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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선교 140주년… 한국의 100년 교회를 가다]
[4] 사애리시와 공주제일교회
충남 공주 구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영명중·고교 뒷산 오솔길엔 한 소녀와 부부의 모습을 새긴 동상이 서 있다.소녀는 유관순,부부는 감리교 선교사인 로버트 샤프(1872~1906)·앨리스 샤프(1871~1972) 선교사이다‘천안이 고향인 유관순 열사 동상이 왜 공주에’라는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유관순은 1916년 서울 이화학당으로 가기 전 2년간 공주 영명학교에서 공부했다.충남 목천 지령리교회에 출석하던 소녀 유관순을 수양딸 삼아 공주로 데려와 자신이 세운 영명학교에서 공부시키고 장학생으로 추천해 이화학당에 편입시킨‘멘토’가 앨리스 샤프(한국명 사애리시) 선교사다.유관순 열사가 민족 정신과 독립 정신을 키운 못자리가 공주제일교회와 영명학교였던 셈이다.이들의 인연을 담은 동상은 2019년 3·1운동 백주년을 맞아 세워졌다.
미국 북감리교 선교사로 각각 파송돼 한국에서 만난 로버트와 앨리스는 1903년 이화학당에서 결혼했다.부부는 새로 문을 연 공주의 감리교 선교부 책임자로 임명돼 1904년 부임한다.공주는 당시 충청도 관찰사(도지사)가 있던 곳으로 충청·전라·경상도에서 서울로 가는 관문이라는 지리적 요충이었기 때문에 1903년 선교부가 설치됐던 것.공주제일교회는 1년 전인 1902년 설립됐다.샤프 선교사 부부는 공주 시내가 굽어보이는 언덕에 서양식 벽돌집을 짓는 한편‘명선학교’(영명학교의 전신)를 세워 여학생들을 가르쳤다.공주 사람들은‘서양식 집 구경‘서양 사람 구경’하러 몰려왔고,사애리시는 신문물인 풍금을 연주하며 구경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도했다고 한다.신혼의 행복은 짧았다.1906년 논산 지역을 순회 전도하던 로버트가 발진티푸스로 순직한 것.
남편 사별 후 미국으로 돌아갔던 사애리시는 2년 후 다시 공주로 돌아온다.그리고 열정적으로 전도에 나섰다.공주 선교부를 교두보 삼아 논산,강경,부여,보령,천안,안면도와 충북 지역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영명학교를 비롯해 여학교 9개,1xbet 모바일 앱유치원 7개를 설립했다.사람들은 그를‘충남 믿음의 어머니‘사(史) 부인’으로 불렀다.쉴 틈 없이 전도 여행을 다니는 그에 대해 동료 선교사들은‘공주에서는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할 정도였다.이 같은 전도 여행 중에 발굴한 인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가 유관순 열사였던 것.사애리시는 1939년 일제의 선교사 추방령에 따라 미국으로 귀국해 101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공주제일교회는 스토리의 보고(寶庫)다.1909년부터 1930년까지 사용된‘협산자 예배당’은 특이한 별칭으로 유명하다.1903년 창립 이후 급속히 신자가 늘어나면서 새 예배당이 필요해 교인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 미국 선교본부에서 낭보가 들려왔다.익명의 기부자가 당시로서는 거액인 6000원을 기부한 것.당시 학교 하나를 짓는 금액이 2000원 정도(윤애근 공주제일교회 목사)였을 때였다.덕분에 남녀 신자석을 구분한‘ㄱ’자형 벽돌집 예배당을 지을 수 있었던 교인들은 고마운 마음에 기부자 신상을 수소문했으나‘옆구리에 우산을 끼고 온 신사(挾傘者·협산자)’라는 인상착의만 들을 수 있었다.그래서 붙은 별칭이‘협산자 예배당’이었다.
유관순 열사를 키운 민족 정신은 면면히 이어졌다.1919년 3·1운동 당시 현석칠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공주제일교회 교인들과 영명학교 학생들은 공주 만세운동을 이끌었다.교회와 학교가 일제의 탄압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그럼에도 교회는 계속 부흥해 1930년에는 고딕양식으로 70평 규모의 벽돌 예배당을 신축했다.2011년까지 80여 년간 사용된 예배당은 수차례 증개축을 거치면서도 원형을 잘 유지해 등록문화유산(제472호)으로 지정됐으며 2018년에는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박물관은 충남 지역 개신교 선교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며 연간 2만명이 찾고 있고,방문객은 점차 늘고 있다.초가 예배당부터 협산자 예배당,벽돌 예배당 미니어처와 옛 종탑과 종,사애리시 선교사의 풍금 등이 잘 보존돼 있다.유관순 열사의 영명학교 재학 시절 단체 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물이 방문객을 맞고 개신교 교회로는 드물게 삼위일체를 그린 이남규 작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방문객을 맞는다.
박물관에선 뜻밖의 인물도 만나게 된다.각각 대구와 경주 출신인 이상화 시인과 박목월 시인‘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과 청록파 박목월 시인의 공통점은 배우자가 공주제일교회 교인이었다는 점.박 시인은 이 교회에서 결혼식도 올렸다.박물관 박보영 부관장은 “방문객들은 유관순 열사와 이상화·박목월 시인까지 다양한 인물이 공주제일교회와 인연이 있었다는 점에 놀란다”고 말했다.윤애근 담임목사는 “전도를 하기 어려운 시대에 많은 분이 스스로 박물관을 찾아오신다는 점에서 문화유산을 넘어‘문화선교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공주=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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