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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人터뷰] 한국영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공단은 서울 주치의…자동화 관리시스템 구축 중"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잔디가 나빠지면 시민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각오로 총력 대응 중입니다.작년의 실패는 올해의 교훈이 됐습니다.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죠."
한국영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례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심각하게 훼손돼 논란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는 올해 2월 말 예년보다 빨리 프로축구 경기가 진행되면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3월 말 긴급복구를 마친 뒤엔 일단 '합격점'이 나왔다.
한국영 이사장은 여름철 이상 기후와 예년보다 빨리 치러진 프로축구 경기 일정 등을 이번 잔디 문제가 발생한 원인으로 꼽았다.그는 "지난 여름은 30도가 넘는 온도가 30일 가까이 지속됐는데,그 폭염을 견딜 수 있는 잔디가 우리나라에 하나도 없다"며 "더군다나 3월 중순은 돼야 잔디들이 막 숨쉬기 시작하기 때문에 경기 일정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설공단은 현재 더위에 강한 난지형 잔디를 예비포지에 시험 재배하고 있다.난지형 잔디는 기존 한지형과 달리 뿌리가 길고 탄탄해 고온건조한 곳에서 생육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동시에 혹서기에 대비해 기존보다 성능이 두 배 이상 향상된 쿨링포그 송풍기 5대를 추가 도입해 6월부터 본격 가동에 나선다.
그는 "일부 언론보도에서 작년에 잔디 관리 비용이 2억50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하는데,실제로는 11억 원을 썼고 그런데도 부족했다"며 "올해는 잔디가 좋지 않을 경우 즉시 교체할 수 있도록 33억 원의 잔디관련 예산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공단은 공연 등으로 인한 잔디 훼손을 줄이기 위해 잔디그라운드 관람석 설치를 제한하고,공연 무대도 소규모로 당일 설치·해체 조건으로 대관하는 등 여름철에는 공연 자체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그는 "물론 충분하다고 보지는 않지만,프로축구 선수들 사이에서 '이런 데서 경기하다가는 다치겠다'하는 식의 얘기가 안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서울시설공단은 강변북로,서울 경마장 조교사 협회올림픽대로,청계천,서울월드컵경기장,따릉이 등 서울 전역의 교통,문화,복지 기반시설을 관리하는 공기업으로,외주 중심의 점검 방식을 최근 직접 점검으로 바꾸었다.
한 이사장은 2023년 발생한 도림육교 교량 붕괴 사고를 언급하며 기존의 안전점검 방식이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그는 "도림육교는 점검에서 A등급을 받았는데도 그런 사고가 있었고,외주업체에서 점검한 결과만 받아보고 그 시설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장 중심의 정밀 점검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도로 기반시설물 159개소 중 절반 이상이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이며 10년 뒤에는 그 비율이 70%에 이를 전망이다.갈수록 사고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외주 중심의 점검 방식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공단은 2023년부터 내부 전문가들이 직접 시설을 점검하는 '정밀안전점검팀'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서울시 자동차전용도로 도로시설물 159개소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점검 결과는 모두 자산관리 시스템에 연동돼 위험도와 보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활용된다.공단이 정릉천 고가도로에서 시뮬레이션한 결과,기존 방식보다 시설 수명을 29년 연장하고 1200억 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단은 AI·IoT·드론을 활용한 스마트 통합 관리 플랫폼도 구축 중이다.현재 각종 교량과 고가도로에 IoT(사물인터넷) 기반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구조물의 진동,온도,간극 변화를 측정하고 있다.이 데이터는 통합 관제 플랫폼에 자동으로 수집돼 위험 징후 발생 시 즉각 알림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한 이사장은 "교량 상판 간극이 평소보다 커지거나 진동 수치가 이상하면 실시간으로 즉시 경고를 보낸다"며 "사람이 직접 망치로 두드리는 시대는 이제 끝났고,'완전 자동화 도시시설 관리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한강을 횡단하는 청담대교에 '드론 스테이션'을 설치해 현장 자동 충전과 자율 주행이 가능해지면서 실시간으로 상시 점검이 가능해진다.앞으로는 드론 등 스마트 기술로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균열이나 박락 여부를 자동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공단은 문제가 생기면 보수하는 방식이 아닌,데이터를 수집하고 미래 위험을 예측해 예산을 배분하는 방향으로 시설물 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할 방침이다.
끝으로 한 이사장은 "우리는 도시가 숨 쉬는 소리를 듣고,이상 신호를 감지하고,미리 대응하는 도시의 주치의"라며 "서울에서 얻은 가치 있는 변화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노력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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