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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와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신화연합뉴스 
가자지구와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안보 대립이 심화하는 등 전 세계가 분열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8일(현지시간) 취임한 레오 14세 교황 앞에는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현대 교황은 로마 가톨릭 14억 신자의 영적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세속에서도 82억 인구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갈등하는 국가를 중재하는 외교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 전날까지 가자지구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라고 촉구했지만 끝내 종전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이스라엘 정부가 지난 5일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영토를 유지하는 구상이 포함된‘기드온의 전차’작전 계획을 승인하며 폭주하는 상황에서 레오 14세 교황이 어떤 외교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스포츠토토 사이트 추천 위너이민자 추방,해외 원조 삭감 등 정책을 거침없이 시행하면서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이러한 상황에 제동을 걸기 위해 추기경들이 미국 출신인 교황에게 투표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며 “그는 전임자보다 더 많은 가톨릭 공화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국내적 신뢰를 쌓고 있으며 미국에 더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이어 미국 시민권을 가진 교황이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에겐 없던 위치에서 비판할 권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뉴욕타임스(NYT)는 레오 14세가 교황이 되기 전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엑스 계정에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한 강복 메시지에서‘장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메시지를 인용했다.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교황은 교회 내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현재 가톨릭에서는 여성 신자의 가톨릭 고위직 참여,동성 커플 축복 등 사안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신임 교황은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보수파와 충돌한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알레한드로 모랄 안톤 수도회 총장은 전임 교황이 생각나는 것을 즉시 말하는 스타일이었다면,레오 14세 교황은 “자제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바티칸의 재정 악화도 문제다.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정을 개혁하기 위해 바티칸 은행 투명성 강화 등을 추진했지만,교회 기부금 자체가 줄어 교황청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전기 작가인 오스틴 아이버레이는 “2013년 콘클라베에서는 부패와 재정 감독·규제가 주요 의제였다”며 “이번에는 대차대조표(자산·부채를 기록한 표)에 관한 얘기가 더 많이 나왔을 것이다.(추기경들은) 바티칸의 재정과 향후 연금 지급 능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칠레 일간지 라테르세라에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