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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행동이 호르몬 하나에 좌우된다는 말은 얼핏 듣기엔 그리 설득력이 높아 보이지 않을 수 있다.그렇지만 우리의 사춘기를 돌이켜 보자.본격적으로 2차 성징이 나타나며,갖은 반항과 부끄러운 행동을 일삼던 그 시기도 성호르몬 분비가 폭발적으로 늘며 나타난 현상이었다.갱년기에 접어든 중년 남성들이 아침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여성들이 생리 전후에 유독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도 호르몬 때문인데,그 영향을 너무 낮잡아 볼 필요는 없다.인간의 감정과 행동은 분명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다.그런데 최근 개발된 비만치료제들이 이와 유사하게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위고비'가 체중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비만치료제,장(腸) 호르몬에서 기원
최근 유행 중인 위고비와 같은 비만치료제는 GLP-1(Glucagon-Like Peptide-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이라는 생소한 호르몬을 기원으로 둔다.원래는 식후에 장(腸)에서 분비되는 물질인데,식욕을 억제하고 혈당 수치를 낮춘다는 게 알려져 이를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려던 게 시초다.그런데 막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보니,이 계열의 약이 당뇨병 치료 효과는 물론이고 상당한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는 게 확인됐다.
제약회사의 관점에서 살펴보면,당뇨병 환자 수보다는 비만 환자 수가 더 많고,미용 목적으로 과체중을 줄이려는 사람은 더 많다.그러니 당뇨병 치료제보단 비만 치료에 집중한 약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고,'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가 속속 출시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그런데 최근 이런 비만치료제 사용 인구가 늘어나며,비만치료제들이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닌 부가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들이 속속 쌓이기 시작했다.일부 사용자들이 비만치료제 사용 이후 술 생각이 줄고,담배도 덜 피우게 된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해서다.처음에는 이것이 단순히 체중 감소의 부산물로 여겨졌으나,온라인 쇼핑 같은 충동적 소비 행위가 줄었다는 경험담까지도 나오자 조금 엉뚱한 방향의 가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비만치료제가 사람의 '충동적 욕망'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냔 거다.
제시된 이론을 먼저 살펴보자.사람의 뇌에는 보상회로라는 게 존재한다.음식이나 음주,쇼핑,도박 등 다양한 자극에 대해 쾌락을 느끼게 하고 이를 반복하게 만드는 뇌 속 신경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여기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도파민이다.인간이 어떤 대상에 유독 집착하고 갈망하는 데는 이 회로의 작동이 깔려 있다고 봐도 된다.그러니 알코올이나 마약 같은 중독성 물질 사용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충동구매나 도벽,게임 같은 특정한 행동 중독 연구에서도 보상회로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데,연구자들은 장(腸) 호르몬인 GLP-1이 뇌의 보상회로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동물 실험에서는 비만치료제를 투여한 쥐가 고지방·고당분 음식을 덜 선호했고,니코틴이나 코카인,중고차 매매 사이트 굿모닝 셀카암페타민 같은 자극 물질의 자가 투여 행동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게 관찰됐다.이는 비만치료제 성분인 GLP-1이 단순히 식욕을 억제하는 차원을 넘어,축구선수 토토쾌락 자극에 대한 평가를 담당하는 뇌의 시스템 자체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강한 유혹이었던 자극이 더 이상 뇌에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예컨대 TV에서 등장인물이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보며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오는 게 아니라,비만치료제를 복용한 이후엔 그런 장면을 봐도 그저 무덤덤하게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유혹의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다.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동물이 아닌 사람에게서도 똑같이 관찰되었을까?
엇갈리는 초기 결과,시도 자체는 긍정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가능성이 일부 확인되고 있지만,동물 실험만큼 일관되지는 않는다.몇몇 연구에 따르면,비만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실제 음주 빈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술에 대한 갈망이나 충동은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보고를 내놨다.체중 감량 외에도 흡연량이 줄거나,도박 2배씩충동적 소비 행동이 완화됐다는 자가 보고도 존재한다.
물론 이런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일관되진 않았다.약의 용량과 투여 기간도 영향을 미치는 데다,개인 간 편차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게다가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체중 감량이나 혈당 조절을 주된 목표로 삼아 진행되다 보니,중독 행동의 변화는 부차적인 관찰에 그쳤다.다시 말해 비만치료제를 중독 치료제로 규정하고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은 아직 없고,부가적으로 얻어진 결과마저도 엇갈리고 있어 사람에겐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음식 중독이나 폭식증,기타 충동 조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일수록 비만치료제를 맞을 시 충동 조절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더란 일부 보고다.이런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선 중독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을 별도로 설계하여 진행하거나,최소한 비만치료제 장기 복용군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시행해 봐야 한다.특히나 장기 복용 시에도 이런 충동 억제 효과가 지속되는지,혹시나 내성이 생기진 않는지,아직 확인하지 못한 정신적 부작용은 없는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가능성을 찾은 것 자체는 고무적인 일이다.중독은 의지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이라 오해받지만,실상은 특정 신경회로가 비정상적으로 강화되고 고착된 상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그런 점에서 GLP-1이 중독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벽은 여전히 높다.GLP-1 성분의 약물은 현재 고가의 비만치료제로 유통되고 있으며,건강보험 적용도 당뇨병 환자에만 한정되어 있다.만약 이를 중독 치료 영역까지 확장하려면,약물 접근성 개선,보험 적용 확대,오남용 방지 대책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우리나라 정신질환 관리 대책은 이런 값비싼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보단,현상 유지와 비용 절감이 훨씬 우선순위에 놓이기 때문이다.동시에 사람의 욕망을 '무디게' 만드는 방식이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욕구의 둔화는 때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 좀 빼려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주요 욕구마저 초탈해버린 무기력증 환자를 양산하진 말아야 할 것 아닌가.그 가능성과 한계를 신중히 따져본다면,인류에게 기존의 정신질환 치료제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 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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