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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귬 성시우 셰프.레귬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삐뚤어진 나의 얼굴을 마주잡고 그는 말했다.“당신도,아름다운 삶을 살 자격이 있어.”

못생겨서 죽어야 하는 운명이 있다‘외모지상주의’는 사람에게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었다.미식의 세계에서 외모지상주의는 더없이 잔인하게 적용되고 있다.외형이 못나거나,지나치게 작거나 큰 식재료가 마주칠 운명은 폐기된 삶 뿐이다.유엔식량농업기구(UNFAO,2019)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농산물이 한 해 13억톤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더러운 외모지상주의’라는 표현이 통용될 만큼,우리는 외형에 취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그렇지만,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 지에 대해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아름다운 채소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못생긴 채소가 버려지고,그만큼이나 광활한 토지가 황폐화되고 있다.농지에서 발생한 비닐 등 온갖 쓰레기는 땅뿐 아니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비닐하우스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태우는 검은 연기는 숨쉴 수 없도록 뿌옇게 하늘을 메운다.전방위적인 환경오염은 결국에는 우리의 목숨을 위협한다.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비건 레스토랑 레귬의 성시우 셰프.셰프가 입고 있는 앞치마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섬유로 만들었다.레귬 제공

버려지는‘못난이 채소’로 아시아 최초 비건 레스토랑 부문 미슐랭 스타에 오른 레귬의 성시우 셰프는 못난이 채소에게 “넌 못생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뿐이야”라고 토닥이듯 말한다.성시우 셰프는 못생긴 식재료는 미식이 될 수 없다는 건 편견일 뿐이라고 한다.겉멋에 취한 미식의 허상에 빠져,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행위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울부짖는다.

“지속가능성은 저에게 요리사로써 자연과 공존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저는 환경문제를 의식해서 요리를 한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좋은 재료와 모두가 즐길수 있는 요리를 추구하다 보니 그것이 결국 지속가능한 방향과 닿아 있었습니다.“

농장을 직접 방문한 성시우 셰프.레귬 제공

성시우 셰프는 못난이 채소를 찾으려 강원도 감자밭에 직접 찾아간 적이 있다‘콩감자’로 불리는 알이 작은 감자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농장주에게 거래를 요청했지만,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거절당했다.대신 원한다면,직접 주워 가라고 농장주는 말했다.성시우 셰프가 직접 줍지 않았다면,모두 쓰레기로 버려질 운명이었다.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요리에 쓸 만큼을 직접 주워담았다.넓은 밭에 돌멩이처럼 알알이 흩어다니는 콩감자를 보며,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직접 농장에 가보면,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많은 잉여 농산물이 쓰레기처럼 폐기되고 있습니다.가축의 사료라든지,비료 등으로 재가공되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그 농산물을 수확하는 인건비조차 돈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경제논리에만 맡기면,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우리 사회가 이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인 거 같습니다.”

벼껍질,폐도자기 등을 활용해 만든 레귬의 접시들.레귬 제공

못난이 채소뿐 아니라,레스토랑 곳곳에 지속가능성을 신경 쓴 부분들이 눈에 띈다.레귬에서 사용하는 그릇은 폐도자기나 벼껍질을 이용해 만들었다.직접 작가를 찾아가 협업을 요청해 만든 작품이다.앞치마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싶어 추후에는 대형 음식물 처리기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을 비료로 재활용하는 설비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세세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들도 많아지고,금전적인 비용도 늘 수 있습니다.하지만,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미약한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그런 수요가 늘어나고 재생산 되는 제품 시장도 커진다면 분명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요리를 하는 성시우 셰프.레귬 제공

2022년 오픈한 레귬은 올해 미슐랭 1스타에 올랐다.비건 레스토랑으로는 아시아 최초며,세계에서도 9곳밖에 없는 굉장히 희귀한 사례다.한국의 영광이라고 하기에 우리 사회에서 바라보는 채식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도 처참하다.한국만큼 채식에 어울리는 식문화가 많지 않지만,한국은 유독‘비건’이라는 말을 부정적이고 예민하게 받아들인다.가지면 안 될 신념을 가진 이들,이상한 사람들로 비건을 취급한다.그런 부정적 편견 속에서 한국에서 채식 문화는 꽃피지 못하고 있다.

성시우 셰프가 요리에 사용하는 다양한 채소들.레귬 제공

레귬은 우유나 달걀,생선 등도 사용하지 않는 완전 비건 요리를 만들고 있다.채소만을 사용하는 비건 요리가 맛있을까,걱정하는 손님들도 레귬의 요리를 맛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채소만을 이용해 육류가 가지고 있는 감칠맛과 풍미를 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지만,요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이 레귬의 요리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한국에는 비건을 공부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지 않았습니다.그래서 홀로 독학을 했던 거 같습니다.비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여러 책을 찾아보고 홀로 맛을 연구하고 그렇게 저만의 비건을 찾아갔습니다.쉽지는 않았습니다.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그런 과정을 수없이 거쳐 지금의 레귬의 방식을 찾은 것 같습니다.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누군가는 말합니다.쉬운 길을 택하지 않냐고.하지만,저는 지금 제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분명히 가치를 가진 길이라 생각합니다.”

레귬의 바닐라 디저트.레귬 제공

레귬의 바닐라 디저트는 우유나 크림 대신 100% 견과류 밀크와 바닐라 빈을 이용해 만든 비건 아이스크림이다.곡류가 가지고 있는 묵직한 크림맛이 돋보인다.아이스크림에 그래놀라 쿠키와 루이보스 소스가 곁들여져,견과류 아이스크림의 조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레귬의 비트는 강화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비트를 재료로 한 요리다.오븐에 천천히 구워 비트의 단맛을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자투리 채소와 과일껍질의 응축된 맛을 녹인 소스를 곁들여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레귬의 요리.레귬 제공

성시우 셰프는 초등학생이던 10살에 이미 요리사로의 꿈을 가졌다고 한다.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난 뒤 한국의 대표 파인다이닝‘스와니에’창업 멤버로 입사했다.스와니에의 헤드셰프 이준 셰프의 가르침 아래 요리에 대한 기술과 철학,경영 노하우 등을 체득했다.힌국 미식계 큰 거목 중 한명인 이준 셰프는 여전히 그의 든든한 조력자다.비건 레스토랑을 생각했을 때,모두가 코웃음을 쳐도 이준 셰프만은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를 지원했다.지금의 성시우 셰프를 만든 큰 스승과 같은 존재다.

성시우 셰프(왼쪽)와 이준 셰프.본인 제공

성시우 셰프의 꿈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리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단지 맛이 아니라,요리를 하는 행위가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자연과 공생해 더 많은 이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자연을 사랑하는 요리사 성시우 셰프가 지나온 길이 초록 풀들과 꽃과 나무로 숲을 이룰 수 있도록,그의 뜻이 미식문화에 번지기를 소망한다.

“저의 꿈은 매우 단순합니다.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의 목적은 사람을 웃게 해주기 위함입니다.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저의 요리로 많은 이가 행복한 것이 꿈입니다.맛있는 요리를 먹어서 행복할 수도 있고,또 환경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줌으로써 더 나은 환경 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해줄 수도 있지요.저는 이 두 가지 모두를 해보고 싶습니다‘일석이조’를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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