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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선교와 이주노동자 운동.포천의 김달성,대전의 김규복,오산의 장창원 이야기정진동을 아십니까.농촌선교(1958~1971)에서 도시산업선교(1971~2004) 활동까지,정진동은 충북 지역 민주화운동의 어른이었습니다.정진동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가 꿈꿨던 공동체 사회,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민중해방의 사상을 살펴봤습니다.이번 기사를 끝으로 정진동 평전을 마무리합니다.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말>
대학생이 되기까지 교회에 한 번 가지 않은 김달성이 CCC(한국대학생선교회)에 간 것은 순전히 친구 때문이었다.자신에게 찰싹 달라붙은 친구가 열성적으로 전도를 했기에 "네 얼굴 봐서 한 번 가볼게"라고 한 것.거기에서 그는 예수를 만났다.이후 절실한 기독교인이 된 그는 충남대 의대를 그만두고 1976년도에 감리교신학대학(감신대) 2학년에 편입했다.
참민중 만나
그렇게 신앙생활을 하던 그에게 뭔가 허전함이 다가왔다.'이 길(신앙생활)이 참 예수의 삶인가'라는 것이었다.그러다가 김달성 삶에 획기적 변화가 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감신대 4학년 때인 1978년도 주말에 부모님이 계신 청주에 왔다.'주일에 어느 교회를 갈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한 친구가 "청주고등학교 옆에 있는 청주도시산업선교회에 가 봐"라고 했다.일요일 오전 11시 자신의 모교인 청주고등학교 옆에 있던 청주산선 문을 열었다.예배당 전면에는 참나무로 된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투박한 십자가가 다른 교회와는 무언가 다르겠구나라는 예감이 들게 했다.
책상 앞에 선 목사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의 허름한 잠바를 입은 목사는 성경 구절을 낭독한 후에 노동자·농민 문제를 이야기했다.당시 청주에서 문제가 됐던 조광피혁,신흥기업 노동자들과 남일면 효촌리 땅 문제였다.
그때까지는 미처 몰랐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예배를 보는 이들 대부분이 노동자와 농민이었다.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예배를 보는 이들이 당시 교회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목사로부터 노동자·농민들이 무엇 때문에 단식을 하고 있는지를 들으면서 '초대교회가 이런 모습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김달성이 정진동을 참 목자(牧者)라고 생각한 것은 그해 7월 정진동 맏아들 법영의 의문사 사건이었다.
형사를 만나 술에 취해 돌아온 법영은 의식을 잃고 성가병원에 입원했다.김달성이 혼수상태인 법영의 석션(suction)을 도우면서 병간호를 한 것은 7월 7일이었다.가족들의 기도와 병간호에도 불구하고 법영은 김달성의 병간호 다음 날인 7월 8일 눈을 감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은 정진동은 그 일을 겪고 나서도 변함없이 활동했다.아니 아들의 죽음 때문이었는지 익사한 유희주 사건을 포함해 노동자·농민 문제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이런 모습을 보고 김달성은 정진동이 참민중,참 목자라고 생각했다.참민중 정진동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김달성은 6개월간 주말마다 서울에서 청주로 내려와 청주산선에서 예배를 봤다.
달동네에서 포천으로
정진동을 만나면서 '예수의 제자'로 살기로 작정한 김달성은 1978년 구로공단 대한광학에 위장 취업했다.민중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안경과 군대 망원경을 생산하는 대한광학은 노동자 3000명이 일하는 대기업이었다.당시까지 육체노동 한 번 해보지 않은 김달성은 3개월 만에 그곳을 나와야 했다.각혈을 하고 평소 지병으로 앓고 있던 늑막염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병 치료 후에 4년 동안 빈민선교를 한 곳이 사당동과 봉천동이었다.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불린 이곳은 도시 빈민들이 밀집해서 사는 곳이었다.김달성은 '희망교회'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빈민들의 벗으로 살았지만 정권의 강제철거 정책에 떠밀려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1985년부터 인천 주안공단에서 노동 선교를 하며 한국민중교회운동연합 총무일도 봤다.그렇게 살던 그에게 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심정의 변화가 생겼다.1987년 6월 항쟁으로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노동 선교를 중심으로 전개한 민중교회운동의 역할과 소임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일반 목회를 시작했다.그러다가 1997년 IMF 때 교회운영의 위기가 닥쳐왔고,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실의에 빠진 그는 5년간 슬럼프에 빠졌다.슬럼프에서 빠져나온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2011년 경기도 포천으로 간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이주노동자들이었다.당시 포천시 인구 15만 명 중 이주노동자가 2만 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임금 체불과 산업재해의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었다.잠자리도 쪽방이나 농장기숙사였다.심지어 자신들의 나라에 송금할 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다.김달성은 2018년부터 여생을 이주노동자와 함께하겠다고 결심하고,스포츠 토토 세금 제로놀이터2025년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정진동 정신으로 사는 포천의 참 목자다.
오함마 들은 엄마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71학번 김규복은 대학교 3학년 때 학생운동으로 서대문경찰서에 연행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1974년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 때 교수,선배,동료들이 구속됐을 때 그는 다행히 고초를 겪지 않았다.그때의 미안함 때문에 그는 더욱 치열하게 학생운동을 했다.1975년 입대,3년 만의 전역 후 그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이 온 것은 1980년 '서울의 봄'이었다.
서울의 봄 당시 서울역 집회와 관련해 전국에 현상 수배가 됐다.전국 200명 수배자 중 연세대생은 1명이었는데 그가 바로 김규복이다.정보기관은 "김규복이 윤한봉과 함께 미국으로 밀항했다"고 소문을 퍼뜨렸다.김규복은 순천에서 목회하고 있던 외삼촌 집에 숨어 있다가 서울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자신을 숨겨준 외삼촌이 범인은닉죄로 피해를 볼까봐서다.그의 어머니는 전전긍긍했다.그러다가 오함마로 지하실 콘크리트 바닥을 깨기 시작했다.그런 후에 삽으로 땅을 파 아들의 은신처를 마련했다.
잠시 집을 나왔던 김규복이 잠복하고 있던 형사에게 붙잡혔다.그때부터 서대문경찰서에 60일간 불법 구금됐다.유치장에는 소매치기부터 다양한 이들이 들어왔다.그곳에서 민중들의 모습을 발견했다.서대문교도소로 옮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그는 교도소에서 독서에 매달렸다.그러다가 반나치 운동가이자 성서신학자인 본회퍼의 책을 접하면서 '혁명 예수'를 발견했다.
석방 후 대전으로 와서 병을 치료했다.당시 대전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이모부의 권유로 대전신학교 3학년에 편입학했다.졸업 후 서울 장신대(장로교신학대학) 신학대학원에서 '목회연구과정'을 전공했다.장신대 '현대신학연구회'에 참가하면서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 조지송 목사로부터 배움의 기회를 가졌다.이 과정에서 청주도시산업선교회 정진동 목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정진동의 닮은꼴
1984년 대전으로 내려온 김규복은 청주도시산업선교회에서 정진동 목사를 만났다.그때는 청주시 내덕동·운천동·송정동 주민투쟁이 한창일 때였다.김규복은 정진동으로부터 주민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다.주민들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고기잡는 법을 말이다.
김규복이 대전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택시 노동운동을 지원한 것이다.노동조합을 만들고 사물놀이를 가르치고,노동상담 및 거리 시위를 지도(지원)했다.그런 과정에 김규복은 오정동에서 빈들교회를 개척하면서 본격적인 주민운동에 나섰다.오정동에서 대화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은 1985년 9월이었다.그는 빈들교회 부설기관인 '섬나의 집'을 만들었다.
섬나의 집은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이다.그는 미취학 아이들을 대상으로 9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헌옷바자회를 열었다.1987년부터 20년 동안 의사들을 초빙해 무료 진료를 하기도 했다.지금은 지역아동센터로 바뀐 공부방을 시작한 것도 1987년도이다.IMF 직후에는 '신나는 밥집'이라는 무료급식소를 운영했다.1994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20년 넘게 이주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주민운동이 4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2025년 현재는 지역아동센터와 이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환경·통일·재개발 문제와 관련해 연대운동을 하고 있다.
주민·민중들이 원하는 곳에는 어디든 김규복 목사가 있다.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현재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그는 비록 질병으로 앉아 있는 것도 불편한 상황이지만 공동체 운동을 향한 마음은 철심(鐵心)처럼 꿋꿋하기만 하다.정진동과 너무나 닮은 꼴이다.
긴 여운
장창원이 정진동이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78년도 <동아일보>에서다.정진동의 장남 정법영이 의문사 당한 기사를 통해서다.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 1학년 때이다.장창원은 대학 졸업 후 부천YMCA 아기스포츠단에서 일했다.전 YH노동조합 위원장 최순영의 아이를 포함한 아기들과 만났다.하지만 그 일이 장창원과는 맞지 않았다.
1987년에 대전으로 내려와서 지역 운동을 시작했다.대전신학교 3학년에 편입한 그는 본격적인 목회자 수업을 받았다.1991년 민중 선교를 하기 위한 필수코스로 지역 현장을 순회하는 첫 코스가 청주도시산업선교회였다.
장창원이 정진동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은 더도 덜도 아닌 시골 아저씨였다.아무런 꾸밈도 없고 수수한 모습,미성년자 가능 토토사이트 히츠벳그렇지만 진정성 넘치는 정진동을 본 장창원은 '이렇게 살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그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영등포산선에서 노동자 중심의 통일운동을 하며 전도사 생활을 했다.
1992년부터 2년 동안은 소집(牛舍)을 개조한 곳에서 기거하며 공장을 다녔다.그런 후에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영등포산선에서 노동상담 교육전도사를 했다.이 기간 동안 장창원은 노동자 상담과 교육,투쟁을 지원했다.전해투(전국해고자 복직 투쟁 특별위원회)의 투쟁을 지원한 것도 이 때이다.해외에서 일하다 귀국해 아무런 대책 없이 일자리를 잃은 현대중기 200여 노동자 싸움 때는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1998년 실업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와 이견이 노정됐다.정부와 함께하는 실업 대책을 주장하는 교회와 실업자를 조직해 자조(自助)운동이자 노동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장창원 간의 다른 생각이었다.
경기도 오산 다솜교회에서 2003년 9월에 '오산이주민노동자센터'를 개설했다.당시에는 일부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아기들을 경로당에 맡겨놓고 공장에 출근했다.아기들이 경로당에 방치됐다.2004년부터 시작한 어린이집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다.
'민들레 쉼터'라는 이주여성들의 쉼터를 마련해 한글 교실·컴퓨터 교실을 열었다.1990년대 들어 작은도서관,공부방(현재의 지역아동센터)을 열었다.
포천의 김달성,대전의 김규복,오산의 장창원 목사는 일하는 지역이 다르지만 모두 정진동 목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민중 선교를 하는 이들이다.장창원 목사는 조지송·정진동과 더불어 민중 선교 선배들의 정신을 기억하는 추모사업을 전국적으로 벌일 방안을 고민 중이다.그의 고민은 더불어 사는 생활·신앙 공동체인 초대교회의 모습을 복원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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