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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약 100일 만에 MSC행사 다시 참석
2월 연설서 유럽 꾸짖어 메가톤급 폭탄
화기애애한 분위기… 질문도 추가로 받아
“유럽이 틀리고,미국이 옳다는 것 아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7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 행사에 참석해 웃음을 짓고 있다./AFP 연합뉴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7일 뮌헨안보회의(MSC)가 워싱턴 DC에서 주최한‘뮌헨 리더스 미팅(Munich Leaders Meeting)’행사에 참석해 볼프강 이싱거 MSC 재단 회장과 약 30분 동안 외교·안보 현안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매년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MSC는 세계 최대 규모 안보 회의 중 하나로 미국에선 부통령이 참석하는 게 관행이었다.밴스는 올해 2월 사실상의 국제 무대 데뷔전이었던 이 행사에서 언론 자유 탄압,이민 정책 실패 등을 강하게 꾸짖으며 오랜 가치 동맹인 유럽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겼다.전후 자유질서의 기반인 대서양 동맹이 흔들린다는 얘기까지 나왔던 터라 이날 이뤄진 약 100일 만의 재회에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밴스는 유럽 지도자들 면전에서 유럽 민주주의를 맹비난했고,독일의 강경 보수 정당인‘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세 바이델 대표와 면담하며 유럽을 경악시켰다.이마저도 모자라 “마을에 새 보안관이 왔다”며‘새로운 미국’에 적응할 것을 촉구했다.“그레타 툰베리(스웨덴의 환경 운동가)의 꾸짖음을 버틸 수 있다면 여러분들도 일론 머스크의 몇 개월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란 밴스의 농담에 웃음을 보인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분위기도 좋지 않았는데,BBC는 이를 “매우 기괴한 20분이었다”고 평가했다.올라프 숄츠 당시 독일 총리는 이를 “우리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속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회의 분위기는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행사는 백악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유서 깊은‘월라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는데,이싱거는 “오늘 아침 부통령을 모시게 돼 매우 영광”이라는 말로 입을 뗐다.이어 곧바로 밴스의 2월 연설을 언급하더니 “귀하의 연설이 기본 가치에 관한 상당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며 “우리가 그동안 MSC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논쟁이었다”고 했다.재단은 밴스 연설과 거기에 대한 세계의 반응을 담은 소책자까지 마련하는 성의를 보였다.독일 외교관 출신인 이싱거는 30년 전 밴스의 고향인 오하이오주(州)에‘한 달 살이’를 했던 경험까지 언급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 주최 행사에서 볼프강 이싱거 MSC 재단 회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밴스도 이날 2월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밴스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데 대화를 할 수 있어 기쁘다”며 “저는 외교 정책을 순수하게 거래적 가치로 바라보지만,유럽에 대해서는 이런 견해를 완전히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이어 “미국과 유럽이 근본적으로 같은 문명,(하나의) 팀에 속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가 의견 차이를 갖지 않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 사이에 단단한 벽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어리석은 것”이라고 했다.밴스는 이날 미·중 무역 협상,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란 핵 협상 등에 관한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정해진 시간이 넘어가자 “(뒤쪽에 서 있는) 우리 팀이 매우 긴장하고 있지만 몇 가지 질문을 더 받겠다”는 여유까지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에‘공공의 적’이 된 러시아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밴스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교착 상태에 있는 종전 협상 관련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한 일정한 요건의 조합들과 (우크라이나가 해야 할) 양보의 조합들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직접 대화조차 없다면 중재가 불가능할 수 있다”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그것이 우리가 취하길 원하는 커다란 다음 단계 조치라 생각한다”고 했다.밴스는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설전(舌戰)을 벌인 전력이 있다.

밴스는 행사 말미에 이싱거가‘내년 2월에도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하자 “다시 초청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는데 감사하다”고 했다.그러면서 “유럽이 나쁘고 미국이 좋다는 것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 모두 조금씩 방향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모두 함께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권장한다.우리는 그런 작업에 참여할 의지와 능력이 있으며,(여기 계신) 여러분 모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지난 2월 밴스가 무대에서 내려올 때 박수 소리가 거의 없던 것과 달리 이날 행사가 끝나자 참가자 중 상당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뮌헨안보회의(MSC)가 주최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