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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
페루서 20년 넘게 사목 활동
美 색채 옅고 '중도파' 분류
개혁·보수 사이 중재역 기대
4차례 방한…지하철 타고 이동
내후년 서울 청년대회 참석 예정
18일 성 베드로 광장서 즉위 미사[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교황은 성 베드로부터 시작돼 그의 부족한 후계자인 저에 이르기까지 오직 하느님과 형제들을 섬기는 겸손한 종일 뿐,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제267대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69·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는 10일(현지시간) 바티칸 시노드홀에서 추기경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황이라는 직책이 권위나 특권이 아닌 봉사의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러한 자세는 많은 전임자가 보여주셨다.특히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본질만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잘 드러내 주셨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아 여정을 계속하자”고 덧붙였다.
레오 14세 신임 교황(사진=로이터) ◇“고통받는 이들 곁에 있어야”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오는 1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중도 성향’인 그가 개혁파와 보수파로 분열된 가톨릭교회의 단합을 어떻게 이끌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0년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는 지난 8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둘째날 교황에 선출됐다.콘클라베 시작 후 4번째로 실시된 투표에서 추기경 133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3분의 2 이상 득표해 새 교황으로 뽑혔다.
지난달 선종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추기경으로 서임한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청 주교부 장관 겸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다.콘클라베 시작 전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 아닌 데다,단 한 번도 교황을 배출한 적 없는 미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가톨릭 내부에선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세속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미국인 교황 탄생을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했다.다만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이 아닌 페루에서 오랜 시간 사목 활동을 했다는 점이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오 14세 신임 교황(사진=AFP) 1955년 일리노이주 시카고 태생으로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은 레오 14세 교황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10년간 페루 트루히요에서 선교사로 활동했고,2015년부터 2023년까지는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치클라요에서 교구장을 지냈다.페루 시민권까지 소유하고 있는 레오 14세 교황은‘미국 출신이지만,미국 출신같지 않은 추기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약 100년 만에‘레오’를 교황명으로 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앞서 레오를 이름으로 사용한 마지막 교황은 1878년부터 1903년까지 교황을 지낸 레오 13세였다.레오 13세 교황은 노동자들의 권리와 가톨릭 사회 교리를 강조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페루에서 20년 넘게 가난한 이들의 곁을 지킨 신임 교황은 레오라는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앞으로도 인권과 노동 문제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레오 14세 교황은 선출 후 전 세계에 보낸 첫 강복 메시지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언제나 가까이 있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수자,동성혼,여성 사제,바카라 가입코드낙태 등에 관해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개혁파’였다.레오 14세 교황은‘중도파’로 분류된다.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한쪽 편에 서기보단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레오 14세 교황에 대해 “전임 교황의 포용적 의제를 이어갈지,보수적인 교리 노선으로 회귀할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던 가운데‘균형 잡힌 대안’으로 제시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레오 14세 교황은 첫 강복에서 “우리는 사명을 수행하는 하나의 교회,다리를 놓고 대화를 하는 교회,언제나 열려 있고 받아들이는 교회가 되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레오1 4세 신임 교황(사진=로이터) ◇트럼프 이민정책에 비판적 시각 
레오 14세 교황은 과거 동성애적 생활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으며,모바일게임 슬롯남성에게만 사제 서품을 부여하는 전통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견해도 냈다.CNN은 “새 교황은 이민과 빈곤과 같은 사회 문제에는 진보적 입장을,가톨릭 교리의 도덕적 문제에는 온건파와 유사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레오 14세 교황이 X(옛 트위터)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게시물을 게재한 적 있어 두 사람이 향후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도 관심사다.
레오 14세 교황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인 그는 총 네 차례(2002년·2003년·2008년·2010년) 한국을 찾았다.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한국지부는 레오 14세가 교황으로 선출되자 페이스북에 그의 방한 당시 모습을 공개하며 “형제들이 준비한 승용차를 마다하시고 젊은 형제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다니시는 등 격식을 따지지 않는 겸손하고 소박하신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2년 뒤 한국을 다시 찾을 것으로 보인다.교황과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만나는 신앙 대축제인‘세계청년대회’차기 개최지가 서울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할 경우 요한 바오로 2세(1984년·1989년)와 프란치스코(2014년)에 이어 한국에 오는 역대 3번째 교황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