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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부과 건보료 22억원
사망 날짜 관계없이 월별 계산
건보공단,일 단위 계산 '비효율적'

일별 사망자 및 건강보험료 부과금액/그래픽=이지혜
#.지방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지난달 1일 오전 10시쯤 90대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냈다.치매를 앓던 그의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입원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고,호흡곤란으로 종합병원에 옮겨진 지 2주 만에 숨을 거뒀다.마음을 추스르던 최씨는 같은 달 10일,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아버지의 건강보험료 14만2130원,장기 요양 보험료 1만8430원을 징수한 사실을 확인하고 황당함과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그는 "첫날 사망했는데 한 달 치 보험료를 다 내는 건 문제"라는 취지로 따졌지만,건보공단 측은 "민원이 많지만 고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사망한 날짜와 무관하게 당월 건강 보험료 전체를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1일에 숨졌는데도 그달 전체 보험료를 모두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 등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실제 이와 관련한 민원도 다수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하루 단위로 보험료를 계산하는 '일할 계산'이 보험료 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과도한 행정비용을 유발한다며 규정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또 가입자에 따라 월별 계산이 유리한 경우가 있어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볼 수 없다"라고 했다.
사망자에 부과된 보험료 최소 22억원 건보공단은 12일 지난해 사망자 30만2035명(의료수급자 약 5만여명 제외)에게 총 22억5000만원의 건강 보험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직장 가입자는 본인 부담 보험료만 포함했고,별도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피부양자는 제외한 금액이다.지역 가입자는 세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데,가구원 각각의 보험료를 분리 계산하기 어려워 단독 세대만 포함됐다.따라서 사망자 건보료 부과액은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건강보험은 사망일의 다음 날 자격이 상실된다.1일에 사망하면 2일에 자격이 사라지는데,그래도 당월 보험료를 모두 내야 한다.국민건강보험법 69조에서 보험료는 월별로 부과하도록 규정됐기 때문이다.지난해는 1일 사망자(상실일 기준 2일)는 9845명이 7500만원을 냈고,2일 사망자는 1만63명이 8900만원을 냈다.월초를 대략 10일로 잡을 경우 이 기간 사망자가 낸 보험료 총액은 5억8800만원이다.10일 단위로 초·중·말을 구분하면 많은 편은 아니다.
보험료 '월별 부과' 가입자별로 유·불리 달라 현재 건보공단은 사망자의 보험료 일할 계산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과도한 행정 인력·비용을 투입해야 할뿐더러 가입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도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행정력 낭비다.지역보험료는 주민등록상 세대 단위로 부과돼 사망,전·출입,출입국 등의 사유 발생 시 보험료가 변경된다.지난해 기준 주민등록상 전출입 변동자는 사망을 포함해 1300만 건이다.보험료 변경의 또 다른 사유인 직역 간 자격변동(직장→지역,지역→직장,토토 스포츠 용어지역→지역 등)은 6600만건으로 훨씬 더 많다.

건보공단은 상실 사유 발생 시점부터 보험료를 일할 계산하면 각각의 사례를 모두 부과·고지해야 하는 만큼 보험료 산정이 복잡해지고 과도한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민원 증가에 대한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 자격·부과·징수 관련 민원은 연간 4500만건으로 보험료 일할 계산 시 민원은 더욱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산 시스템의 발전 여부와 무관하게 보험료 산정 체계의 복잡성과 일별 부과 시 행정 비효율을 고려하면 월 단위 부과방식은 불합리하지 않은 정책 결정"이라 밝혔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진천군청에서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의견 수렴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진천=뉴시스] 연종영 기자
일할 계산이 무조건 가입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피부양자에서 소득 증가 등을 이유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때 현재는 다음 달부터 보험료를 납부하지만,일할 계산하면 그달부터 내야 한다.국외 체류로 급여 정지 중 입국했거나,경감 대상자에서 해제됐을 때도 일할 계산하면 지금과 달리 건보료를 즉시 내야 한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필요에 따라 의료비 혜택을 받는 사회보험제도"라며 "사회보험의 원리에 따라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보험료 부과 기준과 균등 급여를 적용하고 있기에 사망자라 해서 보험료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 이용 여부는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 이후,보통 6개월 정도 지나 파악되므로 이를 토대로 당월 보험료를 산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며 "(사망자 보험료 부과에 대한) 이의신청 시 각 사안의 개별적 상황을 검토해 인용·기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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