 정박했다면서 이 항구에 하역된 브라질산 대두가 70만t이라고 보도했다.CCTV는 4월 브라질산 대두 선박의 정박 횟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8%,대두 하역량은 32% 증가했다고 전했다.브라질 대두생산자협회는 중국이 4월 초순에 자국산 콩 240만t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영국 로이터통신은 2분기 중국의 대두 수입량이 역대 2분기 최고치인 3130만t에 이를 것이며,브라질산 대두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다.브라질 최대 대두 생산지인 마투그로수주의 한 대두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앞으로 브라질에서 더 많은 대두를 수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장쑤성 항구에서 수입산 대두를 하역하고 있다.중국 국영방송사 CCTV는 4월 브라질산 대두 선박의 정박 횟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8%,대두 하역량은 32% 증가했다고 전했다.뉴시스 브라질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덕분에 최대 수혜국이 되고 있다.말 그대로‘어부지리(漁父之利)’다.브라질은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으로,세계 대두 생산량에서 브라질(40%)과 아르헨티나(12%)가 차지하는 비율은 52%에 달한다.브라질은 지난해 중국에 대두 7252만t을 수출했는데,이는 2010년 이후 280% 늘어난 양으로 브라질 전체 대두 수출량의 73%에 달하는 규모다.미국‘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으로 브라질 대두 농가들이 수혜를 입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이번 관세전쟁은 브라질에는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케일럽 래글랜드 미국 대두협회 회장은 “1차 무역전쟁 이후 우리는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0%를 잃었고 두 번 다시 되찾지 못했다”고 밝혔다.특히 브라질 대두 농가들은 올해 대풍작으로 지난해보다 더 많은 대두를 수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중‘대두 전쟁’에서 중국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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