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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일각서 전통 교회 회귀 요구 터져 나와
레오 14세,프란치스코 계승하면서도 조율·통합 이룰 인물로 평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가톨릭계 수장을 뽑는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 바티칸 주변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개혁파와 전통적인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보수파 간 분열선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후보를 찾기가 어려워 투표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4차례 투표 만인 8일(현지시간) 늦은 오후 새 교황이 선출됐다.
미국인 출신으로는 처음 가톨릭계 수장에 선출된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중도 성향으로서 더 부드럽고 조화로운 방식으로 교회를 이끌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간의 재임 동안 이민자와 빈곤층을 보듬은 것은 물론,동성 커플 축복 허용,교황청 고위직 여성 임명,포인트 토토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에 평신도 참여 허용,기혼 사제 제한적 허용 등 교회 내 금기들을 깨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개혁 성향은 교회 내 분열을 초래했다.
교회의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들 눈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은 주교와 추기경들의 권력과 영향력을 약화했고,이런 불만은 콘클라베 전 열린 추기경들의 사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베니아미노 스텔라(이탈리아·84) 추기경은 지난달 30일 추기경단 사전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신도 남녀에게 교황청 직책을 허용한 것을 두고 "교회의 오랜 전통을 무시"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했으며 교회 내에 "무질서와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제노바 대주교 출신인 안젤로 바냐스코(82) 추기경 역시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델라세라와 인터뷰에서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현대성을 "종말론적"이라고 표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시기부터 그의 개혁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대표적 보수 인사인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독일·77)도 지난 1일 이탈리아 매체 일파토쿼티디아노와 인터뷰에서 자신은 전임자를 답습하지 않는 교황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리상 확고하고,글로벌리즘이나 젠더 이데올로기 같은 문화적·이념적 유행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극보수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나치게 개방적이라며 그를 이단자로 규정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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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거나 심지어 교회가 더 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조반니 바티스타 레(이탈리아·91) 추기경은 추기경단 회의에서 "일치는 획일성이 아니라,다양성 안에서의 굳건하고 깊은 교감이어야 한다"며 교회 내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새 교황을 선택할 때 개인적인 이해관계는 모두 내려놓고 오직 교회와 인류의 선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발다사레 레이나 추기경(이탈리아·54)도 지난달 28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를 집전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다양한 개혁들은 종교적 소속을 넘어서는 것이었고,사람들은 그를 '보편적 목자'로 인식했다"며 "우리의 임무는 시작된 것을 분별하고 질서 있게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바로 라마치니 추기경(과테말라·77)도 지난 4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책임이 있는 추기경들은 우리가 걸어온 길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이민자들의 권리를 지지하고 환영하며 보호하는 걸 말한다"고 말했다.
교회 내 보수와 진보 간 분열 양상 탓에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완전히 한쪽으로 쏠린 인물이 선출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가톨릭 전문 매체 '크럭스'(Crux)의 편집장인 존 앨런은 전날 타임지 인터뷰에서 "이번엔 프란치스코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연속성 진영'과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변화 진영' 사이에서 진정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느 쪽도 3분의 2 다수를 차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가피하게 그들은 두 진영이 원하는 요소를 일부 충족시키는 타협 후보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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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상에 들어맞듯 추기경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성향을 품고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겸손한 성정을 가진 레오 14세를 새 수장으로 선택했다.
영국 BBC방송은 레오 14세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그러면서 "단 4번의 투표로 선출된 건 추기경들이 그런 평가에 동의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번 교황 선출 과정에서는 자국 출신 교황을 만들려는 일부 국가 정상의 노골적인 행보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로부터 차기 교황에 대한 선호를 질문받자 "내가 교황이 되고 싶다.그게 내 넘버원 선택지"라고 말했다.곧이어 그는 "우리는 뉴욕이라는 곳에 매우 훌륭한 추기경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교황 복장을 한 합성사진을 올리기까지 했는데,이를 두고 보수파 교황 지지 메시지를 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자국 교황을 세우기 위해 물밑 작업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차 바티칸을 찾았을 때 교황 투표권을 가진 자국 출신 추기경 4명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또 가톨릭계 자선단체 산테지디오(Sant'Egidio) 설립자 안드레아 리카르디도 따로 식당에서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다.리카르디는 추기경들과의 친분으로 교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이탈리아 매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콘클라베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