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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의 갱년기?갱생기!
20.대상포진

게티이미지뱅크

ep1.동생도,도박 다이가수 별도 걸렸다니…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 좋다’는 이들도 있게지만,제겐 참 속상한 일이에요.처진 눈과 눈밑 지방,미간의 주름,움푹 패인 눈가의 주름과 팔자주름….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더이상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에요.생각지도 않게,몸의 이곳저곳에서 이상신호를 보내기 때문이에요.최근엔 우리 나이가 되면‘대상포진’에도 걸릴 수 있다는 걸 알고,더욱‘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버이날을 앞두고,5월6일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어요.직장생활 하랴,애들 키우랴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고 있는 두살 터울의 여동생도 오랜 만에 만났지요.항상 웃는 얼굴로 저를 챙겨주던 동생의 모습이 평소와 달랐어요.지쳐 보였고,얼굴이 해쓱해졌으며,야위었더라고요.

“무슨 일 있었어?어디 아파?”

“나 대상포진 왔었잖아.”

“엥?우리 나이에도 대상포진이 온다고?”

“최근에 가수 별도 대상포진 걸렸대.우리보다 훨씬 어린데.언니도 조심해!”

(한겨레‘오늘의 스페셜’연재 구독하기)

ep2.신경을 따라 퍼지는 극심한 통증
“처음엔 옆구리 쪽이 가려워서 옷위로 긁었거든.그냥 가려운가보다 하고.그러다 오후 되어 좀 화끈리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너무 세게 긁었나 했지.그리고 봤더니 오돌도돌하고 빨개.근데 느낌이 좀 이상해.불현듯 대상포진이 생각나서 검색했지.초기 증상이 가려움증이더라고.그 다음에 수포.그나마 내가 빨리 발견해서 고생을 덜 했지.”(동생의 증언 중)

심한 가려움증,붉은 반점에 이어 한쪽 몸에 불쑥 수포가 돋아나고,불에 타는 듯 화끈거리는 통증이 나타난다면?대수롭게 여겨서는 안 돼요.단순한 피부 트러블이 아니라 대상포진이니까요.요즘 같은 환절기에 면역력이 떨어지거나,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칠 때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질환이에요.매년 90만명 이상이 대상포진에 걸린다고 해요.

대상포진은 어릴 적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정확히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되어 발생해요.대표적인 증상은 피부 발진과 통증이에요.수두와는 달리 몸 한쪽,특히 가슴에 신경을 따라 붉은 띠처럼 주로 나타나지만 팔·다리·엉덩이·얼굴·머리·목 등 신경이 있는 부위면 몸 어디든 발생할 수 있어요.발진이 생긴 부분 주위가 콕콕 찌르듯이 아프고 쑤시며,쓰라리거나 화끈하고 따가운 증상이 나타나요.

일부 환자들은‘칼로 베는 듯한‘전기가 흐르는 듯한‘불에 타는 듯한’극심한 고통을 호소해요.건드려도 아프고,움직여도 아프며,낮과 밤 상관 없이 무작위로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힘들어하는 경우도 상당해요.대상포진으로 인한 급성 통증은 출산·암·수술 후 통증보다 더 심하다고 해요.캐나다 맥길대가 만든 통증 척도에 따르면 출산의 고통이 18점,수술 후 통증이 15점인 반면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22점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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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0대 이상에서 많이 발병해요
대상포진은 나이가 들어 활동을 하지 않거나,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부터 발병율이 높아지기 시작해요.날씨가 따뜻해 체력이 떨어지는 5월부터 9월 사이,주로 60대 이상 고령층에 많이 발병해요.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 96만8943명 중 43만7000명(45%)은 5~9월 사이에 발병했어요.전체 환자 중 60살 이상은 45만1567명(47%)이었고요.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평생 3명 중 1명 꼴로 발병하며,전체 환자의 3분의 2가 60대 이상이고,여자가 남자보다 1.6배 많아요.최근에는 과로 및 스트레스,수면 부족,다이어트 등으로 면력력이 떨어진 20~30대 환자들도 늘고 있어요.

이론적으로 대상포진은 수두에 걸린 적이 없다면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을 질환이에요.반면 수두에 걸린 적이 있다면 헤르페스처럼 잠복과 발병을 반복하는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이기 때문에 평소 건강관리에 힘쓰고,면역력을 유하는 것이 중요해요.대부분의 대상포진은 평생 1번 발생하지만,환자 중 5% 남짓은 재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다행인 건 대상포진의 감염력이 높지 않아 일반적으로 직접 접촉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에요.그러나 항암치료나 면역억제치료를 받는 환자나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영·유아들은 대상포진 환자의 물집을 건드리면 바이러스에 노출돼 수두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급적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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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통증보다 무서운 후유증‘신경통’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은 발열,두통,몸살,근육통(작열감,따끔거림) 등 감기와 비슷해 단순 감기로 오인하기 쉬워요.그러나 몸의 한쪽 부위에서만 통증이 나타나고,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의 붉은 반점과 수포가 형성되며,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면 서둘러 병원에 가야 해요.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증상이 나타난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증상 악화와 합병증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어요.바로 치료를 하면 피부 발진은 2~3주,통증은 1~3개월 이내에 회복돼요.다만,고령층이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요.

대상포진에 의해 수포 등의 피부 증상이 보이는 곳에 물이 닿아도 큰 문제는 없어요.발병 후에도 씻거나 가벼운 샤워를 해도 되지만,수포가 터질 정도로 박박 문질러 닦아서는 안 돼요.가볍게 비누칠 후 씻어내는 정도로만 하는 게 좋아요.또한,증상이 호전되기 전까지는 신체를 노출시키는 대중목욕탕이나 수영장은 삼가 주세요.

많은 분들이 대상포진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통증도 통증이지만,후유증이 남기 때문이에요.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을 손상시켜,회복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올 수 있거든요.항바이러스제가 질병 기간과 신경 손상을 줄여주기는 하나 손상된 신경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신경통까지 없애준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요.신경통은 환자의 20~30%에서 발생하며,나이에 따라 확률이 올라가요.60대면 60%,70대면 70% 정도가 신경통으로 발전하는데,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고생할 가능성이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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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평소 건강관리 중요…예방접종 권장
대상포진 자체가 면역력 저하로 인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평소에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그러려면 평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충분한 수면과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야 해요.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한데,특히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단호박,토토 알파고고구마,해조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면 좋아요.대상포진 회복 역시 면역력을 강화해야 회복되므로,대상포진에 걸렸다 싶으면 충분히 쉬어 주셔야 해요.

일반적으로는 만 50살 이상이라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권장해요.특히,면역력이 약한 60살 이상 노인이나 기저 질환자,과거에 대상포진을 앓았거나,면역력이 약한 사람,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에게는 예방 접종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어요.백신을 접종하면 증상이 비교적 경미하게 나타나고,합병증인‘대상포진 후 신경통’위험도 줄일 수 있어요.치매 가능성을 20% 낮춰준다는 보고도 있고요.

안타깝게도 대상포진 백신 접종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이 아니에요.비급여 진료 항목이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병원마다 가격 편차가 크고,비용도 비싼 편이에요.생백신(조스타박스 등)은 1회 접종에 15만~20만원,사백신(싱그릭스) 1회 접종에 20만~25만원(2회 접종시 40만~50만원)으로 부담이 만만치 않아요.일부 지자체에서 65살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무료접종을 해주는 이유이지요.

서울퍼스트내과에 따르면,조스타박스는 한 번만 맞으면 되는 백신으로,비교적 간단하게 접종할 수 있다고 해요.접종 후 예방률은 약 50~70% 정도로 보고되며,과거부터 많이 사용돼온 백신이지요.단점은 면역력이 약한 분들에게는 접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예요.반면,싱그릭스는 2회 접종이 필요한 사백신이예요.2개월 간격으로 두 번 맞아야 하지만,예방률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고 면역력이 약한 분들도 접종이 가능하죠.항암치료 중이거나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분들도 싱그릭스로 예방이 가능하다고 해요.(feat.예방접종 시에는 당연히 의료기관과 의료진과 상담이 필수!아시죠?)

ep6.지금부터 돈을 모아볼까?
만 50살‘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할 것인가,말 것인가’새로운 고민이 하나 더 생겼네요.백신 접종이 예방을 위한 최선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알겠는데,부담이 부담이….(feat.5월에는 어린이날,어버이날,아이들 수학여랭 등 지출할 곳이 상당히 있네요.ㅠㅠ) 그래서 오늘 오전,이 글을 마무리하는 와중에 급히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친목을 쌓고 있는 카톡방에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우리 대상포진 백신 접종 비용을 모으는 1년짜리 계를 해볼까?대상포진 이제 남의 일이 아니야!”

아직 답이 없네요.이런 중대사를 카톡 달랑 보내놓고 결정하자고 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요.왜 대상포진이 남의 일이 아닌지,왜 돈을 모아야 하는지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조만간 만나서 의견을 나눠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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