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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서해 상 한·중 잠정조치 수역(PMZ)에 무단 설치한 구조물이 양국 간 새로운 현안으로 부상했다.중국은 민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군사시설 전용이 우려되면서 서해를 자기네 세력권에 두려는‘서해 내해화’전략으로 의심받고 있어서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구조물 선란 2호(왼쪽 사진)와 석유 시추설비 형태의 추가 구조물(오른쪽)이 바다에 떠 있다.엄태영 의원실 제공  외교부는 23일 서울에서 제3차 한·중 해양협력대화를 열고 중국 측 입장을 타진한 결과,긍정적인 몇 가지 신호를 포착했다며 적잖이 안도하는 분위기다.서해 구조물 3곳에 대한 우리 측 전문가 현장 방문을 주선하겠다고 하는 데 이같은 제안이 처음이라고 한다.또 중국 측이 더는 추가 구조물을 설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러나 중국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될 것이다.중국의 남중국해 세력권 확장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 서해에 대한 중국의 세력권 시도화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2009년 남중국해에 9단선(9段線)을 그린 지도를 유엔 대륙붕위원회에 제출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유엔에 각국의 배타적 경계수역(EEZ)을 표시한 해상 지도를 제출하자 맞대응 차원에서 제출된 것이지만, 9단선에 기초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구상이 국제사회에 처음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2009년 이전 중국은 몇 차례 이곳의 군도와 환초를 무력 점령했지만,전체적인 세력권 구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는 없었다. 9단선은 국제법적으로 공인된 영해나 EEZ가 아니다. 전 근대 중화주의에 입각한 일종의 종주권이나 세력권으로 간주하는 데 국제법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기원은 1947년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가 중국 영토를 담은 공식지도에서 남중국해에 ‘U’자 형태 가상 경계선인 11단선을 그어 그 안을 영해라고 주장한 데서 출발한다.이후 대륙을 점령한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9단선으로 조정했다. 명나라 시대 이곳에 총독을 파견했다고 주장하는 방법으로 역사적 기원도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베트남 전쟁 중인 1974년 대륙 최남단인 하이난에서 가까운 파라셀 군도를 무력 점령했다.남베트남(월남)이 실효지배하던 지역이지만,베트남 전쟁의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이곳을 차지했다. 1988년엔 스프래틀리 군도를 관리하던 베트남을 상대로 해전을 벌여 암초 6곳을 빼앗았다.이어 1994년 필리핀 관할권에 있던 스프래틀리 군도의 미스치프 환초도 점령했다. 
 

중국이 미스치프를 점령하고 주변 지역을 세력권으로 편입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미래 있을지도 모르는 중국 ‘서해공정’의 전술을 엿볼 수 있다.미스치프는 필리핀이 지배하던 팔라완 섬에서 300km 떨어진 곳에 있는 환초(산호초섬)다.필리핀 해경이 순찰을 하고 감시하는 지역이지만,우기 때 잠시 철수한 틈을 타 중국이 점령했다.중국 측은 이곳에 1995년 임시 구조물을 세우고 가건물처럼 사용하다가,점점 규모를 키워 1999년쯤에는 굉장한 규모의 구조물로 키웠다.  
 
중국과 필리핀은 미스치프 관리 방안을 놓고 4년 정도 협상을 벌인 끝에 1999년 미스치프를 민간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중국 의도를 계속 의심하던 필리핀은 미스치프에서 약 40km 떨어진 세컨드 토머스 모래톱에 2차 대전에 활약했던 폐군함인 시에라 마드레함을 일부러 좌초시키고,이 선박을 군사기지로 활용하면서 미스치프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해왔다.
 
시에라 마드레함에는 필리핀 해병대원이 상주하고,보급품을 공급받으며,임무를 수행하고 있다.세컨드 토머스 모래톱은 필리핀 EEZ 내에 있지만,중국은 2020년대 들어오면서 이곳에 보급품을 지원하려는 필리핀 함정의 임무 수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해왔다. 지난해 중국 해경선 두 척이 필리핀군 보급선 우나이자 메이 4호를 향해 물대포를 쐈다.필리핀 정부는 중국 해경선이 자국 함정을 물대포로 공격하는 장면을 공개했다.앞서 2021년 11월,2023년 8월에도 보급 임무 중인 필리핀 해안경비대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중국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단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2012년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고 있던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Shoal)를 강제로 점거하고,인공섬과 군사시설을 만들어 요새화에 나섰다.필리핀 정부는 PCA에 제소했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2016년 받았지만,현상 변경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중국이 인정하지 않아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해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난사(南沙·스프래틀리 제도) 군도 해역을 군사화할 뜻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파라셀 군도에만 6곳,스프래틀리 군도에도 7곳의 군사기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스치프에는 2.7km에 이르는 활주로가 구축됐고,뉴베가스 슬롯 각종 미사일 방공시설과 항만 등이 건설됐다.  
 
서해 상 구조물이 중국 정부가 주장하듯 양식장이라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가 남중국해에 있다.한편으로는 필리핀과 대화하면서도 시설물과 구조물을 계속 확장해 되돌릴 수 없는 사안으로 확정하는 방식이다.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해상에 구조물을 만들어 자신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중국이 늘 써온 수단”이라고 지적했다.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시설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이후 민간재산 보호를 위해 국가 기관이 나서는 식이다.이같은 수법은 초기 상대국의 대응을 까다롭게 하는 회색지대 전술의 일종이다.
 
우리 정부가 제3차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서 3개 시설물을 PMZ 밖으로 이동시킬 것을 요구했지만,중국 측이 민간 기업이 돈을 투자해 구축한 시설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 측 요청을 거절했다.“(서해 구조물이) 현상 변경 시도의 하나로 장래에 관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중국이 한 것처럼 우리 쪽 공유 해역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에서 비례적 대응 원칙을 밝히면서 양식구조물,해양과학기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전화 통화에서 “등거리·등면적 대응의 원칙에 따라 우리 쪽 해역에다 구조물을 설치해서 중국 측이 협상에 임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중국이 무시하고 싶어도 협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래 한국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국가이기도 하지만,우리의 하늘과 바다를 위협하는 현존하는 실체이기도 하다.중국군 항공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사전 통보없이 무단으로 진입하고,우리 측 관할해역에도 중국 측 군함이 수시로 들어오고 있다.러시아를 제외하고 우리의 주권을 이처럼 무시하는 국가는 없다.중국에 대해서는 비례대응의 원칙에 따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따른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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