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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광고문구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중학교 수학을 다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원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초등학교 6학년 자녀에게‘생각하는 황소’수학 학원 수업을 듣게 하고 있다는 학부모 A 씨가 건넨 말이다.이 학원의‘레벨테스트’당일에는 시험 접수 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일은 흔하다.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 학원의 테스트를 대비하는 일명‘황소 고시’준비 방법도 성행하고 있다.

일명‘학군지’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초등 의대반’을 다니면서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학원 뺑뺑이’에 시달린다.특별하게 어떤 목표를 위한 학원 수업이 아닌 회당 2~3시간 짜리 수학,논술,영어 선행학습을 시키는 셈이다.

대치동 한 학부모 B 씨는 “아이가 승부욕이 강해서 선행학습반을 다니게 했는데 매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녹초가 된 아이를 태우고 오니 마음이 쳐진다”라며 “어린 나이에 이렇게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등학생 10명 중 6명 이상이 하루에 2시간 이하만 놀 수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에‘의대반‘선행학습반’등의 학원을 전전하는 셈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난달 9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28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평소 하루에 놀 수 있는 시간’을 묻는 질문에 62%가‘2시간 이하’라고 답했으며,토토로 괴담 디시이 중 15.8%는‘1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초등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공부(69%)라는 집계도 나왔다.이어‘친구 관계’(33%)‘외모’(24%)‘따돌림’(14%) 등이 뒤를 이었다.아이들이 자유시간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친구들과 만나 놀기’(54.6%)였다.이어‘게임하기’(33.5%)‘영상 시청’(29.2%)‘운동’(23.6%)‘가족과 시간 보내기’(21.2%)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9조원을 넘어서며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연합]

아이들의 조기 사교육에 대한 인식도 엇갈렸다‘초등 의대반’과 같은 과도한 선행학습에 대해 31.1%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봤지만,27.8%는 “어린 나이에 그런 공부를 시켜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초등학교 6학년의 30%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면 집에 오는 시간이 오후 8시 이후”라고 했고,4%는 “밤 10시 이후에야 귀가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소희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와 관련해 “어린이에게 학벌이나 외모만을 강요하는 빈곤한 사회가 아니라,스포츠 토토 수익금아이들이 성장 그 자체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초등학교 사교육비는 학령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초등학생 1명이 지난해 쓴 월평균 사교육비는 44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4만4000원(11.1%) 늘었다.중학교(49만원·9.0%)와 고등학교(52만원·5.8%)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다.초등학생의 87.7%가 현재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남들에게 뒤처질 수 없다는 문화가 사교육에 동조하는 영향을 크게 만드는 것 같다”라며 “우리 아이 하나만큼은 남보다 잘 키우겠다는 심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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