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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 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선출 직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중앙‘강복의 발코니’에서 인사하고 있다.새 교황의 즉위명은‘레오 14세’로‘레오’는 라틴어로‘사자’를 뜻한다.2025.05.09.바티칸=AP/뉴시스“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이 말씀은 하느님의 양 떼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주신 착한 목자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신 첫 번째 인사였습니다.”

8일(현지 시간)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降福) 메세지에서‘평화’를 앞세웠다.그는 “이는 무기를 내려놓은 평화,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라며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악은 결코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바티칸 안팎에서는 교황이 첫 강복 메시지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전 인류의 염원인‘평화’를 앞세움으로써 교황청이 앞으로 맡을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본다.왜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지 않던 그가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가한 추기경들의 선택을 받게 됐는지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온건하지만 단호한 카리스마

콘클라베를 앞두고 각종 언론에 오르는 유력 교황 후보는 대체로 직위와 성품,대중적인 이미지 등이 고려되는 면이 많다.하지만 추기경들은 이런 기준으로 표를 던지지는 않는다고 한다.가톨릭계 등에 따르면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지만 콘클라베 참가하는 추기경들이 중요하게 보는 자질이 세 가지 정도 있다.△선교적·신앙적으로 존경받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 각국 정상과 함께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정치력을 가졌는지 △가톨릭교회와 바티칸 앞에 닥친 위기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 등이다.특히 뒤 두 가지 자질을 바티칸에서는‘타이어를 걷어차야 할 때를 아는 자질’로 부른다고 한다.

그동안 언론 등 대중매체에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히지 않은 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데는 추기경들의 이런 내부적인 기준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과거보다 추기경 수와 분포 대륙이 다양해 콘클라베가 오래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단 네 번째 투표 만에 일찌감치 새 교황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온건하지만 확고한 판단력과 탁월한 업무 능력,단호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를 대부분 추기경이 평소 높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 낮은 곳에 임한‘페루의 프란치스코’

미국 출신이지만 페루에서 20여 년이 넘게 사목 활동한 그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빈민과 이주민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페루의 프란치스코’로 불린다.주교가 돼서도 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는데 “주교는 자신의 왕국에 앉아 있는 어린 왕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럽의 시각에서 볼 때‘미국식 오만함’이라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은 그가 선출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초강대국에서 교황까지 배출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존재하는 교황청 내부에서 이런 이미지는 그가 새 교황에 선출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미 부통령이‘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사랑의 순서)’라는 가톨릭 개념을 빌려 “그리스도교는 우선 가족을 사랑하고,그다음 이웃,모두 의 홀덤공동체,같은 나라 사람들,여수 카지노그다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미국 우선주의’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이를 비판했다.X(옛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JD 밴스는 틀렸다.예수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위한 우리의 사랑에 순서를 매기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한 것.

며칠 후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국 주교단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가장 소외되고 가장 가난한 자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나와 가까운 데에서부터 동심원처럼 확장되는 사랑은 그리스도교적이지 않습니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 교회 분열 속‘개혁 이어갈 중도파’선택

레오14세 교황은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한 인물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그를 추기경에 서임하며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주교부는 전 세계 주교 선출 등의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내 핵심 부서.주교부 장관은 주교 후보를 검증하고 교황에게 주교 선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언하는 책임을 맡고 있어,시아누크빌 카지노 후기교황청은 물론 전 세계 가톨릭 고위직과 인맥을 쌓기에 가장 좋은 자리로 알려졌다.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이 더해져 일각에서는 그가 재임한 2년간의 주교부 앞에‘초강력’이란 수식어를 붙여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신학적으로는 온건 중도 성향이지만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은 대체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주교부 장관 시절 그는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처음으로 여성을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했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여러 이념 진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의제를 이어갈 교황과 보수적 교리로 돌아갈 교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균형 잡힌 중도파’가 대안으로 지지받았다고 보도했다.영국 BBC방송은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교회의 분열을 화합으로 이끌 교황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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