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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무역 상대국들을 대상으로 벌이는‘관세 전쟁’에서 영국과 첫 합의를 이뤄내‘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꼽히는 한국과의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8일(현지시각) 미·영 정부 발표의 핵심은 미국이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율을 10%로 낮춘 것과 영국 상품 전반에 대한 10%의‘기본관세율’을 고수한 점이다.이는 한국·일본·인도·이스라엘·베트남과의 협상도 서두르는 미국이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자동차,스카이윈드 슬롯자동차 부품,무료 룰렛 번호 예측기철강,알루미늄에 전 세계를 상대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런 품목별 관세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왔다.대신 4월3일 한국 등 57개국에 부과했다가 7월8일까지 적용을 유예한 국가별 상호관세(‘기본관세’명목의 10%는 유지)에 대한 협의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자동차 품목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1일 베선트와 2차 협상을 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일본 상품 전반에 부과된 24%의 상호관세뿐 아니라 자동차와 철강 등에 부과된 품목 관세까지 논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그런 부분이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으면 합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그런데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연간 10만대까지 관세율 25%(기존 관세율을 더하면 27.5%)를 10%로 낮추는 저율관세할당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품목별 관세도 조정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지난해 영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물량은 9만2천대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체 물량이 관세 10%를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일본처럼 자동차가 대미 1위 수출 품목인 한국에는 일단 고무적인 소식이다.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감면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영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없애기로 한 것도 품목별 관세에 대한 미국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준다.
미국이 상호관세율을 10% 아래로는 낮추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베선트 등이 전부터 밝혀온 입장이 현실화한 것이다.미국은 7월9일 상호관세 적용 유예 기간이 끝나면 한국의 경우 25%의 상호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다.이를 전후해 한국과 합의에 이르더라도 상호관세 중 현재 적용 중인‘기본관세’10%는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10%‘기본관세’가 다른 협상에서도 기본 틀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낮은 숫자다”라며,합의가 돼도 10% 넘는 상호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까지 밝혔다.
하지만 미·영 합의를 한국에 직접 대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물량은 지난해 143만대로 영국의 14배가 넘는다.게다가 트럼프는 영국이 예외적인 경우라고 했다.그는 “롤스로이스는 여기(미국)에서 만들지 않을 것이라 관세를 25%에서 10%로 낮췄다”며 “그것은 매우 특별한 차이고,생산량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또 “롤스로이스는 수백만대를 만드는 거대 자동차 업체가 아니다”라며 “롤스로이스에 비견할 만한 차가 아니라면 그런(관세율을 낮추는) 합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롤스로이스,벤틀리,애슈턴마틴 등 고급 차량들은 생산량이 적고 미국 업체들의 주요 경쟁 상대도 아니기 때문에 영국산은 관세를 낮춰줄 수 있다는 말이다.그렇다면 미국시장에서 현지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많은 물량을 수출하는 한국이나 일본 업체들과 관련해서는 협상 전망이 밝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이 가장 쉬운 상대한테 첫 합의를 이끌어낸 점도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게 만든다.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 대륙과의 관계가 약화됐고,대서양 건너편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구해왔다.트럼프는 집권 1기 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부추긴 장본인이다.그는 영국과의 합의를 발표하면서 양국의 “특별한 관계” 때문에 합의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미·영의 무역수지 구조가 한국과 크게 다른 점도 있다.미국은 지난해 영국을 상대로 119억달러(약 16조8천억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봤다.대미 적자국인 영국과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557억달러에 이르는 한국은 다르다.이 때문에 영국은 다른 56개국과 함께 상호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됐지만 적용된 관세율은 10%로,기본관세만 적용받는 나머지 국가들과 같다.영국은 이번에 미국산 쇠고기와 기계류 수입 확대와 에탄올에 대한 관세 폐지 등의 양보안에 합의했다.트럼프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모두 이번 합의는 자신들의 “큰 승리”라고 주장했다.하지만 대미 무역적자를 보는 영국은 상호관세율 10%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또 프레임워크(기본 틀)로 불리는 이번 합의는 구체적 내용이 확정돼야 하고,발효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일컬어진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영국과의 기본 합의를 근거로 한국 등에 합의 도출을 서두르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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