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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유권자 20만·정당가입 16세
'정치적 중립 의무'에 교사들 위축
"학생들도 정치에 관심 많아요.이번엔 누가 대통령 될 것 같냐는 질문도 자주 하고요.선생님들은 '지금 지지율이 그대로 간다면 누가 될 것 같다'는 식으로 답하거나 대부분은 말을 돌릴 수 밖에 없어요.학부모들에게 어떻게 전해질 지 모를 일이라 굉장히 조심스럽죠."
중3을 가르치는 사회교사 A씨는 2일 "3학년 첫 단원에서 헌법을 다루고 있고,12·3 비상계엄은 헌법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는 실제 사례지만 수업시간에 다루기 부담스러운 주제"라고 말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학생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요.정치 과목을 배우는 이유는 현안을 판단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인데,고대 그리스 아테네 민주 정치만 가르칠 수는 없잖아요."
다가오는 대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 18세 학생 유권자 수는 19만2439명.2020년 공직선거법 개정 이후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가능한 고3 유권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대 대선(2022년 3월 9일) 기준 학생 유권자 수는 12만6509명,22대 총선(2024년 4월 10일) 기준 14만3570명이었다.약 1년 2개월 전보다 5만여명 늘어난 것이다.2022년 정당법 개정에 따라 정당 가입 가능 연령도 18세에서 16세로 낮아졌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오작동…학부모 신고 위험 감수해야
학생 유권자의 표심 영향력은 커졌지만 정작 교실에서 '투표 잘 하는 법'을 배우기 어렵다.교육기본법과 공직선거법의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학교 현장에서 '정치·사회 현안은 언급하지도 말라'는 식의 검열로 작동하고 있어서다.수업시간 등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들이 정치기본권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의 역할까지 제약한다는 얘기다.교육기본법 6조는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도박 중독 커뮤니티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공직선거법 9조는 "누구든지 선거에 있어 공무원 기타 각종 단체(공무원이 아닌 자 포함)의 구성원 등이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중학교 사회교사 B씨는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면 국회의 탄핵 절차,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해 파면될 수 있다는 말이 원론적으로 맞는데도 '왜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을 비난하냐'며 정치편향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굳이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거나 신고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업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학교에서 추상적으로 이뤄졌던 성교육 때문에 학생들이 '어둠의 경로'를 찾게 됐고,건전한 성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어요.마찬가지로 특정 정치성향을 띄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유튜브 등에서 정보를 접하면 더 편향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갖게 되지 않을까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달 1일 전국교사 7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 현안을 다루는 수업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험을 했느냐'는 질문에(복수응답)응답자의 85.5%는 '어느 수준까지 가르쳐야 할지 고민된다'고,슬롯 사이트 uk73.2%는 '민원이나 신고를 당할까봐 걱정한 적 있다'고 답했다.
◆ 온라인으로 배워야 하나…학교에서 '선거'도 가르치려면
학생들도 '실전 선거'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 교육현실에 불만을 제기한다.수영(활동명)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대선을 앞두고 최소 어느 정당의 어떤 공약이 좋은지 이야기하는 수업은 당연히 필요하다"며 "그런데 교실에서 다루는 건 선거법을 어기지 말자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작년까지 '학교 안 청소년'이었던 그는 "학칙이 학생의 정치참여를 가로막기도 한다,예일여고 학생들이 '윤석열 탄핵' 시국선언을 추진하다 정치 관여행위(공직선거 참여 제외)를 징계하는 학칙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건이 단적인 예"라며 "법으로 보장된 정치적 의사 표현도 주저하게 만드는 학교에서 민주시민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사의 표현 자유와 학생의 정치적 토론 공간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A씨는 "객관적으로 다루기만 한다면 관련 과목을 배우는 시간에 현안을 언급했다고 민원 또는 징계를 받는 상황들은 없어져야 한다"며 "교사도 시민이고 정치기본권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기반돼야 수업에서도 논의 공간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B씨도 '서부지법 사태'를 예로 들며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오는 사안이라도 교사들이 헌법을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도록 가르치는 것까지 주저하는 분위기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교 안,지역사회에서부터 미래 유권자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고3 담임을 맡고있는 교사 C씨는 "대선·총선 공약들에 청소년들 요구는 잘 반영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정치를 서로 비방·비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의견 표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학생들이 학교 안이나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부터 자유롭게 논의하고,그 의견들이 학교·지역 운영에 반영되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며 "그래야 정치가 우리 삶을 결정한다는 게 피부에 와닿을 수 있고,참여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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