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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단에‘추기경단 보고서’배포
“보수 성향 추기경에 유리한 서술“
책 편집자들도 보수 성향 출판사들
보수 성향 단체들의 움직임도 나타나
7일 오후 3시(현지 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새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비밀 투표인‘콘클라베’가 시작된다.투표권을 가진 133명의 추기경단은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에 입장하면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다.CNN은 “선거권자들은 서면 자료를 볼 수 있으며,콘클라베를 앞두고 동료 추기경들에 관한 책을 제공받았다”며 “이 책에는 특정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6일 보도했다. 6일(현지 시각) 추기경들이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일 시스티나 성당의 모습/ AP=연합뉴스 
CNN에 따르면‘추기경단 보고서’라는 제목의 책자는 약 40명의 교황 후보자에 대한 프로필을 포함하고 있다.해당 내용은 같은 이름의 웹사이트‘추기경단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CNN은 인쇄본이 추기경단들에게 배포됐다고 전했다‘추기경단 보고서’웹사이트는 가톨릭 언론인 에드워드 펜틴과 다이앤 몬타냐가 주도하고 있는 개방형 웹사이트로,프란치스코 교황 서거 후 유력 교황 후보들을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웹사이트 및 책자 제작을 이끈 펜틴은‘추기경단 보고서’에 대해 “콘클라베와 그 이후를 대비해 추기경단 구성원들이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되고 제작된 것”이라며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추기경들이 이 웹사이트와 동봉된 소책자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추기경단에게 제공된‘추기경단 보고서’가 불공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추기경단에게 배포된 책자는 동성 커플,여성 부제 서품,빌리지 토토피임 등 가톨릭 교회에서 논쟁이 된 사안들에 대한 각 후보자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CNN은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다른 방향으로 교회를 이끌 교황을 선택하라는 숨은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며 “그의 진보적 개혁은 일부 보수주의자들에게 반발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특히‘추기경단 보고서’책자는 보수 성향의 추기경들에 대해 유리하게 서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예를 들어,로마 가톨릭교회의 주요 개혁 과정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은 몰타 출신의 마리오 그렉 추기경에 대해서는‘논란이 많은 인물’이라고 묘사됐다.반면,프란치스코 교황의 대표적인 비판자인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에게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버크 추기경은 동성 커플을 축복하거나 낙태 여성을 용서할 수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교회가 방향을 잃었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이 책자의 편집자들도 보수 성향이다.CNN에 따르면‘추기경단 보고서’는 미국에 있는 보수 성향의 출판사인 소피아 인스티튜트 프레스와 프랑스 베르사유에 본사를 둔 잡지인 카르디날리스와 협력해 편집했다.소피아 인스티튜트 프레스는 반(反) 프란치스코 성향의 잡지‘크라이시스 매거진(Crisis Magazine)’을 발행하며,지난 2019년에는 현대주의자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가톨릭 교회 내부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침투(Infiltration)’를 출판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보수주의자들의 입김이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단에게 미치고 있다.보수 성향의 가톨릭 단체인 나파 연구소와 가톨릭 자선가들의 모임인‘교황 재단’은 콘클라베를 앞두고 로마로 향했다.익명의 한 교황 재단 후원자는 “우리에게 딱 맞는 교황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를 모금할 수 있다”고 말했다.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망 소식이 발표된 후,일부 진영에서 보수 후보들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즉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추기경단이 외부와 단절된 채‘추기경단 보고서’를 통해 교황 후보들의 정보를 접하고,이를 바탕으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바티칸 대변인은 “추기경단이 (콘클라베에) 무엇을 가져갈지는 그들의 마음대로”라고 말했다.다만,추기경단이 보수주의자들의 압력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은퇴한 봄베이 대주교인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소셜 미디어(SNS)에서 가짜 뉴스에 대해 동료 추기경들에게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