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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오른쪽)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노르웨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로이터]

다루 카지노 먹튀239,214);">“동성결혼한 두 아이의 아빠” “한때 민주당 열혈 기부자” “트럼프 행정부,어른의 축” “트럼프 폭주 막을 유일한 사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주도하는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63)를 압축한 말이다.

‘미국에 성(性)은 남성과 여성 뿐’이라며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성애자에 심지어 과거 민주당 지지자였던 그를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선트는 헤지펀드인‘키스퀘어그룹’창립자이자 거시 분석 투자가로 35년 이상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순자산만 최소 5억2100만달러(약 74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는 경제·통상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트럼프의 확고한 신임을 받았다.오는 10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첫 공식 무역·경제 논의에도 직접 출격한다.성소수자로서 보수 진영에서 입지가 불리함에도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무역 협상까지 직접 챙겨 존재감을 키웠다.관세정책 주도권을 두고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벌인 신경전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민주당 지지자에서 트럼프 내각 핵심 일원이 되기까지,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00년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시절,앨 고어 당시 부통령은 뉴욕 이스트햄튼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모금 행사에 참여했다.당시 무대 위에서 고어 부통령 뒤에 서있었던 인물은 바로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민주당 거액 기부자였던 베선트였다.이 행사는 베선트의 자택에서 열렸으며 그는 공동 주최자 중 한 명이었다.

베선트는 자유주의자이자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의 제자였고 힐러리 클린턴,존 케리,버락 오바마를 포함한 민주당 고위 인사들에게 기부했던 투자자였다.

베선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1962년 삼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베선트의 아버지가 했던 부동산 개발업은 경기 흐름에 취약했다.그의 아버지는 투자에 실패해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어린 시절 겪은 경제적 불안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경기침체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예리하게 인식했다.훗날에도 그는 자신의 추진력과 직업적 능력을 갖게 된 배경이 이러한 경험 덕분이라고 말하곤 한다.

베선트(왼쪽) 장관과 그의 동성 배우자 존 프리먼 [SCMP]

베선트는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아홉 살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마이애미 사우스 비치 해안가에 있는 오션 드라이브에서 해변 의자와 파라솔을 설치하거나,레스토랑에서 테이블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는 잡일을 했다.

1984년 베선트는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예일대 재학 중에는‘예일 데일리 뉴스’소속 기자로 활동했다.그는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밑에서 인턴을 한 뒤 금융계에 발을 디뎠다.1991년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소로스 펀드’에서 일하면서 1992년 영국 파운드에 베팅해 10억달러를 벌어들인 바 있다.이후 자신만의 펀드를 만들기 위해 소로스 펀드를 떠났다가 2011년에 돌아와 2015년까지‘소로스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이 즈음 베선트는 공화당 정치인에 대한 기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 민주당 정치인들에 기부했던 이력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일부 측근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의‘충성심’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측근’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베선트를 깎아내렸지만 트럼프의 생각은 달랐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선트가 소로스 밑에서 낸 성과를 트럼프 당선자가 인상깊게 봤으며 그 외 다른 이력들은 개의치 않아 했다고 전했다.베선트는 트럼프가 승리한 첫 대선을 돕진 않았으나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시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선트는 수십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과 알고 지냈으며 특히 고인이 된 트럼프의 형 로버트와 절친한 사이였다고 전했다.그는 트럼프의 재선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에 200만달러(약 28억원)를 기부했다.

트럼프는 재무 장관으로 베선트를 선택했다고 발표했을 때 소로스에 대한 언급이나 금융가와의 관계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다만 그는 “베선트는 영국 파운드화와 일본 엔화 공매도를 포함해 헤지펀드 역사상 가장 크고 수익성이 높은 거래에 관여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베선트 당시 재무부장관(맨 오른쪽) 후보자가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를 마치고 배우자 존 프리먼(오른쪽 두 번째)과 아들 콜(맨 왼쪽),딸 캐롤라인(왼쪽 두 번째)과 함께 서 있다.

베선트는 트럼프와 같이‘미국 우선주의’에‘극우 보수성향’을 보이는 인물이지만 뜻밖에도 동성애자다.그는 동성애 가족으로 여성 역할을 하고 있고 남편은 전 뉴욕시 검사인 존 프리먼이다.베선트는 남편과 함께 대리모를 통해 얻은 두 아이를 자식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워싱턴DC 더크센 상원사무실 건물에서 진행된 재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베선트 장관이 답변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 앵글에 담길 때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뒷편에 앉아있는 소년이 눈에 띄었다.바로 베선트의 아들인 콜 베선트 프리먼이다.베선트 장관의 뒷 좌석 왼쪽에는 그의 남편이 함께 앉아 있었다.이날 청문회에는 아들뿐 아니라 딸 캐롤라인도 함께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가족의 존재가 후보자에 대한 지원과 신뢰를 상징하며 후보자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줄 중요한 기회로 여겨진다.특히‘가족’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를 봤을 때,가족들이 청문회에 참석하면 후보자가 가족 중심적이며 안정적인 사생활을 가진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또 가족들의 인사청문회 참석은 무엇보다 미국 인사청문회가 정책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비방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길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베선트 장관(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그간 베선트는 폭주하는 트럼프를 적절히 막아 세우는 역할을 해 왔다.1기 트럼프 행정부 때 트럼프의 충동적 결정을 자제시키며 동맹 파괴를 저지해‘어른들의 축’으로 불렸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떠올리게 한다‘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지난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그(베선트)를 좀 아는데,그는 어른(an adult)이라고 생각한다.무역 협정 협상에 나서야 할 사람은 아마도 그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시장의 경고를 읽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의 폭주를 저지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특히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전선의 긴장감을 낮추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장 사이에서 조정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사임 압박도 진화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파월 의장을 향해 “중대 실패자(a major loser)”로 칭하며 금리인하를 압박했다.그러던 트럼프가 돌연 태도를 바꿔 다음날엔 “(제롬) 파월(연준 의장)을 해고할 생각이 전혀 없다” 라고 말했다.여기에는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에게 시장의 시각을 입력시키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날 트럼프의 발언에 앞서 베선트는 JP모건체이스가 주최한 비공개 투자자 행사에서 “매우 가까운 시일 내 대중 무역 전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수준의 145% 관세율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이 발언이 알려지자 역시 미국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2% 이상 반등하며 환호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며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자 베선트는 트럼프를 비호하고 나서기도 했다.그는 1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다”고 지적하며 “이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한편 베선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머스크 CEO와는 견원지간인 것처럼 싸웠다.지난달 23일 베선트 장관과 머스크 CEO는 국세청장(IRS) 직무대행 임명 문제를 둘러싸고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말다툼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가 추천한 게리 섀플리를 청장 대행으로 임명한 것이 발단이었다.베선트는 재무부 차관인 마이클 포켄더를 밀고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 베선트는 이 문제를 따지면서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예산 삭감에 대해 과도한 약속을 하고 실제 성과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이에 머스크는 베선트를 “소로스의 대리인”이라고 지칭하며 “실패한 헤지펀드 운영자”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베선트는 머스크에 “꺼져라”는 취지의 험한 욕설을 했고 머스크는 “더 크게 말해 보라”며 응수했다.이 모든 일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일어났고 두 사람의 말다툼은 웨스트윙 복도에서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의 싸움을 지켜보게 됐다.한 목격자는 “두 명의 중년 억만장자가 마치 WWE(프로레슬링)처럼 웨스트윙 복도에서 싸웠다”고 전했다.

이들의 악연은 지난해 대선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머스크가 재무장관 자리에 하워드 러트닉 현 상무장관을 공개 지지한 것이다.최종적으로 베선트가 재무장관으로 낙점됐으나 베선트는 이후에도 머스크가 자신을 패싱하고 각종 인사에 개입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베선트를 높이 산 이유로는 자신이 구상하는‘트럼프 경제 2.0’을 가장 잘 이해하고 쉽고 간결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베선트는 설득력 있으면서도 간결한 화법을 구사한다.

그가 미국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정책은‘3-3-3’정책이다.다음 대선이 있는 2028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줄이고,규제완화를 통해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며,원유 생산량을 하루 300만 배럴 증산하자는 내용으로,트럼프가 지향하는 경제 정책을 기억하기 쉬운 캐치프레이즈로 정리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4일 WSJ 기고문에서도 트럼프가 구상하는 미국 경제 성장 시나리오를 설명했다.베선트 재무장관은 ▷관세를 통한 무역 재협상 ▷세금 감면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베선트 장관은 “대통령은 월스트리트(Wall Street)가 미국인의 꿈을 위해 재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하지만,메인스트리트(Main Street)가 번영을 공유할 차례”라며 “이것이 그의 대담한 경제 정책의 기본 정신”이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는 미 뉴욕에 있는 금융 중심부로,미국의 거대한 금융·자본 시장을 뜻한다.메인스트리트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즉 평범한 소비자와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의 실물 경제를 지칭한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는 다음 경제 성장 시기에‘일하는 가정’이 반드시 뒤처지지 않기를 원한다”면서 “취임 후 100일 동안 우리는 글로벌 무역의 균형을 재정립하고 미국 산업 기반을 복원하는 한편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로 지적했다.그는 “트럼프 경제 정책의 비판자들은 개별 정책을 분리해 공격한다.선별적 비판은 이들 정책이 얼마나 서로 연결돼 있는지를 무시한다”며 “무역,감세,탈규제는 경제성장과 국내 제조업을 촉진하기 위해 설계된 엔진에서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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